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모노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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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통해 이 책이 인기있는걸 알았기에 이제 예비 중1인 아이가 궁금해하며 구매 요청을 해 오기도 했다. 방학동안 읽겠거니 했는데 역시나 아이의 시선이 문장에 완벽하게 닿지는 못한 듯 하고, 어려워서 일단 멈췄다고 하더라. 각각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인물이 하는 말을 온전히 이해하기엔 아이는 많이 어리고, 또 사람들 사이에서 깎이고 닳아낸 흔적이 없는 원석이기도 하니 모를만도 하지. 30대의 끝자락에 있으니 7개의 단편의 모든 인물들이 완벽하진 않더라도 언뜻언뜻 겹쳐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산전수전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한테 옴팡지게 치이며 산 세월도 있으니 그럴만도 하지. 혼모노는 일본어로 진짜라는 뜻인데 굳이굳이 이렇게 일본어로 쓴 걸 보면 진짠데 진짜가 아닌 것 처럼 보이길 바라는, 어떠한 표정도 읽어 낼 수 없는 아리송한 사람의 낯짝이기도 한 것 같아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뇌에 힘주어 따라가게한다.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_ '우리'의 사랑은 '저들'의 사랑보다 순도 높다고 했다. 저들은 김곤을 개발지로 삼으려 하지만 우리는 낙원으로 삼지 않느냐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에 오롯이 공감할 수 없었다. 신념에 취해있는 듯한 오영을 보니 더더욱 그랬다.

집단은 항상 피곤함을 동반하지. 어떠한 존재를 좋아함에 있어 모인 사람들이라 할 지라도 각자가 그 소속감을 통해 원하는 바는 다를테니 거기서 또 갈래가 퍼지고 생각의 비중을 다른쪽에 쏟기도 하니 말이다. 말하는 이가 갖게되는 팬덤으로서의 소속감. 다수의 사랑을 받는 존재가 아닌 특이성을 띄는 존재를 옹호하고 동경하다보면 거기에 따른 의외의 감정을 얻기도 한다는걸 보여준다.

재능, 도의, 비난, 동경, 옹호, 진실, 수긍의 다양한 감정을 겪어내면서 이 애정을 지속함에 확신을 갖지 못하며 무조건적인 옹호도 할 수 없는 걸로 보아 그나마 이야기속 주인공은 정상이라 봐야하지 않을까 싶어진다.

📖스무드_ 마치 할아버지가 손자를 챙기듯 그는 내게 잃어버리지 않도록 조심하라며 다른 배지들을 손수 셔츠 주머니에 넣어주고 단추까지 채워주었다. 살갑고 다정하게.

지극히 한국인으로서 보게되는 눈쌀 찌푸려지는 조합과 아무런 지식 없이 그 사람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타국민이 보게되는 그와 그의 집단. 이민 3세대 듀이가 받게되는 타국 노인들의 격한 외국인 대응의 방식. 듀이에겐 그저 한없이 친절한 어른이었다. 뭐라도 더 해주고 싶어하는 사람들이었고, 다 퍼주는 마음은 사람을 무장해제시킬 수 있다는 걸 보여줬으며 그만큼 타인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이 얼마나 무서인지도 알게 만들었다.

이 인간의 관계성 나 어디서 본거 같아. 그거 우리 팀이 타 부서 담당자의 멀어저가는 뒷통수를 보며 맨날 하는 말 그거였다. 저 양반은 나랑 일적으로는 안 엮이면 사람은 참 좋은데...(사람만 좋은 그런 사람)


📖혼모노_ 누구를 위해 살을 풀고 명을 비는 것은 이제 중요치 않다. 명예도, 젊음도, 시기도, 반목도, 진짜와 가짜까지도.

진짜? 가짜? 가짜임을 들키지 않기 위해 살아야하는 진짜인척 하는 삶? 결국 진짜는 장수할멈 뿐인가 싶으면서도 가짜라도 미친척 칼춤추고 칼자루 위에서 덩실덩실 춤추며 피칠갑을 하더라도 그 모습에 진저리치는 진짜가 나가 떨어지면 남은 놈이 진짜가 되어버린다 싶은 확신이 서지 않는 상황. 진짜보다 더 미친듯 활개치는 가짜에 사람들은 현혹이 되고 만다는 걸 이놈의 마지막 굿판을 통해 알게된다. 진짜의 신애기라도 가만히 있으면 정말 가마니로 보는 세상을 아주 신나게 까내리는 모습에 우리는 매번 니세모노와 혼모노에 갈피 못 잡는 인간이구나를 느끼게 만든다.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_ 그리고 무엇보다...... 희망이 생기잖습니까.

