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아주 인상깊게 관람했고 그러고 QUEEN의 음악을 며칠 밤낮으로 들었다.
하필 이럴때 이 책을 읽었다. 솔직히 이 책의 저자 김목인은 퀸과 프레디머큐리에 비하면...
음악은 사실 절대적인 순위나 상하 뭐가 위고 아래고 레벨을 평가할 수 있는건 아니다.
최소한 영화상으로는 퀸과 프레디머큐리는 천재적인 재능으로 하늘이 내려준 영감으로 전세계를 열광시켰다.
김목인의 음악은 어떤 면에서 좀 심심하고 소소하다. 물론 그것이 매력포인트이기도 하다.
내 인생도 그런가싶다. 대단한 업적은 없을것이고 특별한 영감이나 철학이 녹아든 영혼을 불태운 결과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직업으로서의 OOO은 뭐가 되었든 지속될 듯 하다.
그나저나 이 책 제목 혹시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작가>란 책의 오마주인가?

이 책의 저자 김목인은 작곡가, 싱어송라이터. 밴드 캐비넷 싱얼롱즈의 멤버로 음악을 시작해 현재는 자신의 이름으로, 또 [집시앤피쉬 오케스트라]의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리틀 팡파레」(캐비넷 싱얼롱즈), 「음악가 자신의 노래」, 「한 다발의 시선」, 「콜라보 씨의 일일」 등의 앨범을 발표했고, 문학에 대한 애정으로 글쓰기와 번역 작업도 병행해 오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공저), 『22세기 사어 수집가』(공저), 옮긴 책으로는 『다르마 행려』, 『Howl: 울부짖음 그리고 또 다른 시들』(공역), 『리얼리티 샌드위치』, 『한결같이 흘러가는 시간』, 『강아지 책』, 『고양이 책』 등이 있다. 음악가라는 직업의 일상을 보여 주고 있는 이 책은 3집 앨범 「콜라보 씨의 일일」 녹음이 있던 2017년의 풍경을 담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mHx4NybWgQ

이 책은 저자의 직업인 싱어송라이터에 대한 이야기들로 시작된다. 가수들의 1월은 비수기라는 설명부터 앨범적 사고에 대한 저자의 단상, 메모에서 노래로 발전시키는 작업 이야기들이다.
두번째 장에는 저자의 공연에 대한 이야기들 에피소드들 그와 관련된 소소한 단상들에 대한 글이었고 뒤풀이와 앙코르에 대한 음악가로서의 철학(?) 을 설파한다.
중반부에는 작은가게로서의 음악가라는 자신만의 가수생활 철학을 이야기하고 그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평범한 가수들의 애환과 일상에 대한 이야기다. 후반부로 갈수록 구체적인 음악작업 이야기와 새앨범의 작업일지가 공개된다.

이러쿵저러쿵 소소한 에세이 같은 글을 읽다보면 화려한 스타로서의 음악가가 아닌 일반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생활인으로서의 , 직업으로서의 음악가들에 대한 실상과 애환에 공감하며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역시 사석이나 노래방에서 가수로서 기본이 안 되어 있다는 놀림을 들을 때가 종종 있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이 어느 정도 가수이기 때문에 모름지기 가수라면 어느 정도 고음을 낼 줄 알아야 한다든지, 어느 정도의 쇼맨십을 가져야 한다든지 하는 기준이 있는 것 같다. 그 앞에서 아무리 싱어송라이터가 어떤 직업인지 주절주절 설명해 보았자 소용이 없다.
공연 전 긴장을 푸는 다양한 모습들(그리고 부작용들)
· 어딘가 조용한 곳에 혼자 가 있는다(스태프들이 찾느라 긴장한다).
· 공연장 근처를 산책한다(역시 스태프들이 긴장).
· 대기실 전체에 미리 긴장을 한껏 드러낸다(다른 공연자들이 긴장하기 시작한다).
· 객석에 가서 앞 팀 공연을 본다(그냥 계속 관람하고 싶어진다).
· 수다를 떤다(목이 쉬거나 무대에서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다).
· 독한 술을 작은 잔으로 마신다(습관이 된다).
· 화장실에 들락거린다(관객과 미리 인사를 나누게 된다).
· 오늘은 나를 위해서 연주하자고 마음먹는다(생각만큼 잘 안 된다).

나는 앙코르가 공연의 들뜬 기분과 공연 후의 허전함 사이를 부드럽게 연착륙시켜 주는 기능을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툭 끝나고 바로 퇴장을 하게 되면 관객들도, 공연자도 그 심리적 허기를 안고 나가게 된다. 그러면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풀게 된다.
[작은 가게로서의 음악가]는 몇 년 전까지 내 머릿속에 자주 맴돌던 개념이다. 이 비유가 음악가라는 내 직업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고 생각했다. 음악가는 개인인 것 같지만 가만히 보면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가게에 가깝고, 다만 그 가게가 투명해 보이지 않을 뿐이라는 논리.

누군가는 예술을 어떻게 [장사]에 빗댈 수 있냐고 스스로를 초월적인 위치에 놓을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게으른 예술은 상술이나 마찬가지고, 정성이 깃든 장사는 예술이나 마찬가지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 고정관념 속 음악가의 이미지를 유쾌하게 뒤집는다. 보통 음악가라고 하면, 길을 걷다 악상이 떠올라 작업실로 곧장 달려가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거나, 공연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동료들과 음악을 신나게 틀어 놓고 몸을 내민 채 환호성을 지를 것만 같다. 하지만 이 책에서 묘사되는 싱어송라이터의 일상은 고독하고 자유분방한 아티스트들의 모습과는 딴판이다. 편곡 스케줄을 기다리며 딸아이가 색종이와 스티커로 뒤덮어 놓은 작업 노트북을 치우거나, 보트 위에 앉아 한 손에 기타를 부여잡고 물살을 가르며 강 건너 공연장을 달려가거나, 또는 진척 없는 곡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캐리어를 끌고 을지로의 한 허름한 호텔로 비장하게 들어서기도 하고,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을 어린이집 원장님한테 들킬까 봐 전전긍긍하기도 한다. 게다가 저자가 한창 노래를 쓸 때는 우렁찬 피아노 소리 같은 것은 들릴 일도 없다. 가사를 고치고 다시 타이핑하는 일이 전부라 필요한 것은 그저 프린터와 A4 용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