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 인 더 스쿨 라임 어린이 문학 46
오선경 지음, 불곰 그림 / 라임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에 책 표지를 딱 봤을 때 동화책답게 알록달록하니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표지에 그려진 아이들 표정이 심상치 않다. 정글 인 더 스쿨. 학교에서 ‘정글’이 왜 나오지 싶었는데, 정글은 초등학교 교실을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추천의 말과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이 책은 ‘학교 폭력’에 관한 이야기다. 동화책이지만 쉽지 않은 주제다.


동화는 전학생인 ‘나(다인)’의 관점에서 교실 내 아이들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다인은 교실 속 아이들의 권력관계를 정글에서의 포식자-피식자 관계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최상위 포식자(사자)-중간 포식자(하이에나)-피식자(초식동물). 너무나 와닿으면서도 섬뜩한 비유다. 초식동물은 언제 사냥감이 될지 모르기에 사자와 하이에나를 피하거나 최대한 부딪치지 않아야 한다.


교실에서 이유도 없이 괴롭힘을 당하는 사냥감이 된 아이는 피나연. 다인은 나연이 계속 신경 쓰이지만 애써 외면한다. 그 유치하고 잔인한 굴레에 휘말리고 싶지 않으니까. 아마 대부분의 학생이 다인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을까? 다인은 나연에 대한 지속적인 괴롭힘을 목격하면서 점점 불편한 마음을 느끼게 되고 나연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하지만 다인에게 돌아온 건 나연의 싸늘한 반응. “네 일 아니잖아. 상관하지 마.”


그러던 어느 날, 다인은 화장실에서 누군가 우는 소리를 듣고 화장실로 들어간다. 바닥에 쪼그려 앉아 울고 있는 나연. 얼굴이 눈물범벅인 채로 이렇게 말한다. “나 좀 도와줘, 다인아.” 이 장면에서 너무도 마음이 아팠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용기를 낸 나연이 대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고통 중에 있을 때는 혼자 속으로 끙끙 앓지 말고 누구에게든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친구이자 동지가 된 두 사람. 나연이와 함께 펑펑 운 뒤로 다인은 왠지 모든 게 별로 무섭지 않았다. 어느 날, 이번에는 다인이 사자 무리의 사냥감이 되지만, 다인 곁에는 이제 나연이 함께 있다. “괜찮아……?” 나연의 한마디에 다인은 갑자기 코끝이 시큰해졌다. 이런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 본 적 있을 것이다. 애써 감정을 추스르며 참고 있는데 누군가 괜찮냐고 물었을 때 울컥 감정이 복받쳤던 경험. 다인의 마음을 표현한 이 한 문장에 얼마나 공감했는지. ‘내게 괜찮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길 간절히 바랐다.’ 내가 힘든 상황에 처해 있을 때 나를 믿어주고 괜찮냐고 물어보는 단 한 사람만 있다면 우리는 고통에서 벗어날 힘을 얻을 수 있다.


이후 사자(서희)를 비호하던 두 하이에나(지윤, 수민) 사이에 다툼이 발생하고, 이 둘은 서로를 학교 폭력으로 신고하게 된다(학폭 사건에서 서희만 쏙 빠짐). 이 사건을 계기로, 지윤과 수민도 더이상 서희 편에 서지 않게 되고, 서희의 철옹성 같던 지위도 위태로워진다. 학교 폭력에는 영원한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다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었다. 이야기 말미에 수민은 자신이 괴롭혔던 아이들 모두에게 자신의 잘못에 대해 사과한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방에게 용서를 구하는 일은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친구들에게 많은 잘못을 저지른 수민이지만, 이 아이에게도 격려의 말을 건네고 싶다.


작가님이 독자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다음 세 문장이 아니었을까 싶다.

“때로는 다칠 때도 때로는 겁이 날 때도 있겠지만, 적어도 우리는 이제 혼자가 아니다. 내 친구가 넘어지면 내가 일으켜 줄 것이고, 내가 넘어지면 내 친구가 일으켜 줄 테니까. 그거면 충분하다.”