죽고자 하는 사람도 빛 속에선 의지와 열망을 키웁니다. 살고 싶다는 마음을 품을 수도 있고 흔들렸던 신념이 굳건해질 수도 있죠.

뭔가에 미치듯 빠져들면, 선해 보이던 사람도 악을 키울 수 있다는 말. 잘해내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구보승을 이 구역 미친자로 만들었다. 여재화 교수에게는 이 의뢰가 자신의 커리어에 한줄 더 붙여두는 일이겠으나 구보승에겐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이라 생각 했을테니 마른수건에 물 짜내듯 자신을 거기에 투영하고 미치도록 빠져들어 그 장소를 구현해 냈으리라 짐작하게 만든다. 고문 수용소에서 인간미를 넣는다는 아주 낭만가득한 말로 자신의 죄책감을 덜고자 했전 여재화, 의뢰한 이의 방향성에 아주 깊고 더 명확하게 구현해낸 구보승. 어차피 이 의뢰를 받아들인 이상 둘은 똑같은 사람이지만 여재화는 구보승을 보며 쟤보단 내가 사람답게 사는 사람이라며 우위를 자부할 표정이 그려져 참 딱하다 싶어지더라.

결국 늬들은 그 밥의 그 나물인데 말이지.

출세와 인정에 목마른 놈 데려다가 꼭두각시 놀이 시킨거니까 결국 여재화가 더 나쁜놈인데 저는 그리 생각하지 않을 꼴 보니 지금의 구보승 같은 청년들이 허다 할 것 같아 입안이 깔깔해진다.

📖우호적 감정_ 항상 해맑잖아요. 일이 많아도 웃고 사람들이랑도 잘 지내려고 하고요. 나도 그랬거든요. 근데 오래 구르다보니 찌들더라고요.

......

글쎄요. ...... 아직 이 회사에 기대를 거나?

두루두루, 다 좋은게 좋은거라고. 나는 싫지만 굳이 티를 내어서 무엇 하겠나 싶은 그런 마음이겠지? 내 속내를 다 드러낸다고 달라질껀 또 뭔가 싶은 마음으로 회사생활을 하면 이렇게 친밀과 호감, 애쓰는 마음이 결국 나만 피곤해진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수평적 조직 문화를 기대하는 오너와 달리 결국 그 집단 안에서는 각자가 받게되는 임금(여기서는 상여금)과 그간 해온 시간에 대한 노고를 단위화하여 보이지않는 직급을 만든다. 그래서 이름 아닌 닉네임으로 부르고 직급을 지운다 한들 각자의 머릿속에는 상대를 바라보는 낯짝에 숫자를 메기게 되는거지.

그래서 두루두루 잘 지낸다는 이 착하고 바보같은 감정에 괜한 노력을 안 하고 싶어진다. 주는 만큼 되돌아 오냐? 그건 또 아니거든. 자선사업가가 아닌 이상 뭐하러 마음쓰고 돈쓰고 체력허비하겠냐는거지. 그래서 그런가 나는 수잔의 마음을 너무 공감하게된다.

이게 직장인생활 17년차의 삐딱한 마음이라 나만 그런 아닐꺼라는 마음으로 나의 옹졸함을 포장하게 만든다.


📖우호적 감정_ 그런 관계가 어디 있겠어요. 다 환상이죠.

그런 관계 어딨나요. 환상이지. 그것도 연차 높고 연세 지긋하고 아쉬 울 것 없는 지원자 아닌 스카웃 된 사람이 보는 아랫것들이 해주길 바라는 새로는 조직의 관계성이지. 나는 안 하더라도 남들이 해주길 바라는 마음. 찜찜함이 그 식당에서 느꼈던 감정이라 생각하게된다. 겉은 한없이 온화하지만 속은 뜨거운 국물을 금방이라도 뱉어내고 싶게하는 딤섬같은 사람들.


📖잉태기_ 기억이라는 건 쉽게 미화되고 변질되며 사람의 연약한 부분을 건드려 여지를 만든다는 것을, 그 가능성을 믿고 다가갔다간 금세 후회한다는 것을 일전의 경험을 통해 배웠다.

