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게, 메뚜기, 불가사리가 그렇게 생긴 이유 - 생김새의 생물학
모토카와 다쓰오 지음, 장경환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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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괴짜과학자, 주제, 내용, 구성 모든 것이 내 취향이다. 굳이 분류하자면 생물학 서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정말 세상에 없던 책이다. 생김새의 생물학이라고는 하지만 지구상 동식물 전체를 아우르지도 않고 특별히 비지니스나 일상생활이나 번듯한 교양지식이랑은 전혀 무관하고 어디 도움이 될 만한 정보도 아닌 산호초, 곤충, 소라, 불가사리, 해삼, 멍게, 사지동물의 생김새에 대한 깊고 밀도있는 생물학 책이다.


그냥 딱 나같은(?) 사람이 환장할 책이다. 책의 내용은 B급이 아닌 A+++이지만 이런 책을 읽고 있는 내 모습, 캐릭터가 B급이 되어버리는 멋진(?) 책이다. 한가지 B급 요소가 있다면 각 챕터마다 저자가 자작곡한 이상한 가사의 악보가 실려있는데 그 곡들은 저자가 도쿄공대에서 강의를 하고 수업시간 끝에 다 같이 노래한 그 시간에 다룬 동물의 찬가들이라고 한다.^^


혹시나 어린이에게 과학에 호기심을 느끼게 해주려는 목적이나 책 내용을 99% 이해해야 직성이 풀리는 독서가들에게는 비추다^^ 나한테는 그냥 6~70%정도 이해하면서 재밌게 읽고 즐기는 책이었다.

왜 어떤 동물은 길쭉하고 어떤 동물은 둥글까?

불가사리의 팔이 하필 다섯 개인 이유는?

껍데기가 딱딱한 성게는 어떻게 성장할까?

벌은 어떻게 날개를 빠르게 진동할까?

조개는 무슨 힘으로 껍데기를 꽉 다물까?


깊은 사색과 함께 하려는 의도의 책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이런 류의 책에서 색다른 생각에 빠져들게 되고 의외의 영감과 지혜를 얻게 되는 매력이 있다. 과연 동물들은 이성적인 인간이 보기에 생각하는 지옥같은 약육강식의 세계에 살고 있는게 맞는가? 이성적이라고 자부하는 인간들끼리만 아둥바둥 약육강식 아닌가라는 생각, 지금 지구상에 동식물들, 곤충, 해삼, 말미잘에 미생물까지도 수억년을 같이 진화해온 상태라는 사실, 우리가 지금 저 미물에서 진화한 최고의 존재는 아니란걸...   



살짝 이 책에 나오는 단어나 문장들의 난이도를 맛보여준다면…

자포동물문, 극피동물문척삭동물문, 피자식물과의 공진화, 각피는 베니어 구조, 갈충조가 얻는 이익, 소라 껍데기는 로그나선, 개펄 조개잡이로 여과섭식의 성공, 캐치의  분자 매커니즘, 움직이지 않는 생물은 방사대칭, 해삼의 체벽, 견대와 요대의 차이, 멍게의 여과섭식


벼룩은 점프할 때 뒷다리를 사용한다. 뒷다리가 가슴과 접속하는 관절을 잠가서 다리를 먼저 움직이지 않게 한다. 그리고 흉부의 배복근을 수축시킨다. 그러면 흉부의 골격이 압축되어 각피와 레실린의 탄성에너지가 축적된다….


그리고 난 환생을 안 믿지만 다음 생에는 해삼으로 태어나고 싶다.

해삼이 영양분으로 삼는 것은 모래알 사이에 들어 있는 유기물이나 모래알 표면에 나있는 생물막이다. 그래서 단순히 모래알을 먹고 산다. 모래는 도처에 있고 다른 동물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기 때문에 마음껏 먹을 수 있다. 해삼은 모래 위에 산다. 과자로 만든 집에 사는 것과 같다. 포식자에 대한 걱정도 없어 도망갈 걱정도 먹이를 찾아 우와좌왕할 필요도 없다. 근육도 필요없고 그래서 에너지도 거의 필요하지 않다. 지상 천국에 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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