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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아이들 - 북한 어린이와 함께한 남북 의료협력 16년의 기록
김진숙 지음 / 북루덴스 / 2018년 11월
평점 :
평화의 아이들
북한 어린이와 함꼐한 남북 의료협력 16년의 기록
북한의 아이들은 우리 아이들입니다
이 책을 처음 접하고 처음 든 생각은 이명박근혜 정권 시절 남북관계가 얼어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그 시절에도 꾸준히 북한에서 봉사를 했던 분이 계셨나? 였다. 이 책은 보건복지부 남북 보건의료협력 담당자인 저자 김진숙가 엄마의 마음으로 기록한 16년 동안의 남북 의료협력 이야기다. 문든 슈베르트, 테레사수녀가 연상될 정도의 실제 있었던 팩트, 실화, 다큐멘터리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 김진숙은 이 책에서 북한 어린이, 남북 보건의료 실무협상, 북한의 의료 시스템, 남북 협상 담당자로서의 고민과 아쉬움을 생생히 기록하고 공직자로서 책무 외에도 북한을 이십여 차례 방문하면서 우리가 잘 몰랐던 북한의 의료 현실을 세세하고도 정확히 기록한 데다, 우리가 할 수 있으며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여러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진솔하게 밝혔다.
독자에게 이 책은 그저 불쌍한 아이들을 도와준 따뜻한 감성스토리가 아닌 왜 북한의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인지 절실히 느끼고 북한의 현실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판단 할 수 있는 책이었다.

우선은 저자 김진숙에 대한 이야기부터 빠트릴 수 없다. 구로동에서 노동자의 건강의료를 지원하던 약사였다. 2001년 미국을 방문한 저자는 AFSC라는 봉사단체를 방문하게 되었는데, 우연히 그곳에서 ‘고난의 시기’였던 당시의 북한 아이들을 사진으로 접한다. 그 이후, 북한 어린이는 김진숙의 평생 화두가 되었다. 한국으로서 돌아온 김진숙은 민간단체인 북한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를 찾아가, 아이들과 함께하기 위한 자원봉사자가 되겠다고 자청한다. 2002년 지원본부에서의 평양 방문을 시작으로 김진숙의 16년간 긴 여정이 마침내 막을 연다.

“그러나 2008년부터 모든 상황은 달라졌다. 전임 대통령의 정상회담 또는 합의 사항들은 금기어가 되어 거론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웠고, 후속작업도 흐지부지되었다. 2010년 나는 북한 업무에서 다른 업무를 하는 부서로 이동했다. 그래도 북한은 계속 내 머리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어느날, WHO 영유아 지원사업 평가회의에서 받은 4~5년 치 회의 자료와 내가 추가로 요청해서 얻은 북한 관련 자료들 위에 먼지가 쌓이는 것을 보면서 저걸 정리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느꼈다. 북한 연구자들은 언제나 북한 관련 자료들을 얻기 위해서 북한 이탈주민도만나고, 북한-중국 접경 지역을 답사하기도 하는데 나는 공직에 있으면서 편하게 얻은 자료들을 방치하고 있는 게 큰 죄를 짓고 있는 것 같았다.”
“전문가들은 예방접종은 한 나라의 감염병 예방을 위한 조치로 가장 비용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북한 아이들에게 백신을 지원한다는 것은 아이들을 감염병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남한 주민들을 간접적으로 보호하는 조치이기도 하다. 예방접종을 한 아이들은 간염이나 홍역, 결핵 등에 이미 면역을 가진 상태이기 때문에 탈북해서 남한에 입국하더라도 그만큼 남한 주민을 감염시킬 확률이 떨어진다. 그리고 통일이 되어 남북한 아이들이 섞일경우 남한 아이들의 백신접종률이 높더라도 북한 아이들이 백신접종이 되어 있지 않다면 평균 백신접종률이 급격히 떨어져서 감염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렇게 바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성과와 의의가 큰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2016년 1월 4차 핵실험으로 현재 모든 사업은 정지 상태이다. 2015년 12월 250만 명에 대한 1차 접종이 끝난 이후우리는 2차 290만 명의 백신을 전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2018년 5월 현재도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평화의 아이들』은 약사, 민간단체 활동가, 그리고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된 저자가 북한 어린이에 대한 소명의식, 자연인으로서 공직자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려 한 분투기이기도 하다. 저자에게 북한은 가슴으로 느껴지는 ‘마음 한 켠에 있는 나라’였다. 저자는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의 활동가로 평양을 방문해 원료의약품과 제약장비 지원사업을 벌여 비타민 10만 정이 쏟아지는 현장을 눈물을 훔치며 지켜보기도 했고, 왜 북한이 의료분야에서 스스로를 ‘정성의 나라’로 부르는지도 체험할 수 있었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그녀는 여러 차례 개성을 방문하면서 개성공단 남북한 진료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나갔는데, 이를 통해 그녀는 이념적 경계에 의해 그어진 사람들의 장벽이 어떻게 허물어져야 하는지, 그것이 어떻게 한 발자국씩 나아가야 하는지를 기쁘게 느꼈고, 결국 사람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지닌 깊은 의미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