기억이 미화되는건 좋은 것만 생각하고 살라는 몸이 반응하는 삶의 의지라 봐야할까. 나의 엄마님이 매번 하시는 소리가 있다. 꼭 똑같은 것들끼리 싸운다고. 나의 아빠와 나는 애증의 관계. 성질머리도 비슷하고 휘어지지 못하는 부러지는게 쉬운 인간. 똥고집에 지가 맞다는걸 인정 받아야하는 욕심많은 인간. 그게 우리 엄마가 당신의 남편과 당신의 막내딸을 말하는 방식이다.(남편도 똑같이 말하고있음. 그러니 반박 불가)

시부, 화자, 서진. 각자의 무른 구석은 있지만 그래도 자신이 꺾이는건 죽어도 싫은 사람들이다. 손녀가 공항에서 양수가 터지고 긴급 상황이 발생한다 한들 각자의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가는 걸 보니 이 사람들 뭐든 해낼 무서운 사람들이더라. 법 없이도 사는 그런 사람 말고, 법 없으면 없는대로 활개치고 살 욕심 가득한 사람들. 설마 그러겠냐 싶은 관계성의 조합이지만 세상엔 이런 사람들이 허다하기에 저자는 이러한 이야기를 끌고 왔고, 나 또한 무시하고 넘길 수 없음에 치 떨리지만 재연프로그램의 자막처럼 '사실을 기반으로한 재 구성된 픽션입니다'라는 문장이 어느 한 장면에서 나오지 않을까 싶어진다.


나는 여전히 사람이 무섭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있는 내가 어떻게 변해갈지, 어떻게 늙어갈지를 알 수 없으니 그것마저도 무섭다. 진실이길 바라며 진실을 향해 산다한들 내 믿음과 확신이 모든게 정확한건 아닐거다. 그래서 각각의 단편마다 이야기를 이끌어내고있는 7명의 그들이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 에피소드들을 겪어내는 과정에서 변해가는 감정선에 내 생각을 덧입혀보면 결국 나도 그러한 인간으로 바뀔거라는 결론이 나오는 수순에 역시나 나도 그 밥의 그 나물인 그저그런 인간이구나에 숨을 몰아쉬게 만든다. 나는 다를거라고, 적어도 너랑은 다른, 더 나은놈이라 생각하지만 대단한 소설의 비범한 주인공이 아닌 이상 똑같은 루트를 밟게 되는 나를 미리보기하는 이야기들 같았다.

이 걸 다 읽었다고 나는 이런 사람이 안 될 수 있을까? 자고 일어나면 까먹는 까마귀 같은 인간으로,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에 급급한 하루살이 인간으로 매일을 똑같이 버티고 있으니 나조차도 내가 혼모노인지 니세모노인지 분간이 안 되니 이 책에 대한 나의 답은 좀 오랫동안 보류한 상태로 지켜봐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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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자들 위픽
백온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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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소설이 주는 카타르시스보다 공포 소설에서 느껴지는 비애에 마음을 더 쏟아보는 것. 죽음이라는 것이 내 마음에 닿을 때 아리다는 마음이 더 크게 번지는 것에 눈을 돌린 작가의 생각들로 시작된 책이다.

최측근의 장례를 치러본 자라면 저자가 분석한 공포 소설의 플롯이 공포을 배제한 서글픈 마음이 크다는걸 알 것이다. 슬픔에 잠긴 유가족은 제발 내 가족이 살아나길 기도 할 것이며, 늦은밤 무언가가 현관문을 두드릴 때 나의 사랑하는 가족이라는 확신. 그래서 문을 여는 것에 주저하는 손끝이 죽은 이를 더 서글프게 만드는건 아닐지에 대한 감정은 공포라는 것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마음들일 것이다. 안 겪어 본 사람은 모르겠지, 그런데 나는 겪어봤고 그게 다들 한번쯤은 하게되는 슬픈 망상이라는 것을 염두에두고 저자의 이야기에 집중해봤다.

윤아, 지현 그리고 태화. 주된 인물들은 고작 셋인데 그들이 살아온 어린 시절과 나 큰 어른이지만 어디에도 끈끈하게 얽히지 못한 사이들. 몇 페이지 되지도 않는 글인데도 문장이 끝날 때 마다 스틸컷처럼 회상과 현재를 돌아오는 이야기마다 또렷하게 장면이 머릿속에 박히게 만든다.

