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먹는 염소
진주현 지음 / 더시드컴퍼니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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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은 유난히도 더웠다. 그 더운 여름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가 너무나 보고 싶고, 아니 인생의 반세기를 보내기에 너무 힘이 들어 엄마의 산소로 달려가 그냥 울면서 가슴에 묻은 엄마를 한없이 바라보면서 조금 특별한 만남으로 가슴 속에 자리하고 있던 작은 상처를 치료하며 여름을 보내고 있다.

커피 먹는 염소

조금은 바쁜 출근길에 꼭 한잔은 먹어야 하는 커피, ' 커피'라는 단어가 우선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렇지만 잠시 고개를 갸우뚱, ' 염소가 커피를 먹는다? ', 의아한 마음을 가득 안고 커피 한잔을 들고 책 속으로 여행을 ~~~

' 바람은 세 마리의 은빛 물고기를 따라 휘돌다 책상 위 물리학 책장을 살며시 몇 장 넘기고 나에게로 다가와 노란색 치맛자락에 살짝 닿는다' -- 14

흉내를 내고 싶어도 결코 낼 수 없는 아름다운 문장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렇지만 조금 지나가니 아픔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 엄마의 죽음', 주인공 유리는 열 살에 엄마를 떠나보내고 몸은 어른이 되어 갈지언정 마음은 그대로이다. 인생의 반세기를 더 살았지만 갈수록 만날 수 없는 엄마가 더 보고 싶기만 하기에 충분히 그 마음이 이해된다. 그런 그에게 같은 아픔을 갖고 있는 어린 보미를 만나게 된다. 그 둘의 만남이 보여주는 일상의 모습이 내 가슴에도 살짝 자리를 잡고 예쁘게 보인다.

이 세상을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의 가슴에 누구나 작은 상처일지라도 상처가 있지 않을까? 그 상처를 가슴에 묻어 두고 아파하는 사람, 누군가와 상처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며 보듬어 가려는 사람등 여러 부류가 있을 것이다. 나도 엄마와의 가슴 아픈 이별을 겪으며 많이 힘들었을 때 '봄이'를 유리가 만난 것처럼 많은 이들을 만나며 아픔을 치유하려고 노력을 했던 기억이 살포시 떠오른다.

아름다운 문장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작은 만남이 서로의 생채기를 보듬는 모습이 인상적인 커피 먹는 염소와의 만남이 행복하다. 커피 한 잔을 다시 음미하며 읽어보려 한다. 내 가슴속에도 작가의 기질이 숨 쉬고 있는지 , 아름다운 문장을 만들 수 있는지, 다른 사람의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을는지,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 이 책과의 만남이 참으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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