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의어로 푸는 보카 마스터 VOCO
신재용 지음 / 이클립스북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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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학창시절 영어 단어장 한번 안 사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나 또한 수많은 영단어장을 거쳤고, 거의 대부분 앞에 몇 챕터만 열심히 한후 중도 포기했다. 그나마 나름 열심히 외웠다 생각했던 단어장들도 생각해보면 숙제에 쫓기며 외우다보니 항상 예문은 보지 않고 단어 옆에 뜻만 달달 외우곤 했다. 그리고 바로 옆에 있던 유의어,반의어도 함께 외우며 뿌듯해했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단어를 외우자 리딩,리스닝은 물론이요, 영어로 글쓰기가 힘들었다. 그나마 학창시절 조금 쉬운 리스닝,리딩 지문에는 어느정도 통했다. 비슷한 뜻으로 대충 뭉뚱그려 읽어도 문맥으로 어느정도 커버가 가능했다. 그러나 영작문에는 얄짤 없었다. 

예를 들면  mention, state, refer to, remark, comment  모두 '언급하다'로  묶어서 외웠다. 하지만 mention (격식없이 간단히), state( mention 보다 딱딱한 표현으로), refer to(어떤 것의 기본 필수사항을), remark (인사말등 가벼운 생뚱맞은 말을)또는 (고위직의 인사가 의견을 공식적으로) ' 로 분위기가 다르다.  또 comment는 '비평하다'로 언급과는 꽤나 다른 의미다. 

이런 미묘한 뉘앙스 차이를 무시하고 대충 갖다쓰니 뭔가 틀리고, 유치한 글이 되기 쉽상이었다. 심지어 앞의 모두가 생각안나면 그냥 say를 썼다. 


  <유의어로 푸는 보카 마스터 voco>에서는 앞서 내가 무시해와 낭패본 유어어간의 뉘앙스 차이를 중점적으로 다룬 책이다. 

저자 신재용은 전직교사이자 신지식인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음식/신체,미용,생리,건강/동작,행동/감각,감정,습관/사회,경제활동/지적활동/인물,생물/현상,사물/시간,장소,방법 총 9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이때 한 챕터안에 아래와 같이 표제어와 그와 비슷한 단어들이 그룹별로 다시 분류되어 있다. 


Fortress 요새 (fortress, fort, castle, palace, chateau, citadel)

Place 장소 (place, location) 

Dormitory 기숙사(dormitory, lodging house, boarding house, rooming house) 


  또 하나의 큰 특징은 예문이다. 단어 하나에 예문 하나, 이렇게 단어당 개별 예문이 아니라 위 유의어들을 예문 하나에 넣어 단어들간의 차이가 느껴지게 예문을 만들었다.


* A fortress was more like a stone-built castle, and it provided with more elaborate defenses than a fort. A fort was smaller, and less well defended than a fortress.


큰 요새(큰 규모의 영구적인)는 돌로 지어진 과 같았고 그것은 작은 요새(작고 임시적인 방호시설)보다 더 정교한 방어 시설을 제공했다. 작은 요새는 큰 요새보다 더 작고 방어시설이 잘 되어있지 않았다. 


* Can I mention an organ and a tissue donation in my will? Please leave a comment below. I'll review the comments. 

내가 유언장 속에 장기와 조직의 기증을 언급할 수 있나요? 아래에 견해나 비평을 남겨주세요. 내가 그 비평들을 보겠어요. 



단어 수준은 '중고등학생용 단어+조금 더 전문적인 단어' 정도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 수능 영어 3~4등급도 무난하게 볼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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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의 탄생 - 모리나가 요우의 일러스트로 보는 건들건들 컬렉션
모리나가 요우 지음, 전종훈 옮김 / 레드리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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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늘날, 탱크는 전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적의 총탄을 튕기며 육중한 몸체로 적의 진지에 들어간다. 

바퀴는 자동차의 동그란 바퀴가 아닌 찌그러진 원 형태의 무한궤도다.

그리고 위에서 포탑이 회전하면서 포탄을 날려댄다.

우리가 수많은 영화에서 봐왔던 탱크의 이미지는 장갑, 회전포탑, 무한궤도 이 3가지 없이는 상상할 수 없다. 그렇지만 불과 100여년전만 해도 우리가 알고 있는 '탱크'는 존재하지 않았다.