보육원에서 함께 자란 태화의 죽음. 지현과 윤아는 장례를 치뤄주기 위해 구청에 확인를 한 후 시신 인도를 위해 알아본다. 보육원에서 같이 자라왔고 성인이 된 후 가족 이상으로 연락하고 서로의 안부를 물어온 사람들. 하지만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당한다. 서류 어느 곳에도 셋은 엮이지 않은 관계라는 것. 어떻게든 태화를 편히 보내주기 위해 가족이 아니더라도 장례를 치뤄준 사례를 찾아보며 무연고자 장례가 아닌 그를 기억하고 보내줄 수 있는 단독 장례를 준비하게된다. 시신을 책임 지겠다는 것 만큼이나 세상은 그에 대한 대가인 금전적 지불을 당연시 생각하고 있으며 구청 직원 또한 못해도 천만원의 장례 비용을 서류상으로 이어진 사람들이 아니면서도 해주려는 그 마음들에 의아함을 가진다.

윤아가 태화를 기억 할 수 밖에 없는 또렷한 처음. 태화는 처연한 미니시리즈 주인공과 같은 클리셰로 엄마에게 버려졌고, 윤아 또한 제 살길 찾아가는 엄마로 인해 시간차는 있지만 태화처럼 가족과의 연이 끊기고 혼자가 된다. 그렇게 보육원에서의 돌봄이 끝나고 성인이 된 여린 어른들. 그곳에서 함께 했던 셋은 서로를 챙겼고 가족이든 친구든 어떠한 관계라 단정짓기 모호할 관계로 서로를 쥐고 있었다.

그랬는데 태화는 갔다. 분명 밤마다 찾아와 라면도 끓여달라 했었고 거미도 잡아준다 했었고, 어두운 밤과 같은 설움의 날을 공유했는데 이미 죽은지 제법 되었다는 소식. 시신이 발견된 당일에도 윤아를 찾아왔다. 눈앞의 태화와 실재하는 태하는 모두 윤아가 아는 태화가 맞았다. 다만 하고픈 말을 다 마치지 못한 태화과 있었고, 입을 굳게 다문 채 모든 감정을 혼자 견디리라 다짐한 태화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였다.


같은 처지의 사람을 만나다보면 그 안에서 연대하는 설움이 서로를 좀먹게 될까봐 그냥 잘 지내겠거니 싶어하는 마음에서 마침표를 찍어두는 방식.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이 추억팔이라며 옛 이야길 하다보면 각자의 어린시절 버려진 이야기, 눈치보며 살아왔던 보육원에서의 삶을 늘어놓는 이른바 불행배틀이 끊임없이 어이질까봐 슬쩍 발을 빼어보며 야금야금 멀어지는 방식을 택하는 것. 그래서 모르는게 약이라는 말로 애써 위안을 삼았는지도 모르겠다. 헌데 생각해보면 이미 겪을대로 다 겪어온 굴곡진 삶이라 생각보다 담담하고 의연하게 그 상태 그대로 태화는 윤아 앞에 나타난걸로 보였다. 버려지던 과정을, 버려진 이후의 삶을, 여전히 혼자만 바라게되는 관계의 회복과 씁쓸한 현실을. 태화의 일생을 다 아는 누가봐도 남인 윤아라면 그저 들어주거나 말하길 기다려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겠지. 연고자가 아니니까 서럽게 울어주진 않을테고 담담하게 들어주긴 할 테니까.


📖다른 사람들과는 결코 비교할 수 없는 끈끈하고 소중하기를. 가끔씩은 서로의 삶에 행패 부리기를. 미안함이라고는 모르고 뻔뻔하게 착취하기를. 그러고도 당연하다는 듯 서로의 곁을 지켜내기를.

