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서야, 겁내지 마!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30
황선미 지음, 조민경 그림 / 시공주니어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 시절 부모님, 언니들과 떨어져 잠시 시골에서 할머니와 보낸 적이 있었다.
그 곳에서 초등학교를 입학했는데, 커다란 할머니의 가제 수건을 가슴에 달고 옆집 오빠와 산길을 걸었던 기억이 난다.
길을 걷다가 뱀도 만나고, 커다란 두꺼비에 놀랄 일들도 많았지만, 동네 오빠가 있어 조금은 든든했다.
정말 무서우면 난 내게 최면을 걸었다.
오른발로 세번 걸으면, 저 뱀이 나한테 오지 않을꺼야.
콧등을 두번 치고, 오른쪽으로 침 뱉으면, 저 우락부락한 섭이네 아저씨 개가 날 무서워 할거야.
말도 안되는 주문들이었지만, 내겐 그런 주문들이 마법처럼 지켜 준다고 생각햇다.
그래서일까.
은서를 읽으며, 은서의 눈에 고인 눈물이 내 눈물같았다.
은서가 학교 가는 길이면, 어느새 나도 8살이 되어 그 뒤를 따라 가는 것 같았다.

낯설다는 것, 처음이라는 것, 설렘도 있지만 두려움도 있다.
아이들은 조금은 힘겹지만, 나름의 힘으로 이겨나간다.
아이들이 가진 수수함이란 이름으로
그리고 아이들만이 가진 수 많은 공감과 이해라는 큰 능력으로...

암탉이 그렇게 되고 나서, 병아리들을 보살피는 은서, 그런 은서의 처지를 동병상련 하듯 서로 이해하는 은서와 누렁소
바보아저씨.
어쩌면 세상의 잣대로 보면, 모두 세상의 어린이들이다.
미숙하고 어린 세상의 어린이들
그렇지만 그 미숙함들이 세상을 참 많이 따뜻하게 해준다.

어릴적 , 동네 우물가에서 두꺼비라도 볼라치면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곤 했다.
그럴때 마다 할머니는 두꺼비가 더 놀래겠다. 덩치도 네가 훨 크면서..라고 하셨다.
주변을 보면, 오늘 바삐 뛰어가는 내 발걸음에 놀란 민들레도 개미도 있겠지.
나만 보면 짓는 동네개는 어쩌면 내가 무서워서, 짓는지도 모르지.
세상을 조금만 다르게 보아도 웃음이 난다.
그것이 바로 더불어 사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 더불어 사는 법을 오늘 은서는 순수한 눈으로 이야기 해주고 있다.
아름다운 그림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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