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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개비 정원 - 재미동포 화가 한순정 그림 에세이
한순정 지음 / 오르골 / 2018년 10월
평점 :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에세이와 그림 그 둘 최고의 조합을 보여준 책이었다.
평소 일러스트나 만화, 사진, 삽화들이 어우러진 에세이들을 가장 즐겨 읽었는데 이번에 읽은 <바람개비 정원>은 저자의 소중한 예술혼을 불태운 결과물들이 수록된 책이었다.

또한 에세이 글도 인상깊었지만 책의 재질과 수록된 작품들의 퀄리티는 정말 소장하고 싶고 책장에 꽂아놓고 싶은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한 사람이 어떤 경로로 살아가건 그 흔적은 사라지지 않고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것이다.

이 책은 82세의 재미동포 화가 한순정님의 자서전이자 작품집이다. 자서전이라고 해서 훌륭한 위인처럼 부풀려져 부담스러운 위인전 자랑일색이 아닌 따뜻한 에세이 같은 느낌의 글들이었다.
화가 한순정은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예술과 함께했고 구도자처럼 정진하는 모습이 감동적인 한편의 대하드라마를 연상시키게 했다.




평생을 그림과 함께 살아온 화가의 대표작 73편과 자전 에세이가 실려 있다. 유화, 판화, 종이엮기(페이퍼위빙), 종이접기 등 미술 작품들은 한 사람의 작업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다채롭다. 4개의 장으로 나뉜 글에서는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겪어낸 세대 특유의 치열함이 느껴진다. 책 말미에는 작가연보와 다른 작품들을 더 볼 수 있는 코너들이마련되어 있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6·25전쟁을 겪고 결혼 후 미국 이민을 떠난 저자의 개인사는 마치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처럼 흥미진진하다. 한편 미국 한인 신문에 연재했던 칼럼에서는 모국에 대한 따스한 애정이 전해지고, 미술 관련 이야기에서는 그림 감상법과 판화 작업 노하우 등 소중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6·25전쟁 중에도 화가의 꿈을 놓지 않았던 저자는 원하던 대로 순수 미술을 전공했다. 그러나 1960년대 초 미국에 건너간 후 이민 1세로서 어려움을 겪었고, 가족을 부양하느라 어쩔 수 없이 상업 미술에 발을 담가야 했다. 또 노년에는 머리를 다친 남편을 10년 동안 돌보느라 힘들었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40대 후반에 다시 판화 공부를 시작했으며, 남편의 보호자 역할을 하면서도 틈틈이 종이접기 등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