버리는 걸 알았다. 그리고 기억 조작 마저 하려했던 낳기만 한 엄마였다. 다들 아니라 해도 찾고싶었고, 찾았지만 역시나 온전한 가족이 되진 못했다. 태화는 또 한번 버려졌다. 어린 태화처럼 어른 태화도 또 겪어낸 것이었다. 왜 찾았을까, 왜 일방적인 그리움을 쌓아뒀을까. 그러고보면 세상이 정한 굴레에 맞춰 엮여있는 사람만이 내 사람은 아니라는 걸 깨닿게 된다. 차라리 남이 더 애틋했던 세상도 있고, 타인에게 얻어낼 수 있는 위로도 있는 관계도 있다는 것. 살면서 같이 밥 먹는게 열 손가락에 세어봐지긴 할까 싶은 피를 나눈 이들 말고, 띄엄띄엄 전화해도 마치 어제 연락 한 사람마냥 거리낌없고 주저함 없이 내 오장육부를 털어둬도 됨직한 관계. 관계 속 연고자의 시작점과 끝점은 아닐 수 있다는 세상을 또 한번 확신하게된다.


태화가 희미 해 질 즈음엔 제대로된 장례를 치르게되는 날이었고, 그렇게 담아둔 마음과 각자에게 맡기고픈 마음을 말해두며 진짜 안녕을하게된다.

가족이나 다름 없는 건 누가봐도 가족이 아니라는 걸 뜻한다. 그만큼 아끼고 챙겨보지만 결국 모든 절차와 서류에서는 밀려나는 존재이며 그 이상은 되지 못하는 관계라는 것이다. 완벽한 내 편과 어떻게 하더라도 내 손에 쥐고싶고 품에 담아두고픈 존재는 아니라는 것에 서글픔이 더해진다.

결국 죽어서도 서류상의 가족이나 친족은 되지 못하겠지만 종이쪼가리에 인쇄되고 인지가 붙지 않는 관계는 더 오래 머물겠구나 싶은 마음으로 이들의 애틋하고 애잔한 마음에 진득히 기거하고있길 바라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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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둑 성장기 위픽
함윤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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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문학이라는 테마로 소도둑 성장기라는 제목 아래 그냥 훔치면 되지 않을까?라는 문장을 책 표지에 품고 있는 글이다.

작고 하얀 뼛조각을 움켜쥐고 태어난 사미. 그것이 자신의 첫 도둑질임을 언급한다. 이 설화와도 같은 이야기는 엄마로 인해 사미에게 인이 박히도록 들려주며 기정사실인냥 그녀를 잠식해온다. 신생아의 손바닥 안에 있는 그것. 기형종의 흔적이거나 이탈 세포가 아닌 당신의 뼈라고 여기며 엄마. 당신의 뼈를 훔쳐 태어난 아이라 떠들어 대는 것이 자신을 더 가엾게 여기는 방식이었으리라 보여졌다. 그렇게 태어날 때 부터 도둑질 한 아이는 금귤 하나, 축구부 방석 하나, 작은 베고니아 화분 하나. 자잘한 무언가를 훔치는 것에 익숙했다. 태어날 때부터 그런 애라는 취급을 받고 자라왔으니 이정도의 손장난은 당연한 결과라 여기는 뉘앙스. 익숙하게 훔치는 것에 거리낌 없던 순간 초콜릿을 훔치려다 성준에게 발각된다. 사미의 행동을 눈치챈 유일한 사람. 당연한 것이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걸 매 순간마다 언급하며 성준은 사미를 훔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음을 피력한다.

...사미가 공공연하게 하던 도둑질은 무엇에 기반된 걸까. 엄마가 어릴적 부터 덧씌워온 도둑이라는 프레임에 갖힌 채 자라온 상태의 결말일까. 아니면 언니와 오빠보다 사랑을 덜 받고 자랐다고 여김으로서 엄마가 심심찮게 말하던 도둑질이라도 해야 시선을 받겠구나 싶어하며 하게된 관심의 구걸이라 봐야할까. 당신이 나를(=사미)를 태어날 때 부터 점지해준 도둑질이라는 재능에 능한 상태로 자라고 있으니 시선 한번 더 주고, 잘한다고 칭찬이라도 해주길 바라는 그러한 애정의 기대치 작용일지에 대한 생각을 가진채로 이야기를 따라가게 했다.


성준은 사미와 반대의 세상을 살아온 인물이었다. 쌍둥이지만 덜 갖고 태어났다 여기는 형과 반대로 다 갖고 태어난 존재라 스스로를 설명한다. 그러니 모자람에 대한 조바심이 없는 인물. 사미의 재능이라 하면 훔치는 것 밖에 없었고, 성준의 재능이라 하면 하면 다 이뤄지는 능력을 지닌 정말 잘난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에게 들켰으니 사미는 도둑질이 태생과 함께 이어지는 운명이라 믿었던 것들에서 완벽히 어그러짐을 느꼈을 것이다.

