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가라 - 제13회 동리문학상 수상작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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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튼의 아틀리에란 책을 읽고 난 후,
가벼운 마음으로 혹은 제목이 맘에 들어 집어든 책인데 이런 우연이!
그림 그리는 물리학도가 나온다. 그리고 세상의 탄생, 별의 이야기가 꽤나 중요하게 길게 나오는 소설.
실존하는 우리나라 예술가들의 작품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하는데, 검색하며 읽는 재미도, 그림을 한강님의 글로 감상하며 머릿 속에 그려보는 재미도 있다. 책은 슬프지만.

치욕은 너덜너덜하다.
그 너덜너덜한 것의 밑바닥을 들여다본다.

이제 나는 어리석은 산책길로 들어서려고 합니다. 오해하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그녀 때문도, 당신의 친구 때문도, 그렇다고 당신 때문도 아닙니다. 단지 오랫동안 지쳐왔을 뿐입니다.
이제 나는 늙었지만, 어떤 위엄도 깨달음도 마침내 얻어내지 못했습니다. 만나온 사람들과 주어진 시간을 서서히 파괴해왔고, 자신 역시 무사하지도 온전하지도 못했습니다. 어떤 교훈도 치유도 돌이킴도없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흔들리며 끔찍하게 어두운 길을 가겠습니다. 어떤 사람과도, 어떤 전생의 기억과도 마주치지 않기를,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믿지 않는 영혼과 천사들을 위해, 내가 그르친 모든 것을 위해, 당신을 위해,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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