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심장
진주현 지음 / 더시드컴퍼니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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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먹는 염소> 진주현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과제 1 지정한 책에 나오는 예술가든 철학가든 그들의 연결고리를 모조리 찾아오도록


과제 2 이번에는 어떤 예술가의 말도, 생도 들먹이지 말고 예술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피력할 것. 한 줄도 상관없다.


가끔 이런 류의 소설을 읽고 싶을 때가 있다. 그보다 이런 류의 소설을 우연히 맞닥뜨릴때의 재미도 만만치 않다.

누군가는 피부가 괴사될 정도의 손 씻기로, 누군가는 멈추지 못하는 숫자 세기로, 또 누군가는 문단속 확인과 저장 강박으로, 뿌리 깊은 불안감과 죄의식을 씻어내기 위한 이 반복적 행동은 실은 그들이 세상에 타전하는, 한없이 여리고 더없이 절박한 구조신호에 다름 아니다. 


겨울 안에 얼어붙은 심장은 어떻게 녹일 수 있을까?

진주현 작가 특유의 세밀하고 촘촘한 심리 묘

 

주인공 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도 쉽게 넘길 수 없는  것이 이 소설의 매력이다.

 

84일간의 열병 같은 사랑

 

강박증과 관련된 스토리들이 심리학 서적을 뒤져보게 만든다

 

“당신에게도 마음이라는 것이 있습니까"

페르소나는 그리스 어원으로 ‘가면’을 뜻하며, 영화나 연극에서는 감독이나 작가의 자화상 혹은 분신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소설 속에서 페르소나는 N이 J를 부르는 특별한 애칭이자, N의 아버지가 남긴 ‘출간되지 않은, 출간을 원하지 않던, 집을 떠나고, 집을 그리워하고, 집을 잃은 존재들을 위해 써내고 말았던 행복과 비통의 보고서이며 생의 백과사전’의 제목이기도 하다. 

소설 속 인물들처럼 우리도 삶의 많은 순간을 가면의 페르소나로 살아가곤 한다. 버려져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경쟁에서 떨어져도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여리고 따뜻한 심장을 감추기 위해 차갑고 쓸쓸한 갑옷을 입는다. 그러나 사람들을 강박증으로 몰아넣는 것은 가면의 페르소나이지만, 그것을 치유하는 것 또한 주인공의 페르소나다. 그래서 작가는 비록 가면의 페르소나를 연기하며 살아갈지라도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주인공이었고, 미지의 주인공이며, 또 혼자로도 얼마든지 주인공’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은밀한 협박을 건넨다. 우리는 인간이고, 우리는 좋은 것에 쓰이기 위해 태어났으며, 우리의 작은 시선이 누군가의 생을 구할 수도 있다는 믿음을 잃지 말자고. 즉 우리가 인간임을 잊지 말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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