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어서 끝까지 읽는 한중일 동물 오디세이
박승규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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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펄벅의 대지를 읽으면서 메뚜기떼에 놀란 적이 있다.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고 몰려오는 메뚜기 떼, 그러고 보면 <초원의 집>에도 메뚜기 떼가 나온다. 이런 메뚜기 떼들은 삼국사기에도 고려, 조선 등에도 자주 등장한다. 특히 조선은 정종의 양위 이유 중 하나가 메뚜기 떼의 출몰이다. 당나라 태종은 ‘차라리 내 오장육부를 먹어라’며 메뚜기 떼에서 큰 놈을 먹어버리자, 메뚜기떼가 사라졌다고 한다. (영웅은 이야기꾼들의 상상력이 만드는 게 아닐까한다.) 지금도 동아프리카나 파키스탄 중국등은 메뚜기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인조반정시엔 호랑이가 나타난다는 빌미로 광해군 반대파들이 착호갑사를 궁 안으로 들여 거사에 활용하기도 했고, 미국 페리제독은 고래를 쫓다 일본까지 오게 됐다.



쥐는 페스트를 몰고 와 유럽에 큰 변화를 주었다.

곰은 겨울에 동면을 하는 것을 보고, 이승과 저승을 연결한다고 믿었다. 곰은 고무, 고마, 웅,웅진, 금강은 곰강, 곰나루 등 우리와 연관이 깊다. 일본은 신사를 지키는 사자 모양 개를 고마이누라 부르며, 아이누족은 곰을 산신령으로 여겼다. 그래서 새끼곰을 잡아 2-3년 키우다 웅제를 지낸 후 잡아먹었다고 하는데, 곰을 다시 고향으로 보낸다는 의미라고 한다. 너무 한 것 아닌가. 똑바로 고향으로 보낼 것이지, 굳이 소화 후에 고향으로 보낸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유럽엔 아르테미스의 아르와 아서왕의 아서가 곰을 의미한다. 베르세르크 또한 곰과 셔츠의 합성어로, 북게르만 전사 중 가장 용맹한 전사를 이르며, 싸울 때 곰모피를 두른다고 한다. 곰은 베어, 베른, 갈색 동물이란 뜻도 갖고 있으며, 베어울프는 곰과 인간의 결합, 베를린은 새끼 곰, 스위스 수도 베른은 그 지역에 곰이 많았고, 곰과 싸워 이뤘기에 베른이 되었다.

단군은 고종때까지 국조였으며(일제 식민사가들에 위해 신화화 되었다는 설이 있다.)삼국유사에선 “일웅일호”라 하여 곰부족, 호랑이부족이란 뜻이다.

우리나라에선 유난히 알 신화가 많은데, 알은 사철이나 사금 알갱이를 의미한다. 쇳물은 노른자로 알은 제철소와 태양을 의미하기도 한다.

삼국유사에 보면 김수로와 석탈해가 다양한 변신을 하며 싸우는 장면이 있다. 독수리는 두두리기나 담금질등 고도의 기술을 의미하며 매는 독수리기법보다 조금 낮은 거푸집공법으로 농기구를 주로 만든다. 그러니 당연히 독수리로 변한 김수로가 승리한다. 두 번째는 새매와 참새, 새매는 큰 칼, 참새는 단검이니 또 새매로 변신한 김수로가 승리.

연오랑과 세오녀도 늘일 연과 가늘 세로 정밀단조를 의미한다. 까마귀 오는 검다로 대장장이는 black smith로 철 녹일 때 숯을 사용해서 검다란 뜻이 들어간다. 검은 들판은 철이란 뜻도 된다. 제철 수장은 태양으로 비견되기에, 연오랑 세오녀가 일본에선 신이자 태양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삼족오도 검다로 해를 의미한다. 제철집단의 수장은 태양신의 아들이며 삼족오가 된다고 한다.

늑대는 유럽에선 악마지만, 동북아나 유목민족은 호의적으로 보았다. 늑대는 용맹하고 지혜롭다. 몽골은 푸른 늑대와 흰 사습이 시조이며 흉노는 선우의 딸과 늑대의 결합으로 나라가 세워졌다. 프로이트는 동물토템 숭배로 혈통의 동질성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당나라 궁궐에선 황제가 양이 끄는 수레를 타고, 그 양이 이끄는 후궁처소로 갔다고 한다. 그래서 후궁들이 양이 좋아하는 것을 뿌려두곤 했다고 한다.

용의 기원은 중국 양쯔강의 악어나 왕도마뱀이 아닐까 추측한다. 황제와 치우가 싸울 때 황제가 용의 힘을 빌려 이겼다고 한다. 그래서 황제와 관련 된 것은 용안, 용상, 용포라 하고, 황제 옷의 용발톱은 5개, 황태자는 4개라고 한다.

서양에선 악마지만, 동양에선 용은 신성한 것이며 일본에선 용이 토지신이다. 용왕태랑이고 해서 인간아버지와 용어미 사이에서 태어나, 짐승을 부릴 수 있고, 용어머니가 남긴 음양거울로는 악귀를 물리친다고 한다. 용은 있는 것이 아니라 되는 것이라고 해서, 공부와 입신출세와 관련 있으며, 지명으로 가장 많이 쓰인다.