  <모리나가 요우의 일러스트로 보는 탱크의 탄생>은 '전차' 이전의 시기부터 우리에게 친숙한 탱크의 초창기 버전인 제 1차 세계대전 당시의 탱크까지 다룬다. 현대 버전의 탱크는 여기서 다루고 있지 않다. 

"탱크의 탄생을 다룬다니! 흥미진진한데~" 하고 덥석 책을 선택했지만 이내 망설였다. 이과 지식이 전무하고 무기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데 읽을 수 있으려나? 

물론 크게 어렵지 않게 읽어나갔다. 이 책은 탱크의 과학,수학적 원리보다는 멀리서 겉모습만 보고 도대체 안에 구조는 어떻게 생겼을지 도통 모르겠던 탱크의 내부 구조, 왜 그 구조를 택하게 되었는지, 발명하며 겪은 시행착오를 위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전차를 '화력을 가지고' '장갑으로 둘러싸인' '어디라도 달릴 수 있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즉 공격,방어,이동이 동시에 가능한 무기인 셈이다.

 무거워서 자유로이 움직이며 쏠 수 없고, 재장전이 오래걸려 그 공백동안 포병을 보호해야 하는 대포가 만들어진 이후부터 사람들은 전차를 바래왔는데 그 필요는 제 1차 세계대전이 참호전으로 가면서 정점을 찍었다. 특히 독일이 참호를 무척 잘 해놨다고 한다. 따라서 탱크의 목적은 철조망과 참호를 함께 뭉개며 지나가는 거였다.

탱크는 거대바퀴, 꼬리를 붙여졌가 떼어졌다가, 기관총 위치를 계속 바뀌기도 하고 , 뿔이 달리기도 했다.

탱크를 옮길때 돌출된 측면 포탑은 아예 떼놓고 옮겼다. 


 최초의 탱크를 발명한 건 영국이다. 오늘날의 탱크 디자인을 만들고, 처음으로 실용화한 나라는 프랑스다. 간발의 차로 영국이 탱크를 먼저 발명했는데, 프랑스가 좀만 더 빨랐다면 이름이 탱크가 아닌 샤르가 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char- 전차를 뜻하는 프랑스어)

독일은 제 2차 세계대전에서는 막강한 전차부대를 자랑했지만 제1차세계대전에선 전차에 관심이 딱히 없었다. 진지로 다가오는 탱크는 위압적인 모습에 비해 생각보다 쉽게 격퇴할 수 있는데다, 굳이 생산하지 않아도 영국군이 버리고 간 탱크만 줏어와서 써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크4와 마크4가 싸우는 웃긴 광경이 펼쳐지곤 했다. 



<탱크의 탄생>은 단순히 탱크의 구조를 멋있게만 그려놓은 도감이 아닌 일러스트와 함께하는 탱크 이야기 책이다. 탱크마니아가 정성스럽게 작성한 비밀노트이기도 하다. 옆에 깨알같은 정보, 작가의 추리를 보며 감탄하며 같이 추측해보기도 했다. 

책 소개에 '전차 마니아뿐 아니라 역사 애호가들에게도 큰 즐거움이 될 책'이라고 되어있는데, 그정도로 이 시행착오를 왜 하게 되었는지, 당시의 상황들을 짤막짤막 재밌게 알려주고 있다.

미술,음악,문학을 세계사와 떼놓고 알아갈 수가 없듯이 이 무기를 어떤 목적으로 만들게 됬는지, 왜 그렇게 설계했는지는 역사에 담겨있다. 수학,물리도 중요하지만 역사를 잘 알고 있으면 더 깊이 있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탱크의 탄생과정을, 그 수많은 시행착오에 공감하고 웃다보니 탱크가 더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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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생긴 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모두 친구 - 서툰 어른이 된 우리에게, 추억의 포켓몬 에세이
안가연 지음, 포켓몬코리아 감수 / 마시멜로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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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유년시절의 반은 포켓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내가 포켓몬 세상에 있었다면, 포켓몬 트레이너였다면 하고 상상의 나래를 줄곧 펼치곤 했다.


나뿐만 아니라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나이를 먹고 나서도 여전히 포켓몬에 열광하고, 

새롭게 포켓몬의 매력에 푹 빠지기도 한다. 