지금 누군가의 괴롭힘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어린이가 이 동화를 읽고 부모님이나 선생님,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기를, 괴롭힘 당하고 있는 친구를 돕고 싶지만 선뜻 나설 자신이 없어 망설이고 있는 어린이가 이 이야기를 읽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길 바란다. 단 한 명의 친구가 괜찮냐고 물어봐 준다면 고통받는 친구는 일어설 힘을 얻을 수 있다.


#정글인더스쿨 #오선경 #라임출판사 #학교폭력 #집단괴롭힘 #집단따돌림 #왕따 #친구관계 #교우관계 #관계맺음 #의사소통 #갈등해소 #어린이문학 #동화 #동화책 #초등고학년 #추천도서 #책추천 #신간 #신간도서 #신간추천


*본 서평은 장미꽃향기(@bagseonju534) 님, 독서여인(@vip77_707) 님을 통해 라임 출판사(@lime_pub)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대한 전환 -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데이비드 C. 코튼 지음, 김승진 옮김 / 가나출판사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원제는 ‘THE GREAT TURNING: From Empire to Earth Community’다. 저자는 제국에서 지구공동체로의 전환을 촉구한다. 이 책 전체에서 ‘제국’은 지배자 원칙에 기초해 조직된 인간관계의 위계적 질서를, ‘지구공동체’는 파트너십 원칙으로 조직된 인간관계의 민주적이고 평등한 질서를 일컫는다.


인류의 문명이 시작된 이후 5천 년간 제국의 역사가 계속됐다. 저자는 문화사학자 리안 아이슬러의 책 <성배와 칼>에 소개된 정착 농경민은 여성성과 연결시키는 생성적 파트너십 권력을 중심으로 사회를 조직했고, 유목 부족은 남성성과 연결시키는 지배자 권력을 숭배하는 사회를 조직했다는 내용에 주목한다. 문명 시대 이전 성배(영성)의 생성적 권력이 칼의 지배자 권력으로 대체되면서 제국의 시대가 탄생했다고 설명한다(제국으로의 전환: 젠더 관점에서의 설명). 남성성-지배자-제국의 원리는 ‘경쟁하거나 죽거나’의 시스템, 권력 지향, 자신의 권리 옹호, 남성성의 지배를 추구한다. 이에 반해 여성성-파트너십-지구공동체의 원리는 협력하고 공생하는 시스템, 생명 지향, 모두의 권리 옹호, 여성성과 남성성의 균형을 추구한다. 5천 년 제국의 병리를 치유하기 위해 문명 시대 이전의 파트너십 모델을 지구공동체의 원리로 계승해야 한다는 의미다.


오늘날 세계의 제국적 지배 계층이 자신의 권력과 특권을 지키기 위해 취하는 행동은 필수적인 사회 시스템과 환경 시스템의 붕괴를 가속화하고 있으며 인간 문명의 생존, 어쩌면 인간 종 자체의 생존까지도 위협하고 있다. 우리는 5천 년간 이어져온 제국의 시대를 끝낼 수 있을까?


저자는 21세기에 제국에서 지구공동체로의 ‘위대한 전환’이 가능한 이유로 네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 인류의 잠재력을 온전히 실현하도록 이끄는 동력이 우리 본성에 내재되어 있다. 둘째, 상당수 사람이 이미 사회화된 의식 또는 그 이상을 달성했다(공공선의 개념과 협력의 필요성 이해). 셋째, 우리는 생태적∙사회적으로 절박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넷째, 전 지구적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의 혁신이 이뤄지고 상호의존성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 즉, 높아진 의식 수준, 전환이 요구되는 절박한 상황, 범세계적 시민운동을 엮어주는 기술 덕분에 창조적인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것이다.