봉황은 수컷 봉, 암컷 황으로 공작을 모티브로 한다. 살아 있는 것을 먹지 않으며 불교와 함께 전해졌다. 봉황은 천신이며 용보다 한 수 위다. 일본의 칠색조, 불경의 금시조, 인도의 용을 잡아먹는 가루다 등과 비슷하다. 그러나 조선시대엔 불교를 천시하고 농경을 중시하다보니 봉황보단 물을 다스리는 용을 우선시했다. 예전 자신의 종교가 기독교임을 유난히 강조하던 모대통령이 봉황은 미신이라며 청와대의 봉황문양을 없애자고 한 적이 있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하나의 문화이자 우리 전통이란 주장이 당연히 더 강해 없애지는 못했다. 개신교의 나라인 미국엔 제우스의 상징인 독수리가 떡 하니 백악관을 차지하고 있지만, 종교색을 드러내며 떼 내자는 이는 없다. 종교가 주는 참된 의미나 해야 할 일은 봉황이니 독수리니 등을 떼내며 반감을 사는 일이 아닐텐데 말이다.

공작은 신라때부터 키웠으며, 공작깃털은 사치품으로 금지되기도 했다.

해치는 선악과 시시비비를 가리고 액운과 불을 막는 외뿔 달린 산양모양의 전설의 동물이다.

기린도 수컷 기, 암컷 린으로 사슴의 몸에 늑대나 용의 얼굴과 뿔, 말발굽, 몸에 비늘이 있는 전설의 동물이다. 공자의 태몽이기도 하다. 주몽이 죽으면서 기린을 타고 날아갔다가는 설도 있다. 태자나 대원군은 흉배에 기린을 수놓았다. 정화가 기린을 데려왔을 때, 조선에서 축하사절단을 보내기도 했다. 이 기린은 어린 조카를 몰아낸 영락제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역할도 했다.

호랑은 범 호에 이리 랑자다. 호피는 기와채와 가격이 맞먹었다. 고려시대 원나라가 제주도에 말 목장을 세운 이유도, 제주도에는 호랑이가 없어서란 추측이 있다.

일본에는 호랑이와 표범이 없다고 한다. 히데요시가 임난시 호랑이를 잡아오라고 한 후, 그 호랑이를 먹고 50세에 아들을 낳았다는 설이 있다.

이집트나 이슬람은 고양이 좋아한다. 특히 무함마드가 박해를 피해 동굴에 숨었을 때 개가 짖어 곤란해졌고, 뱀에 물릴 뻔 했을 때 고양이가 구해줬다는 설이 있다. 일본은 마네키네코라고 해서 돈과 손님을 불러 온다고 좋아한다. 효종의 셋째 딸 숙명공주는 고양이를 너무 좋아했고, 숙종 또한 애묘가로 유명해 그의 고양이 금손이는 효종이 죽자 식음을 전폐하고 따라 죽었다는 설이 있다.

매는 매사냥으로 유명하며, 우리나라 해동청이 특히 유명하다. 일본으로 전파되어 우리나라 매를 구하려 난리였던 적도 있다고 한다. 중동 등은 매사냥이 여전히 유행이며, 매를 비행기에 탑승시키기 위해 매를 위한 여권도 있다고 한다.

코끼리는 우리나라에서, 사람 죽이고 귀양 간 코길이가 유명하다.

최초 안내견은 1282년 부모를 잃은 눈 먼 아이가 개 꼬리를 잡고 나와 동냥을 하고, 개가 우물로 인도해서 물도 먹이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 후 1차세계대전에서 실명한 군인들이 많이 나오자, 독일에서 세퍼드로 시각안내견 훈련을 했다고 한다. 한족은 개고기를 좋아하고, 청나라 만주족은 개는 집을 지키고 사냥을 돕기에 먹지 않는다고 한다. 누르하치가 사냥 도중 정신을 잃은 사이 불이 났고, 그 불을 개가 껐다고 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았는가. 우리에게도 익숙한 오수의 견이야기와 닮았다.

우리나라 줄무늬 다람쥐는 그 귀여움으로 유명해 일본으로 갔다가 지금은 유럽까지 퍼져 있다고 한다.

원숭이는 오래전부터 재주를 부렸고, 또한 말의 수호신이기도 하다. 그래서 손오공이 천계에서 맡은 임무는 말을 지키는 일이다.

돼지는 다산과 재력을 의미한다. 저팔계는 멧돼지이며, 게르만은 멧돼지후손이다. 유럽에서도 돼지는 행운이다. 옛말에 어미돼지는 돝, 새끼는 도야지라 불렀고 돼지가 도토리를 좋아하는데, 도토리의 옛말인 돝알이에서 돝이 왔다는 설도 있다.