그런데, 특이한 초능력 애완동물(?)이라고 여겼던 포켓몬이 실은 우리를 닮았다고?!


<서로 생긴 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모두 친구>의 저자 안가연은

이상해씨에게서는 우직함을, 피카츄에게서는 친화력을, 파이리에게서는 솔직해지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포켓몬이 우리랑 어떻게 닮은걸까?궁금함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이 겉표지가 따로 있길래 혹시 안에는 어떤 그림일까 설레이며 겉표지를 벗겼는데 

깜찍한 속지와 더불어 겉표지 안에 또다른 표지가 프린팅 되어 있었다.

뒤집어서 끼면 피카츄가 깜찍하게 윙크하고 있다. 뒷표지는 꼬리의 앙증맞음까지! 

쿨럭 이것만으로도 디자인 아주 만족합니다^^




  책 <서로 생긴 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모두 친구>은 힐링 에세이다.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면서도 포덕(포켓몬 덕후)라면 꼭 한번은 보고 싶을 만큼 우리와 포켓몬의 닮은 점을 비교하는 재미도 가득하다. 

책의 저자 안가연은 네이버 웹툰 <자취로운 생활>의 작가이기도 하다.

저자의 자취생활기를 다룬 웹툰인데, 저자의 가명이 피카츄를 거꾸로 한 츄카피로 나온다거나, 방에 포켓몬 인형들이 그려져 있는 등 그때도 포켓몬 덕력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포덕! 쏙쏙 포켓몬 특성을 잘 잡아낸다.


p.s. 나는 에세이를 다 읽고 마지막에 도감을 봤는데, 

맨 뒤에 실린 포켓몬 도감을 보면서 에세이를 읽었으면 더 재밌었을 것 같다. 




*쓴맛의 추억-(p. 37)

내루미 

남다르게 길쭉하고 큰 혀가 특징인 포켓몬이다. 

도감에 따르면 내루미는 처음 본 것은 반드시 핥아본다. 혀의 감촉과 맛으로 기억한다. 


저자는 아메리카노의 강렬한 쓴맛이 뇌리에 강력히 박히고, 

그래서 가끔씩 떠올라 마시다보니 이젠 커피 없이 하루를 시작하기 힘들정도라고 한다.


이런걸 생각하면 첫맛의 씁쓸함이 오히려 소중하고 설레인다는 말이 너무 예뻤다.


나는 성격이 세면서도 싫어하는 맛일까봐, 맛없는 맛이 걸릴까봐 맛보기 두려워하는 소심함을 가지고 있다.

책을 읽고 나니 포켓몬 극장판에서 처음 보고 못생겼다며 싫어했던 내루미가

거침없이 맛보고 쓰고 시큼한 맛에 도리질 하면서도 그 첫맛 또한 추억이 되는 걸 아는듯해 왠지 멋있게 느껴졌다.  



*적당한 온도와 습도 (p.110) 

뚜벅쵸: 영양 만점인 흙을 찾아 몸을 묻는다. 


우리는 모두 서툴러서 최대한 비옥한 땅을 찾아 뿌리내리려고 한다.

(중략)

나의 인생을 비옥하게 해줄 완벽한 곳을 찾아 정착하려 한다.


걸어다니는 귀여운 풀이라고만 생각했던 뚜벅쵸는 

뚜벅뚜벅 걸어서 어떻게든 좋은, 인정받는 땅을 찾아 묻고 안주하려는 우리들과 참 닮아있었다. 



*운 질량 보존의 법칙 (p. 116)

토케틱: 행운을 가져다주는 포켓몬으로 불린다. 

순수한 마음을 지닌 자를 발견하면 모습을 드러내서 행복을 나누어 준다. 


나의 타이밍=운 타이밍 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에,

운이 효력을 발휘한다.


운의 또다른 말은 기회일지도. 


*꿈을 먹고 산다 (p.190)

슬리프: 잠들게 한 뒤 꿈을 먹지만 나쁜 꿈만 먹고 있으면 배탈이 날 때도 있는 것 같다. 

특유의 능글능글한 눈빛이 살짝 변태같기도 한 슬리프는 에스퍼 포켓몬으로 꿈을 먹는다. 


