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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무에 오릅니다 - 여성 생물학자의 삶과 모험
마거릿 D. 로우먼 지음, 유시주 옮김 / 눌와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여러분이 책을 읽으며 나무에 대한 사랑을 함께 나누고 한국의 다음 세대를 위해 숲을 보전하는 데 보탬을 줄 거라 확신합니다’ 이 책의 저자가 한국의 독자에게 보낸 메세지다. 나 역시 숲과 나무를 좋아하고 등산을 좋아한다. 그런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나름 이런저런 책들을 많이 읽다보니 항상 새롭고 신선한 소재의 책들을 찾는데 눌와출판사는 항상 그 기대를 충족시킨다. 열대 우림에서 펼쳐지는 동식물들의 독특한 생존 방식과 그 세계를 탐험해 온 여성 생물학자 본인의 이야기를 직접 적은 에세이면서도 자연과학서적도 될 수 있는 책이다. 바로 떠오르는 책이 작년쯤 베스트셀러로 인기를 끌었던 <랩걸>이다. 거의 쌍둥이 같은 책이면서도 또 다른 개성이 있는, 랩걸이 좋았다면 이 책 역시 좋을 것이다.

숲 우듬지 : 숲의 꼭대기 쪽의 줄기와 가지.
이 책을 읽으며 숲 우듬지란 단어를 알게 되었다. 우듬지라는 순우리말을 알게 해준 옮긴이에게도 칭찬을 하고 싶다. 그리고 이 책은 단순히 숲 우듬지에 대한 것이 아닌 숲우듬지와 연관된 모든 생태계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숲우듬지는 접근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수백 년 동안 과학적 연구의 손길이 닿지 못했던 세계였다. 저자인 마거릿 D. 로우먼은 숲우듬지 연구의 선구자로서, 나무를 직접 기어올라야만 했던 시절부터 현재까지 활발하게 숲우듬지 연구에 힘쓰고 있다. 그 덕분에 대부분의 접근 기술을 시험 가동했으며, 탐사 장비의 발전 과정을 현장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저자는 열대림의 숲우듬지에서 독특한 방식으로 생명을 이어가는 온갖 동식물의 생태를 꼼꼼히 기록했다. 또한 정글 속에서 겪은 모험담은 물론이고 육아와 연구를 병행해야 했던 여성으로서의 고충을 생생하게 담았다.

책의 초반부는 호주우림의 숲우듬지 경험이 나오고 여성과학자로서의 삶과 일상, 연구활동 그리고 숲과 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이어진다. 그러다 밀림이 아닌 갑자기 바다이야기가 나온다. 그건 바로 산호초들을 탐사하는 이야기, 바다 속 숲이야기였다.
애벌레들은 숙주식물의 가지 위 또는 근처에서 절대로 떨어져서는 안된다. 숲속에 사는 풍뎅이 애벌레들은 새들이 날아오를 때 또는 바람이 잎을 흔들어 댈 때 숲우듬지에서 우수수 떨어져 내리기도 한다. 이런 경우 자신들이 원래 머물던 곳으로 돌아갈 능력이 없는 수천마리의 애벌레들은 결국 죽고 만다.


연구 생활을 하다 임신하고 출산을 한 경험도 이야기 한다.
나는 한 가지 대단한 일을 해냈다. 가문의 상속자이자 미래의 농부가 될 두 아들을 낳은 것
지상최대의 제비뽑기라는 아주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의 챕터도 있는데 그건 숲우듬지에서 태어나 세상으로 퍼져나가기 위해서 즉 씨앗들이 당첨 되려면 어려운 5단계의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완수해야된다는...,숲 바닥까지 안전하게 떨어지고 발아에 성공하고 떡잎 단계를 무사히 넘기고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기회를 통해 빛을 받음으로써 나무로 자라는 그 어려운 단계들에서 모두 성공해야된다는...
내가 지금까지의 인생 여정을 통해 획득한 가장 뜻깊은 통찰은 불평을 하든 소리를 지르든 똑같은 힘이 들지만 그 결과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다르다는 사실이다. 불평하는 대신 소리 지르는 법을 배우라 그것이 내가 배운 가장 값진 가르침이었다.


특히 저자가 좋아하는 나무는 무화과나무다. 이 나무는 다른 나무들과 달리 숙주 나무에 싹을 틔우고 위에서 아래로 자라며, 그러한 방식으로 자기 입지를 성공적으로 확보한다. 저자는 ‘과학 하는 여자’로서 무화과나무를 통해 위안을 얻었다고 고백한다.

“이 나무는 불굴의 의지와 독특한 생존 방식으로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열대 우림 속에서 자신이 뿌리 내릴 공간을 확보해 나간다. 다른 나무들과 달리 위에서 아래로 뻗어 나가는 무화과나무의 능력은 늘 소중한 가르침으로 느껴졌다. 남들이 덜 간 길로 가면 또 그 나름의 이점이 있다는 가르침. 현장생물학을 하는 여성으로서 나는 그러한 진실을 새삼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