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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 인 더 스쿨 ㅣ 라임 어린이 문학 46
오선경 지음, 불곰 그림 / 라임 / 2024년 6월
평점 :





처음에 책 표지를 딱 봤을 때 동화책답게 알록달록하니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표지에 그려진 아이들 표정이 심상치 않다. 정글 인 더 스쿨. 학교에서 ‘정글’이 왜 나오지 싶었는데, 정글은 초등학교 교실을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추천의 말과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이 책은 ‘학교 폭력’에 관한 이야기다. 동화책이지만 쉽지 않은 주제다.
동화는 전학생인 ‘나(다인)’의 관점에서 교실 내 아이들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다인은 교실 속 아이들의 권력관계를 정글에서의 포식자-피식자 관계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최상위 포식자(사자)-중간 포식자(하이에나)-피식자(초식동물). 너무나 와닿으면서도 섬뜩한 비유다. 초식동물은 언제 사냥감이 될지 모르기에 사자와 하이에나를 피하거나 최대한 부딪치지 않아야 한다.
교실에서 이유도 없이 괴롭힘을 당하는 사냥감이 된 아이는 피나연. 다인은 나연이 계속 신경 쓰이지만 애써 외면한다. 그 유치하고 잔인한 굴레에 휘말리고 싶지 않으니까. 아마 대부분의 학생이 다인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을까? 다인은 나연에 대한 지속적인 괴롭힘을 목격하면서 점점 불편한 마음을 느끼게 되고 나연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하지만 다인에게 돌아온 건 나연의 싸늘한 반응. “네 일 아니잖아. 상관하지 마.”
그러던 어느 날, 다인은 화장실에서 누군가 우는 소리를 듣고 화장실로 들어간다. 바닥에 쪼그려 앉아 울고 있는 나연. 얼굴이 눈물범벅인 채로 이렇게 말한다. “나 좀 도와줘, 다인아.” 이 장면에서 너무도 마음이 아팠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용기를 낸 나연이 대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고통 중에 있을 때는 혼자 속으로 끙끙 앓지 말고 누구에게든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친구이자 동지가 된 두 사람. 나연이와 함께 펑펑 운 뒤로 다인은 왠지 모든 게 별로 무섭지 않았다. 어느 날, 이번에는 다인이 사자 무리의 사냥감이 되지만, 다인 곁에는 이제 나연이 함께 있다. “괜찮아……?” 나연의 한마디에 다인은 갑자기 코끝이 시큰해졌다. 이런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 본 적 있을 것이다. 애써 감정을 추스르며 참고 있는데 누군가 괜찮냐고 물었을 때 울컥 감정이 복받쳤던 경험. 다인의 마음을 표현한 이 한 문장에 얼마나 공감했는지. ‘내게 괜찮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길 간절히 바랐다.’ 내가 힘든 상황에 처해 있을 때 나를 믿어주고 괜찮냐고 물어보는 단 한 사람만 있다면 우리는 고통에서 벗어날 힘을 얻을 수 있다.
이후 사자(서희)를 비호하던 두 하이에나(지윤, 수민) 사이에 다툼이 발생하고, 이 둘은 서로를 학교 폭력으로 신고하게 된다(학폭 사건에서 서희만 쏙 빠짐). 이 사건을 계기로, 지윤과 수민도 더이상 서희 편에 서지 않게 되고, 서희의 철옹성 같던 지위도 위태로워진다. 학교 폭력에는 영원한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다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었다. 이야기 말미에 수민은 자신이 괴롭혔던 아이들 모두에게 자신의 잘못에 대해 사과한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방에게 용서를 구하는 일은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친구들에게 많은 잘못을 저지른 수민이지만, 이 아이에게도 격려의 말을 건네고 싶다.
작가님이 독자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다음 세 문장이 아니었을까 싶다.
“때로는 다칠 때도 때로는 겁이 날 때도 있겠지만, 적어도 우리는 이제 혼자가 아니다. 내 친구가 넘어지면 내가 일으켜 줄 것이고, 내가 넘어지면 내 친구가 일으켜 줄 테니까. 그거면 충분하다.”
지금 누군가의 괴롭힘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어린이가 이 동화를 읽고 부모님이나 선생님,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기를, 괴롭힘 당하고 있는 친구를 돕고 싶지만 선뜻 나설 자신이 없어 망설이고 있는 어린이가 이 이야기를 읽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길 바란다. 단 한 명의 친구가 괜찮냐고 물어봐 준다면 고통받는 친구는 일어설 힘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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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장미꽃향기(@bagseonju534) 님, 독서여인(@vip77_707) 님을 통해 라임 출판사(@lime_pub)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