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같고 기괴한데 뭔가 귀엽고 끌리는 그림, 쏘우같은 엽기 영화에서나 볼 법한 다양한 고문도구와 사람을 죽이는 수백가지 방법이란 이름이 붙어도 무방한 그림. 아마 히에로니무스보스의 그림이 아닐까 이 옛날 사람들은 이 그림을 보며 무엇을 느꼈을까 야동 대신 아프로디테와 마르스의 불륜 그림을 몰래 침실에 걸어 놓듯, 이 묘한 취향의 그림을 보며 혼자 히죽거렸을까 아니면 지옥과 악마의 모습을 되새기며 선한 본성 파이팅! 을 외쳤을까. 보스의 그림을 좋아한다. 성인들하면 떠 오르는 상징들이 있다. 그런 상징들의 재해석과 세련돼 보이기까지 하며, 몽환적인 조연들도 좋다. 물고기를 타고 다니고 커다란 귀가 굴러다니며 돼지얼굴의 사람들과 쥐를 타는 이들이 가득한 그림 .그런데 이 책은 실망 자체다. 수수께끼도 없고 답도 없다 가격도 사악한데 내용이 없다 보스그림의 해석도 거의 없다. 그건 내가 책의 의도를 잘못 파악한 걸 수도 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한글인데 제대로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작가가 이런 식의 문장을 구사했다면 할 말은 없다. 내가 모자란 걸까. 거기다 쾌락의 정원 그림에 떡 하니 성 안토니우스의 그림이란 해석까지 붙어 있다. 총체적 난국이다. 도판집으로 쓰기도 애매해서 눈물이 ㅠㅠ( 바로 앞에 버젓이 쾌락의 정원 그림이 실렸고 바로 뒤에 쾌락의 정원 일부분이 수록되어 있다. 그런데 바로 뒷 페이지인데도 성 안토니우의 일부분이라고 적혀 있다니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