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야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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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사야는 지진으로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쓰러진 고모부의 이마를 벽돌로 내려찍는다. 
그를 확실하게 죽이기 위해서. 정말 한 순간의 충동이었다. 머리는 정지한채 손이 따로 움직이듯 죽였다.

  공장이 부도나고 아버지가 자살했다.
그 생명보험금으로 빚을 청산하고 숨 좀 트이려나 싶은 찰나에 고모부가 임종이 끝나기도 전 차용증을 들이밀었지만, 그가 가진 감정은 짜증이었지 살의는 아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론 그는 범죄를 저질렀고, 그 장면을 미후유에게 딱 걸린다.

  평범함을 추구하는 그가 죄를 하나씩 더 짓는건 오직 그녀가 원해서다.
미후유는 끝없이 위로 우아하게 기어올라간다. 우아함과 기어오른다는 상충된 표현임에도 그것 만큼 미후유를 잘 설명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런데 그녀가 그렇게 기를 쓰고 올라가는 이유가 뭘까.

"안에서 사정하게 되면 그게 섹스의 목적이 되고, 마사야는 쾌감을 우선적으로 추구하게 될 거야. 그럼 보통 남자들이랑 똑같잖아. 우리는 그러면 안돼. 섹스할 때는 상대를 지배하려고해야 해. 자신의 쾌감은 그 다음이야. 그러려면 사정을 목적으로 두지 않아야 하지. 그것밖에 방법이 없어."

"나랑 섹스하는데는 무슨 의미가 있어?"

"마사야랑은 서로의 애정을 확인한다는 의미가 있지. 그래도 마사야가 욕망에 무릎 꿇는 건 원치 않아. 섹스는 하더라도 사정을 추구하지 않는 남자였음 좋겠어. 그렇게 되면 마사야는 한층 강해질 거야."

-환야 1 (p. 223~224 발췌)

"환한 낮의 길을 걸으려고 해서는 안 돼. 우리는 밤길을 걸을 수 밖에 없어. 설사 주위가 낮처럼 밝다해도 그건 진짜 낮이 아니야. 그런 건 이제 단념해야 해."

-환야 1 (p. 334)

그녀는 사람들을 감정 없는 인형 취급한다. 그리고 '인형'들을 이용해 자신 또한 '완벽하고 아름다운 인형'이 되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의 과거사는 나오지 않기에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짐작할 수 없다. 
슬픈 과거로 감정팔이나 미후유가 처절하게 절망하는 장면은 없지만 절박함이 말과 행동에서 흠뻑 묻어나와 저지른 악행에 혀를 차면서도 그녀가 안타까웠다.

마사야가 평범함과 미후유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중간중간 계속 나온다.
가토 형사는 다들 넘겨버리는 사건에서 미후유가 수상쩍음을 감지하고 끈질기게 수사를 놓치 않는데
계속 '히죽' 웃었다고 서술해서인지 오히려 두 범죄자보다  더 야비하게 느껴졌다. 구린 구석이 있는 쥐새끼...같다고도 느껴질 정도였다.
무엇보다 인물들이 미후유를 위험하다고 인지하면서도 헤어나지 못하는데 나 또한 소설 속 인물이었음 미후유에게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 같다.

평범한 일상 속 사건들이라(한신 아와지 대지진, 사린 독가스등 실제 사건 모티브) 공감이 더 잘되어 좋았다.
추리 난이도는 상당히 낮은 편이라 이해도 잘 가고 짐작도 어느정도는 가능했다. 물론 보기 좋게 틀린경우도 있다.
특히 미후유가 숨겨진 자식인가, 쌍둥인가 짐작했는데  내가 미후유를 너무 과소평가했다ㅋㅋ

결말은 딱 내가 원하던 그대로였다.
마사야라는 인물이 할 선택. 

재미있기보다는 깔끔하고 미후유의 수마에 빠져보는 맛으로 읽는걸 추천한다.


+)

 
이제 다시 책 겉표지를 자세히 보자.
책등과 맨 앞에
두 남녀가 손을 잡고 있다 갈라니는걸 발견할 수 있다.
미후유와 마사야의 관계..둘의 차이는 그들을 결코 함께할 수 없게 만든다.

어질어질 환각처럼 흔들이는 글씨도 센스를 높게 사고 싶다.


속 커버. 양장이다.
마찬가지로 제목 환야를 잘 표현한다.
디자인 하신분 아주 칭찬합니다:)


*

환야가 백야행을 잇는 최고의 소설이라던데 백야행도 얼른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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