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의 철학 - 2019 청소년 교양도서 선정
송수진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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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대한민국 일반적인 20대 30대 을의 인생을 살아온 작가가 쓴 철학 에세이 <을의 철학>을 읽었다. 에세이라고 하면 깊이가 얕을거 같다면 이건 그냥 철학책이다. 정말 작정하고 철학을 공부하고 여러 유명한 철학자들을 연구하고 인용해서 쓴 철학책이다.


이 책이 맘에 들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전공으로 정식으로 배운 철학이 아닌 저자가 자진해서 책을 찾아서 철학 공부를 시작하고 학문적 계보를 이어야 할 의무도, 그럴만한 스승이나 선후배도 없이 형이상학적 접근이나 학문적 독해가 아닌 ‘을의 언어’로 쓴 철학책이란 것이다. 철학이 밥이자 물이고 목숨이었던 다급함이 만들어낸 삶의 언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사례는 저자의 실제 경험담이다. 식품회사의 비정규직 영업 사원으로 점주에게 밀어내기를 강권하며 지옥 같은 생활을 하다 회사 생활로 푼푼이 모은 돈마저 금융사기로 날려버리고 시련을 버티며 철학을 공부한 것들을 책으로 쓴 것이었다. 저자는 밥을 먹고 물을 마셔야 살 수 있는 것처럼 도서관에 박혀 마르크스를, 니체를, 알튀세르를, 들뢰즈를 읽어나갔다고 말한다. 책은 그렇게 철학을 통해 느낀 해방감을 적어나간다.  


책의 구성을 보면 첫장 <나는 왜 하필 자본주의 사회에서 태어난 것일까?>에서 자본주의도 역사의 과정일 뿐이고 마르크스가 책을 쓴 이유, 마르크스에 대한 오해, 마르크스와 니체가 세상을 읽는 방법, 자본주의에서도 공생하는 마르크스식 해법 등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가장 인상적인 챕터는 <3장. 반자본주의적 삶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였다. 백수여서 좋았던 점 소비하지 않을 자유, 붕괴되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 문제는 돈이 아니다등의 이야기를 한다. 그 외에도 4장. 오늘 내가 비루하다는 걸 안다는 것, 5장. 왜 나는 자유를 원하는가, 6장. 어떤 충동까지 버틸 수 있는가, 7장. 나 자신에게 착하게 살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옥 같은 뼈 때리는 대목들이 많았지마 그 중에서 몇가지를 발췌하자면


동양철학에서는 삶과 우울을 분리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유리되지 않고 공명한다. 《동의보감》 은 더 단순하게 말한다.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존재 자체가 질병이라고, 삶은 누구나 아픈 채로 가는 거라고. ‘생로병사’가 한 단어인 것처럼 말이다.


청년들에게 당신이 취업난이라고 믿으니까 스스로 위축돼서취업이 더 안 되는 것야 그러니 해결책은 있다고 간절히 믿어야 해라고 말하는 게 과연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실업의 관념을 없앤다고 실업이 사라지지 않는다. 문제의 본질은 현실에 대한 안일한 망상이 아니라 빈곤을 양성하는 사회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그 현실에 맞서 개혁을 이루자는 게 마르크스식 유물론이다,




철학은 결국 세상을 보는 나만의 관점을 형성한다. 스스로를 향한 검열과 증오를 멈추게 하는 것도, 나를 둘러싼 세상을 해석하고 나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결국 나의 철학이다. 그렇게 나의 ‘존재’를 깨닫는 순간, 비로소 주변의 타인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나를 미워하는 사람, 나를 사랑하는 사람, 내 곁을 스쳐 가는 모든 이들의 삶 역시 그들의 철학 안에 있었다.


마지막으로 정말 공감되고 앞으로 내 삶의 중요한 지표가 될 문구를 발췌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에게 중요한 건 시간이라는 사실이다. 야근이 많은 일을 하고 있다면 이직을 고민하자. 생계 때문이라면 소비를 줄여서라도 시간을 벌어야 한다. 다시 자기만의 생산수단을 확보할 시간이 필요하다. 폴 라파르크가 말하길 임금 노동자의 시간은 돈이다. 그가 잃어버리는 일 분 일 분은 자본가가 훔치는 도둑질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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