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반짝이던 순간 - 진심이 열리는 열두 번의 만남
이진순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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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생달도 아닌 아주 얇은 달이 각도에 따라 반짝거리는 표지와 책 제목만 봐서는 이기주 작가류(?) 이쁘고 착한 에세이 책으로 오해 할 수도 있다.

좋은 책의 조건이 읽기 전에 나보다 읽고 난 뒤에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는 책이라면 이 책은 정말 좋은 책이다. 
인터뷰기사를 엮은 책이지만 뜨겁고, 아름답고, 영감을 선사하는 단편소설 12편을 읽는 듯 했다.

이 책이야말로 이 시대 필독 위인전이다. 역사가 평가하니 마니 그딴 논란은 지겹다. 거창한 상징, 영웅 놀음 따위의 시대는 지났다. 세상을 밝히는 평범한 사람들의 반짝임, 촛불 시민 혁명 시대의 주옥같은 이야기들이다. 
한겨례신문 '이진순의 열림'으로 연재했던 인터뷰 기사 중에 12편을 추리고 살을 붙여서 엮은 책인데
초반 세개의 챕터가 김관홍 잠수사의 부인 김혜연,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 최순실국정농단 때의 노태강이다. 책을 펼치자 마자 강펀치 3방 맞고 KO 당해버렸다.
그 뒤로는 강약 조절이 되는 배치로
임순례감독 , 노인구술생애작가 최현숙, 베트남 평화 활동가 구수정, 성소수자부모모임 이은재, 미술가 윤석남, 소설가 황석영, 그리고 채현국 어르신이 대미를 장식한다

김관홍 잠수사의 희생정신과 정의감은 대한민국 꼰대, 속물 머리로는 당췌 이해를 할 수 없으니 그런 어이없는 루머가 돈다.
국내 외상외과 최고 전문가 이국종 교수 "명성? 그런 거창한 건 생각해본 적 없어요. 제가 하는 일은 외국 같으면 외과의사들이 통상적으로 하는 일이고 별 특별할 게 없어요. 저 이거 밖에 안되는 사람이에요, 밖에서도 쓰레기 안에서도 쓰레기 다 절 싫어해요 시끄럽다고 이국종만 없으면 '에브리바디 해피'한데 자꾸 시끄럽게 한다고요"
마지막 채현국 할아버지가 이책의 대미를 장식한다. 최순실이 알려지기 전 2013년 인터뷰인데 소름 끼치는 대목이 있다. 
리더쉽이고 나발이고, 박정희는 리더십도 아녜요. 그냥 독재를 한 거지. 박근혜는 선거를 통해 뽑혔다고 하지만, 나는 특정 세력이 뭉쳐서 박근혜라는 배후를 만들어낸 거라고 봅니다. 박정희의 환상을 이용해 먹으려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를 앞세워서 리더쉽이라고 조작을 한 거지, 난 박근혜가 실체는 아니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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