읍루인은 돼지기름을 발라 추위와 햇볕으로 피부를 지켰다고 한다. 고구려에선 제물로 돼지를 바쳤고, 그 돼지가 도망 친 곳에 국내성을 세웠다.

일본은 멧돼지는 산고래라고 해서 어류에 포함시켰는데. 그 이유는 불교에서의 살생금지등으로 국가적으로 육류섭취가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시에 동물들은 어땠을까.

일본이 패망하자 창경원 동물들에게 일본인 사육사는 독약을 먹였다. 6.25때는 굶어 죽고 얼어죽고 잡아 먹혔다. 그 후 이병철 회장이 코끼리를 ,한국은행이 사자를 기증했고 후에 서울대공원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이라크 전쟁에선 바그다드 동물원 동물들이 아사했고, 그 중 혼자 남은 원숭이와 아사직전인데도 개들을 잡아먹지 않고 오히려 지켜 준 사자들이 있었다. 이 걸 본 남아공 환경운동가 로렌스 앤서니는 자비로 응급처지 등을 통해 남은 동물들을 보호했다.

아프가니스칸은 탈레반이 장악하자 동물들 처지 또한 비참해졌다. 아프간 왕가의 상징 마르잔 사자는 탈레반이 죽이려 하자, 사육사가 목숨을 걸고 지켰으며, 곰은 코란에 어긋나게 수염이 짧다며 코를 잘랐다. 후에 미군들이 왔을 때 아프가니스탄의 동물원엔 코 짤린 곰들과 죽어가는 마르잔이 남아 있었다.

전쟁은 인간들이 일으켰고, 수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된다. 그리고 동물들도 이용되고 죽임당한다. 그 중 한국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레크레스(아침해, 몽골산 우리말)는 중국과 전투에서 미군 포탄의 95%와 부상병들을 날라, 퇴임식 때 곡식을 상으로 받았다. 또한 중공군들이 물자를 나르기 위해 몽골에서 낙타를 징벌해 우리나라에 데리고 오기도 했다.

동경이는 우리나라에서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벽사의 동물이었지만, 일제강점기 견피로 멸종위기였으며, 광복 후에는 짧은 꼬리가 재수 없다며 박해를 당하다가, 2010년 경주의 마스코트가 되었다.

비둘기는 관상용으로 혹은 소식을 나르는 전서구역할을 했다. 최충수의 애완비둘기를 이의민의 자식들이 강탈하자 결국 그의 형인 최충헌이 이의민등을 살해하게 된다. 일본은 예쁜 비둘기가 없어 우리나라에 비둘기 요청을 하기도 했다.

참새를 가득 그린 그림은 급제를, 마작은 패 섞는 소리가 참새소리같다고 참새 작, 차나무의 여린 잎은 참새 잎바닥 같다고 새 작자 써서 작설차.

참새는 작아도 목이 굵어서 보양식으로 먹었고, 연산군은 참새 잡이를 공무원으로 채용, 사냥매의 먹잇감으로 쓰기도 했다. 숙종은 고양이뿐만 아니라 참새도 길러, 참새가 죽자 묻어줬다.우유를 먹다가 송아지가 우는 소리를 듣고는 그 후 먹지 않았다고 하는데, 여인들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나 보다. 마오쩌둥은 독극물과 새총, 시끄러운 소리로 스트레스 등을 줘 2억마리 넘게 참새를 학살했다. 참새가 소중한 쌀을 먹는다는 이유였다. 그 때문에 더 큰 흉년에 수천만명이 아사하자 소련의 후루시초프에게 참새 20만마리를 부탁해 들여왔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참새는 지금도 보호종이다.

참새 한 마리는 수십만원어치의 방충효과를 가져온다. 독일 프리드리히도 자신이 좋아하는 버찌를 참새가 먹자 모조리 죽이라고 한 적이 있다.


전쟁과 재해가 일어나면 언론들에 비치는 모습은 인류의 힘듦이다.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우린 인간 위주로 세상이 돌아간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간위주의 삶이 많은 것을 파괴했지만, 여전히 시야는 좁고 삶의 중심과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란 생각에서 못 벗어난다. 나 또한 그렇다. 그런 동물들이 인간에 의해 일어나는 전쟁과 재해들에 속수무책으로 희생당하는 모습에 마음이 복잡하다.

“난 고양이들이 싫어요. 지나가는 고양이들을 보면 발로 차버리고 싶어요.”

그런 말을 할 아이가 아닌데 이상하다. 몇 마디 물어봤더니, 엄마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란다. 아이는 동물들을 좋아하고 마음도 곱다. 이래서 말이란 무섭다. 알게 모르게 자신도 세뇌당하고, 그러다 보면 행동으로 나오기도 한다. 동물들이 싫을 수도 있다. 무서울 수도 있다. 그렇지만 굳이 내가 싫다고 지나가는 동물에게 발길질을 하는 건 ?

친구들 중에 싫은 아이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면 굳이 같이 놀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지나가는 친구가 싫다는 이유로, 그 친구를 발길질하고 때리는 건 범죄다. 그리고 실제로 길거리의 개나 고양이를 발로 차면 동물학대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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