어릴적부터 나는 화가나 의사같이 뭔가 강렬히 되고 싶은 직업이 없었다. 이루고 싶은 것도 딱히 없고~

여행이나 취미생활 할 수 있는 정도로 꽊 조이지 않고 여유로운 삶을 할 수 있는 너무 어렵지 않은 직업이라면 상관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꿈도 열정도 없는 내가 한심하고 속상했다.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내던지는 것만이 진짜 꿈일까? 

어쩌면 지금 내가 있는 자리를 잘 지키는 것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것이 꿈이 될 수는 없을까?"라는 말에 

좋아하진 않아도 내가 쉽게, 잘할 수있는 일을 계속 하는것,

돈을 많이 벌진 않아도 여유로운 삶을 원하는 것 또한 꿈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이 또한 꿈이라면 저자의 말처럼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건 꿈을 먹고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괜찮다, 결국엔 모든게 동그래질 테니까 (p.99)-꼬마돌


사실 책 소개에서 이 문구를 보고 읽을까 말까 고민했다.


단체를 중요시하는 우리나라는 속담도 그런 말이 많다.

그중 "모난 돌이 정맞는다." "둥글둥글하게 살아야지!"가 제일 싫다.

유별나고 독특한 내가 틀렸다고 하는것 같아서 들을때마다 상처고, 기분이 좋지 않다.

동그래진다는 말에 움찔했지만 그래도 결국 포켓몬 덕심을 숨기지 못하고 책을 읽게 됬는데 왠걸, 이 챕터를 읽고 꼬마돌이 너무 좋아졌다. 


*

오래된 돌일수록 몸의 모난 부분이 깎여 나가 둥그스름해지지만 

온몸에 생채기가 나며 둥글어지는 동안

마음은 더욱 울퉁불퉁 뾰족하고 거칠어진다.

그래서 자신이 동그래진 줄도 모른채 여전히 세상을 뾰족하게 바라보며 살아간다.


나도 참 어렸을 적부터 구르고 또 굴렀던것 같다. 

뾰족하게 반항했지만 결국 어느 정도는 사회에 걸맞춰 둥글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내 마음은 더 날카롭고 울퉁불퉁해졌고, 그래서 우울했다.


그러나 저자는 외적인게 둥글어지는 것처럼

내적인 것 또한 둥글어지기 마련이니,

어느새 내적인 아픈 마음들도 둥그레져 괜찮아질 거라고 위안한다. 


그 말에 울컥 눈물이 솟았다.

여전히 최애는 피카츄지만 못났다 여겼던 꼬마돌이 얼마나 정감 있어 보이는지! 


다른 포켓몬들도 볼때마다 자동으로 에세이의 구절이 떠오르며 마음이 따뜻해지고 더 애정이 생기는 것만 같다.


*
*
*


 

한줄요약: 포켓몬 덕후가 포켓몬 덕후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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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변용란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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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고전에 기웃기웃 손을 뻗고 있다.

이번엔 대프니 듀 모리에의 초창기 단편집인 <인형>을 선택했다. 
대프니 듀 모리에는 얼마전 흥행했던 뮤지컬 <레베카>의 저자라고 한다.
카페에서 계속 언급되었던 뮤지컬을 쓴 사람의 단편집이라니 호기심이 치밀었다.
아직까진 고전을 많이 읽어보질 못해 궁금함 반,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반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내용이 크게 어렵지 않고 서스펜스의 대가답게 속도감있게 진행되어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다만, 13편중 '해피빌리'의 경우는 읽고 나서 음? 하고 살짝 이해가 되질 않았다. 

 저자는 대립되는 이미지를 잘 살린다.
여기서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실제 내뱉는 말의 정반대로 머릿속이 굴러가는데
이를테면 친구가 남편이랑 이혼해 슬퍼하고 위로한다. 그러나
머릿속으론 몇달만에 돌아오는 본인 남편과의 완벽한 재회를 떠올리며 환희에 차면서
공감성 떨어지는 자신에 실망하기도 한다.
또 한 인물은 신사답고 멋지게 말하려 애쓰며 속으론 그녀의 사랑을 미친듯이 갈구하고 충동적으로 가슴이 뛴다. 

  책을 읽노라면 꿈틀거리는 인물들의 격동의 욕망과 집착이 신랄하고 생생하게 휘몰아치며 다가오는 것만 같다.
시간이 흐름에 따른 인물들의 말과 행동의 급격한 변화도 너무 현실적이고 예리해 소름돋곤 했다. 