저자는 ‘위대한 전환’을 위해 문화적 전환, 경제적 전환, 정치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그중 문화적 전환을 선행조건으로 본다. 문화적 가치가 돈과 물질적 과잉에서 생명과 영적인 충족으로, 지배-종속 관계에서 파트너십 관계로, 인간의 한계에 대한 믿음에서 가능성에 대한 믿음으로, 차이에 대한 두려움에서 다양성에 대한 환호로 전환되어야만 경제/정치적 전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또 저자는 풀뿌리 리더십에 기반한 시민운동의 자기조직적 과정이 전술한 세 가지 전환을 진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미국에서) 2006년에 출간된 책인데 이번에 우리나라에 번역 출간된 것이다. 한국어판 서문에 보면 책에서는 ‘지구공동체’라는 원리를 제안했는데 현재는 살아있는 지구공동체의 문명을 일컫는 ‘생태문명’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책에 저자가 ‘생태문명’ 보고서에서 말한 ‘인간의 진로를 극적으로 바꿀 수 있는 10년’은 2020년대(2021-2030)라고 나온다. 바로 지금이다. 왜 책이 출간된 지 18년이나 지난 시점에 우리나라에 출간됐을까 생각했는데, 결정적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행동에 나서주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출간하셨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출간해 주신 출판사와 한국어판 서문을 작성해 주신 데이비드 코튼 박사님(현재 87세이심, 책 집필 당시도 이미 69세)께 깊은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


저자께서 다양한 분야에 걸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인류에게 닥친 생태적, 사회적 위기를 진단하고, 지구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지면의 한계와 내 요약 능력 부족 탓에 제대로 정리하기는 어려웠다. 미주 부분을 제외하고도 600쪽을 훌쩍 넘는 ‘벽돌책’이지만 읽기 어려운 내용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꼭 이 책을 읽고 앞으로 다가올 인류의 미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게 되길 바란다.


#위대한전환 #데이비드코튼 #가나출판사 #제국 #지구공동체 #문화적전환 #정치적전환 #경제적전환 #인문교양 #사회학 #추천도서 #책추천 #신간 #신간도서 #신간추천


*본 서평은 장미꽃향기(@bagseonju534) 님, 독서여인(@vip77_707) 님을 통해 가나 출판사(@ganapub1)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시, 세상 끝의 카페 세상 끝의 카페
존 스트레레키 지음, 고상숙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9년 연속 슈피겔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시리즈 합계 1000만 부가 팔렸다는 <세상 끝의 카페> 완결판이다. 이 책은 전편인 <세상 끝의 카페> 10년 후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존’은 ‘세상 끝의 카페’에서 세 가지 질문을 받고 자신의 존재 목적에 대해 심사숙고한 후 전 세계를 여행하는 모험가의 삶을 선택한다. 카페에 다녀간 후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 존이 10년만에 카페를 다시 찾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존이 카페를 재방문하게 된 건 우연이었다. 카페 방문 후 10년이 지난 어느 날 존은 하와이에서 계획도 목적도 없이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서 직감대로 가고 있었다. 사람들 발길이 덜 닿은 곳으로 계속 페달을 밟아 나가다가 존은 갑자기 이상한 데자뷔를 느낀다. 한 번도 와 본적 없는 곳에서 다시 ‘세상 끝의 카페’를 발견하게 될 줄이야. 10년 전 카페를 발견한 곳은 아니었지만 카페 내부, 카페 주인 ‘마이크’와 종업원 ‘케이시’는 그대로였다.


이 책(완결편)에서는 새로운 카페 손님으로 ‘제시카’가 등장한다. 존은 카페 손님이 아닌 제시카를 돕는 역할로 등장한다. 카페에 처음 방문한 제시카는 존이 그랬었던 것처럼 카페의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고 하지만 일일 주방장이 된 존의 권유로 아침 식사를 주문하게 되면서 그날 하루 동안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제시카는 메뉴판 뒤쪽에 적힌 세 가지 질문을 발견하게 된다. 책은 등장인물들(마이크, 케이시, 존)의 이야기를 통해 제시카(궁극적으로는 독자)에게 질문의 의미, 질문과 관련된 삶의 지혜와 통찰을 전하는 것이 주된 골자다.


책에 지혜의 말들이 정말 많이 담겨 있지만 특히 내게 와 닿았던 문장들을 몇 가지 정리해 본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으면, 그걸 할 줄 아는 사람을 찾아서 도움을 청하면 되죠.” (93쪽)

▷ 타인에게 부탁하는 게 내겐 너무 어려워 어떻게든 혼자 해결해 보려고 안간힘을 썼는데 정말 비효율적이고 무모한 행동이다.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너무나 많다. 도움을 받고, 나도 도움을 주면 된다!


