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오랜만에 책을 한 권 사달란다. 너무나 반가운 맘에 한달음에 주문을 했다.그런데? 철이 들었는지 무슨 변덕인지 소유만 하고, 고3생활이 끝난 후에 읽겠단다.뭐지, 이 묘한 느낌은.그래서 내가 먼저 읽게 된 책 바로 “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 다.아이가 좋아하는 팟케스트 운영자이기도 한 작가분, 책을 읽는 내내 그 분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해서 묘했다.일단 책은 재미있다.특히나 작품마다 앞설과 뒷설을 통해, 그 작품의 세계관이나 과학에 대한 설명이 친절하게 담겨 있어, sf소설책을 샀는데 과학교양서도 같이 따라 온 느낌이라 횡재한 것 같기도 하다.다양한 SF소설들을(켄 리우나 테트 창 등) 아이와 같이 입문해서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이 책 또한 그에 못지않는 기발함이 있다.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결국 지구를 살리기 위해 인간을 말살하고 그 와중에 투쟁하는 내용의 소설은 많이 봤지만, 결국 인간이 몰살되고 기계들만이 남은 지구에 외계인이 찾아오는 설정은 참신했고, “계몽의 임무”에서는 나 또한 언제나 안타까웠던 라이카를 구원의 조건으로 담아내는 이야기는 생각꺼리를 주었다.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잠에서 깨어 실험실에서 무사히 탈출했지만, 진짜 그 전에 살고 있던 그 지구로 돌아온 것이 맞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