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와 장미의 나날
모리 마리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기존에 모리 마리가 생전에 냈던 책이 아니라 번역가 이지수가 오랜 세월 모리 마리의 전집이나 단행본에 실리지 않은 원고를 모아 온것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그리고  몇 개의 키워드로 재편집해서 첫 번째 책으로 '음식'이란 주제로 만든 시리즈 1편 같은 귀한 책이다. 모리 마리의 글도 좋지만 이런 작업을 시작한 이지수 번역가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이미 1987년에 작고한 일본 작가 모리 마리의 일생이 서두에 소개되는 특이한 형식이지만 책을 읽다보면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작가 인생 스토리와 연관된 일상 짧은 글들의 묶음이지만 큰 줄기로 연결되는 에세이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책은  탐식(貪食) 미식(美食)이라는 테마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그 음식이 우리 일상의 빠질 수 없는 포인트란걸 증명해준다. 


"보통 콜라는 목이 마를 때 벌컥벌컥 마시지만 나는 너무 맛있어서 레몬 서너 방울과 벌꿀 용액 두세 방울을 넣어 아껴 마신다.  찬 홍차 쪽이 물론 기품은 있지만 나쁜 이성의 매력에 한번 반해본 사람이 기품 있고 수려한 반려자로는 더 이상 성에 차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이 무엇인지 분명히 말할  있는 사람은 자기 삶을 결코 진흙탕으로 만들지 않는다설령 그것이 남들에게는 진짜 사금이 아니라 구리나 운모라 하더라도 정신적 귀족은 틀림없이 공상의 세계에서 찬란한 금빛을 확인할 것이다그리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모리 마리를 부러워해야  진짜 이유다. 


별 것 아닌 담백한 에세이 같지만 행복하고 아름다운 세계는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멋대로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그런 일을   있는 영혼을 소중히 가꿔야 하고 그런 영혼이야말로 세상을 아름답게 살아가기 위한 필수품이다. 

모리 마리는  번의 이혼에 가난한 살림집은 정리가   바닥이 보이지 않고 여기저기 방치한 꽃들은 저절로 드라이플라워가  지경주변 사람들은 걱정으로 밤잠까지 설치는데정작 본인은 무사태평 장미꽃이 새겨진 화려한 찻잔에 홍차만 달여 마시고 있다남들의 시선이나 평가와 상관없이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는 바로 일본의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모리 마리다.


  나쓰메 소세키와 쌍벽을 이루는 대문호 모리 오가이를 아버지로  휘황한 이력을 가진 모리 마리지만인생은 결코 쉽거나 아름답지만은 않았다그러나 그는 화려했던 과거와 초라한 현실을 비교해 좌절하는 대신맛있는 것을 먹고 요리를 하거나홍차  잔의 여유와 장미  송이의 사치를 즐기는  자신이 취할  있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들로 삶을 채워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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