“그는 인생의 목적을 파악한다는 생각이 너무 거창하게 생각되면, 작게 쪼개서 다섯 가지부터 시작하라고 했어요.” (111쪽)

▷ 인생의 목적을 파악하는 건 어쩌면 평생의 과제인데 지금 하나로 정한다 한들 그게 최종 목적인지도 알 수 없다. 목표나 계획은 작게 잡고, 여러가지 시도해 보면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가는 게 중요함!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시작하는 거죠.” (114쪽)

▷ 생각만 많은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실행이 중요! 자기계발서에 꼭 나오는 내용이다.


“다른 사람의 꿈으로 내 인생이 충만해질 수는 없어요. 나만의 잣대가 있어야 해요.” (115쪽)

▷ 내 꿈과 행복의 기준은 내가 세우는 것!


“썰물에 있을 땐, 모든 게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부터 뭔가가 날 멀리, 더 멀리 끌어당기고 있는 것 같거든. 하지만 썰물이 있으면 밀물도 있어. 항상 잊기 쉽지만 꼭 기억해야 해.” (200쪽)

▷ 좌절과 절망의 순간에 항상 기억해야 할 말. 곧 밀물이 온다!


소설 속 존은 ‘아하!’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 오면 까먹기 전에 노트에 기록해 두고, 자기 전 거의 매일 밤 공책을 넘겨보는 습관을 갖고 있다. 좋은 에너지가 충만한 상태로 잠들기 위해서다. 소설 말미에 존은 ‘아하!’ 노트의 출판 제안을 받는다. 이건 아마 저자의 경험인 듯하다. 기록이 쌓이면 뭐든 된다. 존에게 본받고 싶은 점이다. 책은 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전편을 읽지 않았어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전혀 없다. 세계적인 영적 사상가이자 천만 독자를 보유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풀어낸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삶의 의미를 되찾는 유쾌하고 아름다운 통찰을 얻고 싶은 분들은 꼭 읽어보시길 추천해 드리고 싶다. 또 ‘끌어당김의 법칙’에 관심 있는 독자분들께도 권해 드리고 싶다.


#다시세상끝의카페 #세상끝의카페 #존스트레레키 #클레이하우스출판사 #자기관리 #성공 #처세 #소설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 #추천도서 #소설추천 #책추천 #신간 #신간도서 #신간추천


*본 서평은 책추천해주는여자_minimi(@choem1013) 님, 장미꽃향기(@bagseonju534) 님을 통해 클레이하우스 출판사(@clayhouse.inc)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생각
곽호순 지음, 봄울 그림 / 몰개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글: 마음 읽어주는 의사 곽호순(@maum._.bom)

∙그림: 마음 그려주는 화가 봄울(@bom._.ool)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외래교수, 영남대학교 심리학과 겸임교수 등을 역임하시고, 현재 정신건강 전문병원 곽호순병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곽호순 박사님의 책이다. 이 책은 곽호순 박사님께서 오랜 경험을 통해 알아내신 마음의 비밀 16가지를 소개하는 책이다.


책 표지가 이런저런 소개 문구도 없이 깔끔하고, 어린아이 한 명이 산길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귀여운 그림이 담겨 있다. 책을 펼쳐보면 글 반 그림 반 아니 그림이 더 많은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그림책인가? 동화책인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글을 읽어보면 동화보다는 시에 가깝다. 책 추천사를 써 주신 두 분(안도현 시인님, 배재훈 박사님)도 책 속의 글들을 ‘시적인 문장’이라고 표현하셨다.


글만 읽는다면 정말 빠른 시간 안에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시적인 문장’이라 하지 않았는가. 나는 평소에 시 읽는 걸 어려워한다. 함축적인 표현에 담긴 깊은 뜻이 무엇일까 한참 생각해 봐야 해서다. 짤막짤막한 문장들로 이루어진 글이지만 바로바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내 속을 나도 모르겠는 마음. 마음에 관한 글이 쉬울 수 있겠는가. 이 책에 그림이 없었다면 나는 또 한참을 헤맸을 거다. 글과 그림의 절묘한 조합이 나를 편안한 독서로 안내한다.


