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의 깊이 - 강요배 예술 산문
강요배 지음 / 돌베개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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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를에 고흐의 별이 있다면, 제주엔 강요배작가의 달과 별이 있다.

사람들은 강요배 작가님을 두고 바다를 아는 화가라 말하고, 정작 작가 본인은 바다를 모른다고 한다.
얕은 바다처럼 심연은 모른체, 4.3사건 또한 아직도 본인은 겉만 알 뿐 이라고 말하지만, 그러나 그 울음과 아픔은 결코 분리 되지 않은 체, 그의 작품을 채운다.

내가 4.3사건에 알게 된 건 ( 순이삼촌) 과 ( 지상에 숟가락 하나) 등 문학작품을 통해서였다.
그러나 강요배 작가님이 그린 제주 그림을 보게 됐다. 작가님의 바람이 참 좋았다. 그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바람, 바람을 그리지 않아도 흔들리는 억새와 금방이라도 흩어질 듯한 구름들과 비를 퍼부울 듯 혹은 노을 지는 듯한 어두운 하늘 어디서든 바람이 분다고 느꼈다.

그런 작가님이 글도 잘 쓰다니. 아.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 그림에 멋진 글에 철학까지. 아껴가며 읽은 책이다. 그림은 몇 번을 다시 보며 옆에 적힌 작가님의 글들을 읽고 다시 또 그림을 보며. 바보같이 아. 그렇구나. 아. 멋지다를 연발하며.
그러다 슬펐다. 아이, 어머니, 하늘, 달이 슬프게 울고 슬프게 걸려있다.

제주도의 사연 깊은 바람과 하늘.

금강산을 관광하며 그린 그림들엔 애절함과 그리움이 붓질에 가득하다.
관동별곡에서 은같은 하연 무지개 옥같은 용의 꼬리, 눈 내리는 곳 으로 비유되는 만폭동 폭포

고등학교 시절 그저 탐관오리 주제에 뭔 여행은 이리 많이 다녔나 ~ 생각해보니 탐관오리니 이리 놀러나 다니지싶은 생각이!!!~ 욕하며 배웠던 관동별곡, 이제는 갈 수 없는 곳, 금강대와 진헐대가 그림처럼 떠오른다. 그리운데 갈 수 없어서 그린 것이 그림일까. 그래서 그림이란 이름이 붙은걸까.

고구려 고분 벽화들과 판문점 주변의 그림들도 좋았다. 사진과 달리 작가님의 마음이 담긴 색들과 감정의 선들이느껴졌다.
그림과 글이 어울리고 겉돌지 않아 더 좋았다.


사랑하는 연인이 별도 달도 따 달라고 한다면? 물론 이과생들은 저 별은 몇천광년이니 어쩌고 저쩌고 하겠지만. 조용히 작가님 그림 속 별과 달을 갖가 바치리. 어두운 골목 가로등도 낭만적이지만, 작가님의 별과 달 아래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도 더 낭만적이지 않을까.

또한 시대의 아픔과 역사의 학살 아래 그 상처를 보듬는 건 결국 사랑, 그 낭만 같은 별과 달, 하늘이 아닐까. 날카로운 제주의 칼바람으로 묻히지 않게, 그리고 누가 주범이고 공범이었는지를 추상같은 바람 아래 모두 드러내야 하지 않을까.

신라 경문왕은 자신의 귀가 당나귀처럼 생긴걸 숨기려 했다. 그렇지만 세상엔 비밀이 없는 법 오히려 비밀은 더 들키기 쉽다. 복두장이가 도림사 대나무밭에서 크게 외친 진실이 바람에 실려 퍼져나갔듯, 제주의 바람 또한 그렇게 퍼져 나가지 않을까.
달이 은근한 밤, 별들이 부둥켜 안는 밤, 밤하늘이 눈물처럼 내리는 밤이다.
( 강요배 작가님은 52년생 흑룡띠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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