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주광첸 지음, 이화진 옮김 / 쌤앤파커스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난 평소 중국의 고전들을 싫어했다. 논어 맹자 손자병법 심지어 삼국지도 이젠 깝깝하다. 고리타분하다고 해야하나? 지금 현대사회에 꼰대같은 조언질 같았다. 하지만 지금 바로 이 책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는 여태까지 읽었던 어떤 중국 책보다고 인상깊었고 내용에 동의하고 몰입해서 읽은 책이다.


이 책의 저자 주광첸은 솔직히 유명하다고는한데 나는 처음 들었다. 동북아를 대표하는 ‘100대 한중일 고전’ <시론>의 저자이자, 오늘날 중국 현대 미학계의 거장으로 손꼽힌다고 한다. 이 책은 일본의 중국 침략이 노골화되었던 1932년, 주광첸 선생이 청년들을 위해 쓴 열다섯 통의 편지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책이 출간되었던 해가 1932년이란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지금 현재 세상에도 적용되는 논리였고 세련된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전쟁통에 아름다움을 논하였다는 것도 놀라운 점 아닌가 싶다.

또한 편지를 쓴게 이정도면 맘먹고 책을 쓰겠다하고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름다움은 그것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을 때만 볼 수 있다.”

감정이 메마른 사람은 모든 사물에 흥미가 없다. 그저 평생 배부른 돼지가 되려 할 뿐 흥미를 추구하지 않는다. 감정이 풍부한 사람은 예술가이며 감정이 메마른 사람은 속인이다. 감정이 풍부한 사람은 삶이 아름답고 풍요롭다. 인생의 예술화란 아름답고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는 자세다. ‘흥미롭다’는 이 자체가 감상이다. 삶을 알고자 한다면 주변의 수많은 사물을 느끼고 감상하라. 감상은 목적이 없는 행위를 즐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감상을 할 때 사람은 신처럼 자유롭고 부유하다.

지금 우리 한국 사회의 꼰대들이 이런 마인드였다면 지금 같은 심각한 사회갈등이 문제되었을까?


우리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인생을 바라보지 못한다. 나이가 들수록 감정이입이 어렵고, 사물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진다. 현실과 이상의 벽이 점점 높아지며 세상은 더욱더 무미건조하게 느껴진다. 인생은 넓은 의미의 예술이고, 각자 삶은 우리 자신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예술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같은 돌을 가지고 위대한 조각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제대로 다루지도 못하는 사람이 있듯이. 이는 돌을 다루는 사람의 소양에 달려 있다. 삶을 이해하는 사람은 예술가이고, 그의 삶은 예술 작품이 된다. 삶을 이해한다는 것은 주변의 수많은 사물을 느끼고 감상하며, 감정을 풍요롭게 하는 일이다.


‘미감’이란 무엇인가? 능동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미감은 이미지에서 비롯된 직감이고, 이러한 이미지는 독립적이며 현실적인 삶과는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다. 심미적 경험 가운데 자신과 사물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았고, 자신의 감정과 사물의 형상이 서로 교감할 때 진정한 미의 이미지를 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극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미감은 의지와 욕망이 수반되지 않으므로 실용적 태도와 다르며, 추상적 사고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과학적 태도와도 다르다. 보통 사람들은 쾌감과 연상, 고증과 비평을 심미적 경험으로 여기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큰 착각이다. _90쪽



시의 생명은 시인 개인의 능력만으론 유지할 수 없다. 독자의 도움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시를 보면서 독자의 상상력과 감성, 그 생명력이 계속해서 생성될 때 시의 생명도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다. 시의 생명력은 시가 한 번 완성되었다고 해서 불변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예술 작품이 다 마찬가지다. 창작이 없으면 감상은 불가능하다. 창작은 감상을 포함하고 있지만 감상이 창작의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 감상은 단지 하나의 느낌을 보여주는 것이다. 창작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러한 느낌을 외부로 표출해 구체적인 작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느낌을 외부로 표출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타고난 재능과 상당한 실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_11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