16가지 마음에 대한 글 중 내게 특히 와닿았던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 ‘마음의 핑계’ 중에서

우울할 이유 말고 건강한 이유를 대봐요.

비록 일이 틀어지고 결과가 좋지 못해도 건강한 핑계를 대보는 겁니다.


시험 한 과목쯤 망친 것은 ‘어제는 내가 친구를 만나 너무 놀아서 그래!’라고 이유를 대면 또 다른 가능성이 열립니다.


혹은 ‘내가 출제자 의도를 잘 몰랐어!’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면 우리에겐 또 다른 내일이 남게 되겠죠.


우리에게 가장 아름다운 날은 ‘내일’이고

우리에게는 수많은 내일이 남아 있으니 오늘의 실수에 주저앉지 말아요.


▷ 시험 한 과목 망쳤다고 집에 와서 울고불고 다음 날 시험까지 망치게 만들었던 나. 과거의 잘못에 후회와 자책으로 스스로를 괴롭혔던 나에게 꼭 필요한 처방책, ‘건강한 핑계’ 대기. 잘못된 일은 건강한 핑계로 하루만 실패로 만들고 내일부터는 새롭게 다시 시작할 것!


○ ‘마음의 방어기전’ 중에서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이 여우는

‘그래 저 포도는 분명히 실 거야!’ 이렇게 생각을 해버립니다.


짧은 다리 탓에 ‘못’ 먹는 것이 아니라 포도가 시어서 ‘안’ 먹는 것이 되니까

여우는 상처 없이 맘이 편해져요.


이 방어를 우리는 ‘합리화’라고 해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 ‘그럴듯한 이유’로 포장해버리는 방어기전이죠.


그럼 여우가 ‘내 짧은 다리가 안타까워 그치만 내가 더 노력하면 언젠간 닿을 수 있겠지! 포도 탓은 아니니까’라고 스스로 다짐한다면

‘승화’라는 아주 건강하고 성숙한 방어기전을 사용한 겁니다.


▷ 어떤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에잇, 저건 경쟁률이 치열하니 해도 안 될 거야’라며 시도조차 해보지 않거나, 어떤 일에 관심 갖고 조금 해 보다가 ‘어차피 열심히 해도 안 되겠는데?’라며 쉽사리 포기했던 나. 당장은 맘 편해지자고 ‘여우와 신포도’ 속 여우가 된 적이 많았다. 일단 시도하고 보자! 시작했으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을 보자! 건강하고 성숙한 방어기전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되자!


책을 읽으며 내 마음을 온전히 이해해 주는 사람의 다독임이 느껴져 울기도 했고, ‘그래! 다시 힘을 내 보자!’ 하며 주먹 불끈 쥐기도 했고, 사랑의 위대함을 느끼기도 했으며,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려 보기도 했다. 다 읽었지만 나눔 하고 싶지 않은 책. 학생(중학생부터?)이나 성인 누구나 공감하면서 위로와 치유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시적인 표현으로 생각을 요하는 내용도 있지만 이 책에는 이해를 돕는 ‘그림’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포함되어 있다. 이 책을 통해 그림으로 치유 받을 수 있음을 알게 됐다. 글과 그림을 통해 힐링을 선사해 주신 박사님과 그림 작가님께 감사함을 느끼며, 이 책은 많은 분들이 꼭 소장하셔서 온 가족이 두루두루 자주 꺼내 읽으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마음생각 #곽호순 #봄울 #몰개출판사 #마음 #행복 #위로 #치유 #힐링 #사랑 #에세이 #그림에세이 #치유에세이 #곽호순병원 #마음을보는의사 #마음읽어주는의사 #마음봄 #마음그려주는화가 #소장용책 #추천도서 #책추천 #신간 #신간도서 #신간추천


*본 서평은 장미꽃향기(@bagseonju534) 님, 독서여인(@vip77_707) 님을 통해 곽호순 박사님(@maum._.bom)으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엇을 바라볼 것인가 - 천재들을 이끈 오펜하이머 리더십
박종규 지음 / 터닝페이지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자폭탄의 아버지이자 2차 세계대전 종전 후에는 돌연 핵폭탄을 반대했던 오펜하이머. 오펜하이머에 대해 내가 아는 바는 이게 전부였다. 그런데 ‘모순과 인정을 통해 평범한 물리학자에서 위대한 리더로 거듭난 오펜하이머가 전하는 리더십론!’이라는 책 소개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평범한(?) 물리학자였던 오펜하이머가 어떻게 거대한 규모의 원자폭탄 프로젝트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던 로스앨러모스 연구소 책임자가 되어 국보급 인재들을 훌륭하게 이끌어갈 수 있었을까?