  <인형>에는 총 13작품이 수록되어있다. 
이때 발표 순이 아닌 작품 탄생 순서대로 실려있다.
공식 발표된 첫 작품은「그러므로 이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께」이지만, 실제 최초의 단편은 1926년에 쓴 「동풍」이다. 
  전반적으로 냉소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는데, 뒤에 실린 옮긴이의 말을 보면 
대프니 듀 모리에의 부모는 유명한 연극배우였고, 할아버지는 유명 만화가이자 작가였다. 그래서 세간의 이목이 항상 집중되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그녀가 첫 장편소설을 출간할때 '배우 제럴드의 딸이자 조지 듀 모리에의 손녀'로 홍보될 정도였다. 
그리고 부모와의 관계가 그닥 좋지 않았다고 한다. 어머니는 차가웠고, 아버지는 집착과 애증으로 그녀를 대했다. 그 영향이 작품에 녹아내려있는 듯하다. 
  단편들은 흐름을 대충 예상가능하면서도 의외의 면에서 뒷통수를 때렸다.
가장 인상깊게 읽은건 동풍, 집고양이, 인형이다. 


「동풍
인구가 일흔명을 넘긴적이 없는 세인트힐다섬은 문명에서 고립되어 있다.
그곳에 사는 이들은 고기잡이와 농사를 지으며 격한 감정에 휩싸여 본적없이 
단조롭고 고요하게 땅만 보며 살아갔다. 
수많은 선함들이 섬을 발견했지만 그저 흔한 바윗조각일뿐이라 여기며 섬을 지나쳐 갔다. 
그런데 어느날 동쪽에서 거대한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다. 
사람들이 화려한 자극들에 빠져 탐닉하고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만 같았다. 

동풍이 불어온게 아니라 돌풍이 닥친것 같달까.. 단편 자체도 돌풍같이 지나간것만 같았다. 



「집고양이」

집고양이의 경우, 보통 '고양이'하면 까칠하고 도도한 매력적인 여자를 떠올리는데,
남자였다!
주인공의 감정과 꺠달음에 따라 존 삼촌(진짜 친척은 아니고 친밀한 의미로 삼촌이라 부름)이 다정하고 무해한 나이든 수컷 얼룩고양이에서,
잘 먹고 자라 윤기가 자르르 흐르면서 나직이 가르랑거리며 등을 활처럼 굽히는 얼룩고양이, 
자신이 만든 그림자 속에 웅크리고 있는 교활하고 냄새나는 도둑고양이로 
변하는데, 그것이 강렬히 다가왔다.




「인형」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인형은 
기묘한 여자 리베카를 광적으로 사랑하는 한 남자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정확히는 남자가 쓴 일기를 서술자가 해석하는 방식으로.

p.34
리베카가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한번은 바이린이 반항을 하는 것만 같았고 , 마치 그녀는 나를 거부하는데 내가 그녀를 쫓아다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가 소리가 급류처럼 쏟아져 나오면서, 받아들임과 밀어냄의 멜로디가 이어지고, 욕망과 다정함과 견딜 수 없는 쾌락이 뒤섞인 선율이 혼란스럽게 흘러나왔다. 거대한 함선의 뱃고동처럼 요란하게 뛰는 심장 소리와 함께 관자놀이에선 솟구쳐 나올듯 뿜어대는 피의 흐름이 느껴졌다. 
(중략)
우리가 함께 정상에 도달해 더는 갈 곳이 없는 지경에 이르자 햇빛이 내 눈을 찌르는 것 같았다. 
고개를 드니 리베카는 내게 미소짓고 있었고, 바이올린은 돌연 절묘하게 아름다운 선율로 옮아갔다. 놀라운 성취였다.

p. 29 
내가 사랑한 것은 오로지 당신의 무심함, 그리고 그 무심함 뒤에 감추어진 암시가 아니었을까? 



처음에 나는 인형이 '인형'같은 외모를 지닌 여자, 
수동적인 꼭두각시가 되버린 여자를 의미하는 거겠지 라며 단순히 짐작했다. 
대반전...결말에 쿨럭 헛기침이 나왔다. 







.
.
.

