예의 바른 나쁜 인간 - 도덕은 21세기에도 쓸모 있는가
이든 콜린즈워스 지음, 한진영 옮김 / 한빛비즈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에서 <예의바른 나쁜인간> 원제를 찾아보니 <Behaving badly>였다.


그 따분한 도덕에 대한 책이다. 그 따분한 도덕에 대해 그래도 읽을 수 있을 만큼 최대한 흥미롭게 구성한 책이다. 저자와 함께 각 챕터마다 도덕을 이야기한 사람들의 리스트만 봐도 호기심이 생기고 다루는 멋진 화두와 질문들이 이 책을 집어들게 했다.


저자 이든 콜린즈워스는 왜 인간은 스스로를 도덕적이라 착각할까? 과연 지금의 도덕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도덕이란 무엇일까? 이 질문들에 답을 얻기 위해 각계각층 독특한 분야의 사람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두 명의 사람을 죽인 살인범, 기업 내부 비리를 고발해 내쫓긴 CEO, 불륜 사이트 운영자, 뇌과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관점을 옅볼 수 있다.  


가장 파격적인 인터뷰 대상은 두명을 죽인 살인범이었다.  

폭력적인 가정에서 자란 그는 ‘정상적인 직업을 가진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는지 몰랐다고 고백한다. 역시 도덕은 절로 생성된다기보다 환경에 따라 형성되는듯 하다.


이 책에서 특히 호기심을 유발하는 불륜 사이트 애슐리매디슨의 운영자는 ‘지구상에서 불륜이 일어나지 않는 곳은 없다’고 말하며, 자신은 원래부터 존재했던 사람들의 욕망을 실현해줬을 뿐이라 주장한다.


시원한 사이다 같은 대목도 있었는데 고대의 권력의 핵심이 신과 직접 소통하는 능력을 과시하는 데 있었다면 어느 부족이나 공동체에서든 신에게 위임받은 지도자가 옳고 선하다고 천명한 사항이 그 집단의 규범이 됐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윤리라고 부르는 것은 권력자들의 이해관계에서 시작되었고 도덕이라는 개념도 실제로는 교묘하게 변장한 권력일 수도 있지 않을까?


여기저기서 도덕, 윤리, 예의 등에 대한 기원과 개념 독자들이 사색에 빠져들게하는 질문들이 있고 그에 대한 해답도 어느 정도 알려준다.  


종교에 대한 대목에서는 대부분의 종교는 처음에는 훌륭한 도덕체계였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방식은 사악해서 이론과 실제의 지독한 모순을 보여준다고 했고 종교적 믿음없이 존경할 만한 행동에 이르려면 그리고 그 상태를 유지하는 데 성공하려면 초인적인 수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조사에 따르면 인간의 수치심은 돈이 관련될수록 사라지기 쉽고 경제적 비용과 무관할수록 감정이입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았다.

요즘 유럽 선진국들의 이민자과 관련된 이슈에 대한 대목도 인상깊었다

열린 마음을 가졌다고 보이는 사람들이 원하는 해결책은 소수를 자기들 편으로 받아들이는 것이지, 자신들이 소수 편에 들어가는 것은 상상도 하지 않는다. 결국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내는 유일한 길은 타자들과의 연대다.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에로틱 로맨스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미국 남부 주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미국의 성서지대, 즉 도덕의 뿌리가 정치적, 문화적으로 보수적인 지역인데도 말이다.


좋아하는 작가 마거릿애트우드와의 만남도 인상깊었던 대목이었다.

도덕, 그러니까 사람들이 생각하는 옳고 그름에 관한 얘기할 때는 문제의 껍질을 벗겨내고 사람들이 이 일을 왜 찬성하거나 반대하는가 저들은 어떻게 먹고사는가?라고 자문해봐야 해요

우리에겐 이기적 유전자도 있고 이타적 유전자도 있다. 이기적 유전자로 끌어당기는 힘의 방향을 바꾸는 것은 선을 향한 의지이며 그것이 우리를 확실하게 도덕적인 방향으로 이끈다고 말했다.


그외 메모하고 기억하고 싶은 대목들을 정리 해보면


인간은 본질적으로 도덕적이지도 않고 비도덕적이지도 않으며 누군가의 도덕성 여부는 그의 결정과 행동에 달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한 사람의 삶은 수많은 진실로 이루어졌으며, 그중 어떤 것은 비난받을 행동이고 또 어떤 것은 초인처럼 용감한 행동일 거라는 말도 했다.


내가 특정 종교보다 내면의 양심을 더 믿는다고 해서 종교가 도덕에 미치는 상당한 역할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인류는 가능한 한 모든 도움을 받아야 한다. 솔직히 말해 우리의 양심에만 맡겼을 때는 그 결과에 실망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애슐리매디슨 회원들이 자신들의 성생활에 관한 은밀한 상세 정보를 기꺼이 제공하려는 경향에 대해 듣다 보니, 사회 전반에 모종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그의 의견에 수긍이 갔다. 그 모종의 변화란 프라이버시에 대해 특이한 태도를 취하고 스스로 자신의 정보와 사진을 무차별적으로 공유하는 신세대의 집단적 욕구다.


왜 어마어마하게 부유한 배우나 뮤지션은 기후변화, 인종차별, 성차별, 성학대, 그리고 기업의 탐욕에 관해 우리를 꾸짖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책의 구성은 총 5부로 나뉘는데 인간은 선한 존재일까라는 서두로 시작해서  2부 우리는 언제, 어떻게, 왜 나쁜 짓을 할까, 특히나 흥미로웠던 3부 도덕의 패러다임을 뒤엎는 섹스

현대 사회에 시사점을 던져주는 4부 시시각각 바뀌는 도덕의 기준, 마지막에는 5부 도덕의 미래로 새로운 가족개념, 동성애, 이기적유전자, 로봇 등의 이슈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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