PART 1은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전, 즉 조직의 리더가 되기 전 오펜하이머의 모습을 담고 있다. 천재적 면모를 지녔지만 시기, 질투가 심하고 오만방자했던 오펜하이머의 모습이 그려진다. 나는 PART 1에서 ‘강점탐구’를 설명한 부분에 주목했다. 오펜하이머는 자신을 힘들게 하는 실험 물리학을 포기하고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이론 물리학에 집중하고자 독일 괴팅겐 대학교로 옮기며 자신감을 회복한다. 내가 가진 약점이나 문제점을 어떻게 고칠 것인가를 묻기보다는 내가 가진 강점에 기반해 무엇을 더 할 것인가에 관심을 가진다면,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긍정적이면서 효과적인 접근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 크게 와닿았다.


PART 2에서는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장이 된 오펜하이머의 모습(프로젝트 초창기)을 살펴본다. 오펜하이머는 맨해튼 프로젝트 이전에 대규모 조직이나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경험이 없고 노벨물리학상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프로젝트의 리더로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중책을 맡게 된 순간부터 스스로를 그 역할에 맞도록 철저하게 변화시켰다고 한다(천재 과학자→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 탁월한 리더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노력과 성찰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PART 3은 조직 구성원 모두가 좋아하는 리더가 된 오펜하이머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 파트는 다양한 리더십 이론을 소개한다. 그중 내가 관심있게 읽은 부분은 오펜하이머가 적용했던 프로젝트 진행방식인 ‘퀵앤더티’ 즉 빠르지만 적당한 방식(오늘날 ‘애자일 방식’과 유사)이다. 이런 방식은 문제가 생기거나 변화가 있더라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내가 배워야 할 부분!). 또 저자는 오펜하이머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던 요인은 통합적 사고능력과 통섭적 접근방식에 있으며, 이 통섭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인문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어렵지만 실천해야 하는 인문학적 지식과 소양 쌓기!


마지막 PART 4는 권위적이지 않고 포용력 있는 리더였던 오펜하이머의 모습을 소개한다. 부하직원들이 원하는 것을 알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해 주는 리더십(포용적 리더십, 상황적 리더십), 전시라는 특수 상황에서도 직원들의 웰빙과 워라밸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고, 전통적인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웠던 오펜하이머의 모습 등을 조명한다.


다소 딱딱하고 지루할 수 있는 리더십 이론을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이 가진 서사/캐릭터와 연계하여 설명하고 있어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다. 또 책 속에 ‘Tips for Leaders’라는 코너가 총 10개 포함되어 있다. 이 코너는 다양한 테스트를 제공하여 나의 리더로서의 자질을 판단해 볼 수 있고, 나에게 부족한 요소는 어떤 것인지 파악할 수 있게 해 줘서 유용하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 핵폭탄을 만들었지만 종전 후에는 핵폭탄을 반대했던 오펜하이머. 이런 모순적인 태도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고, 자신이 여태까지 쌓아 온 모든 것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지만 그는 묵묵히 자신이 해야할 일을 했다. 오펜하이머를 보며 자신이 가진 모순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더 나은 사람으로, 훌륭한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는다. 현재 조직의 리더이신 분, 미래에 리더가 되실 분뿐만 아니라 직장인이나 학생 그 누가 읽더라도 큰 통찰과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많은 분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무엇을바라볼것인가 #박종규 #터닝페이지 #터닝페이지출판사 #오펜하이머 #오펜하이머리더십 #리더십 #모순 #인정 #맨해튼프로젝트 #로스앨러모스연구소 #경제경영 #추천도서 #책추천 #신간 #신간도서 #신간추천


*본 서평은 터닝페이지 출판사(@turningpage_books)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