소재가 특이하진 않지만 감정묘사와 표현들이 인상깊었던 단편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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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왕관을 쓴다 - 국내 최다 타이틀 보유자 이예령이 알려주는 미인대회 우승 공략법
이예령 지음 / 라온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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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대회 10관왕 수상자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 


'미인'하면 170가까이 되는 길쭉한 키를 생각하기 마련이다. 미인대회에 참여하고 싶기보단, 미인대회 10관왕 타이틀치고는 평범한 외모에 평균 키 163cm인 저자가 어떻게 그런 성공신화를 이루어냈는지 궁금해 읽게 되었다.



미(美)가 다는 아니다. 요즘은 그 말이 더욱 더 힘을 얻고 있다.

책 중간중간 그 일화들이 속속들이 나온다.

인물이 괜찮아 심사위원이 점찍어두었는데도 그 인물을 살리는 법을 몰라 무관(아무런 상도 받지 못함)에 그치는 경우가 꽤 있었다. 반대로 스피치, 무대를 휩쓰는 아우라, 확실한 컨셉이 있다면 특별상 또는 협찬사 상이라도 거머쥘수 있다고 한다.


저자 또한 자신의 약점을 없애기 보단 강점을 살리려 스피치와 끼를 열심히 준비했고 그 결과 빛나는 왕관들을 얻는다.


<나는 오늘도 왕관을 쓴다>는

"이 책만 읽으면 미인대회 준비 끝!" 은 아니지만 미인대회에 대해 전반적으로 잘 알려주고 있다. 

무엇보다 미인대회를 바라보는 관점이 책을 알기 전에 비해 180도 바뀌었다.




  보통 미인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결과에 상처받고 더 이상 출전하지 않는 사람, 수상을 목표로 재도전을 하는 사람. 후자는 참 신기하게도 몇번의 도전 끝에 꼭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예쁘면 장땡일것 같은 미인대회는 생각보다 경험이 많이 필요했다. 

자기소개를 어떻게 하는지, 고급스럽게 말하는 방법부터 무대 조명에 더 돋보이는 색감의 옷을 고르는 법까지

다른 쟁쟁한 경험있는 후보자들한테서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대회에서 더 좋은 성적을 얻게 되는것이다.


그러므로 섣불리 포기해선 안된다. 


 미인대회 수상이력은 내 인생의 '자랑거리'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미인대회 수상을 통해 협찬사 특별채용이 되기도하고, 단순히 대회 참여이력으로도 취업때 가산점을 받기도 한다.

미인대회 위상이 예전만큼 못하다곤 하지만 '미인대회 수상자"라는 타이틀을 패션,뷰티,미용,예술분야 뿐만 아니라 생각만 전환한다면 얼마든지 써먹을 수있다.

가령, '미인대회 수상자가 만든 왕관 쿠키' 같이 말이다.

카페를 운영하는 분이었는데 미인대회 수상기념 왕관쿠키와 더불어  왕관 모양 포장박스에 판매했고 그 결과 미인대회 수상자라는 입소문에 주위 사는 사람들이 호기심에 한번쯤은 들렸다고 한다. 확실한 콘셉트와 친절한 응대를 갖추니 매출도 증가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자존감을 높이고 수많은 경험과 인맥을 얻게 된다.


대회가 끝난후 수상자 파티, 연말 송년회, 연초 신년회등 각종 행사가 열리는데 낮은 등수를 받았다고 속상해 참석하지 않는건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다. 이때만큼 심사위원, 협찬사분들, 방송관계자들과 관계를 맺기 좋은 자리가 드물기 때문이다. 


저자는 "왜 또 대회에 출전하세요?" 라는 대답에 "간만에 자존감 올리러 나가요!" 라고 답한다.


그녀가 미인대회에 출전하는 자세, 미인대회를 활용하는 방법이 놀랍고 대단했다.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미인대회는 수많은 걸 안겨주기도 하는 것이다. 



또 미인대회가 생각보다 많아 놀랐다. 미스코리아만 있는줄 알았는데

미스그린코리아, 스마일퀸코리아패전트, 미시즈유니버스, 미스실버코리아, 영천포도아가씨선발대회, 미스춘향선발대회, 정순왕후선발대회 등등....


지역 홍보 미인대회인 경우 오히려 대회에서 촬영한 사진이 지하철을 도배할만큼 지역의 얼굴이 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기도 한다. 


미인대회 출전을 희망한다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미인대회에 출전하지 않을 사람도 나처럼 새로운 시야가 하나 더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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