사미가 그간 훔쳐온 자잘한 것들, 자잘하다 하더라도 함부로 쓰거나 버리지 못한 것들을 보였고, 성준 또한 자신이 가진 것들 중 가장 귀한 것을 서로에게 털어놓는다. 자신의 세상을 이루고 있는 것들을 오픈 함으로서 이것만은 건들지 말라는 듯 서로에게 각인 시킨다.

역시나 사미는 그걸 도둑질했고, 그 찰나에 사미 또한 성구를 통해 자신의 것을 잃게된다. 이로서 사미가 가진 탄생 설화는 완벽히 깨졌고, 누군가의 귀한 것을 손에 쥔 결과는 이지경이 됨을 보여줬다. 허탈과 허무의 그 어정쩡한 외길 위에 놓여진 사미. 공항 카페에 덩그러니 놓여진 소도둑의 결말은 무엇이길 바라길래 저자는 여기서 이야기를 마친건지 골머리를 싸매는 건 결국 독자인 나의 몫이 되었다.


매번 사사로운 것에 손을 대던 사미였다. 타인의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타인의 입과 눈을 통해 똑똑히 알게된 상태에서의 도둑질은 과했다는 걸 보여줬다. 진정 손대지 말아야 하는 것에까지 눈독을 들인 소도둑은 결국 자신의 것들 마저 댓가의 방식으로 잃고 난 후에 복잡한 생각에 싸인다. 자신의 품에 있던 성우의 그것을 성구가 노린다는 것. 그걸 훔친 성구의 품에 다시 손을 댄 사미. 알고있었다. 이렇게 될 줄. 그것만 손에 쥐고 있으면 되리라는 생각에 휩싸여 자신의 것에 시선을 둘 여력이 없었다. 결국 좀도둑에서 소도둑이 될 대도가 아니었고, 그냥 훔치면 되지 않을까 했던 의연한 심보도 아무짝에 쓸모 없는 짓이었다. 이로서 엄마가 태생부터 씌워놓은 설화 프레임은 운명의 선택지 따위가 없는 허상의 것이었다. 모든 현상이 소도둑이 될 재목이 되진 못한다고 알려주고있다. 그러면 사미의 다음 행동은 무엇이 되며, 사미가 이제서야 찾게될 정체성은 어디서부터 모아봐야할까.

재능의 결핍, 사물에 대한 집착, 주변인으로서 얻게되는 기대치에 대한 결여. 뺏는 동안 시선주지 못한 자신의 세상은 없는지. 이걸 성장기의 한 과정으로 보는게 맞을지. 무엇이 되든 이 성장과 극복의 서사의 끝엔 소도둑이 마침대 대도가 되었음을 알립니다! 만 아니길 바라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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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고작 계절 (<여름은 고작 계절> 윈터에디션)
김서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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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추천에 혹해서 읽었지만 고작이라 하기엔 너무 큰 존재로 남게될 여름에 대한 이야기.

고작이라는 말로 치부하는게 맞을까? 너무 뚜렷하게 남게될 그 시절의 단상에 대한 것인데 말이다. 책 속의 이야기가 너무 진득하게 마음에 머문다. 끈덕한 기분, 찐득한 마음, 개운하지 못한 속내. 그 계절의 모습이 닮아있는 제니의 여름이다.

이야기가 시작 되기 전 회고록이자 반성문임을 먼저 밝혀둔다. 자신의 이야기이지만 자신의 친구 한나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호숫가에서 속수무책으로 쓰러져 있는 한나를 죽도록 팼다는 사실을 말한다. 그리고 다시 말한다. 시간을 돌릴 수 있다고 해도 내가 저지른 짓을 취소하거나 바꾸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변명이 아님을. 또한 바뀌지 않는 사건이며 사실이고, 그걸 계속 헤아리기위해 이 말들을 한다고 언급한다.

이야기는 제니의 시절을 이야기하고있고, 거기에 겹쳐진 한나의 세상도 보여주고있다. 같은 이민과 유학 그 어정쩡한 시작점은 비슷할지라도 상반된 배경을 기반으로 같을 수 없음만 도드라지게 보여진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제니의 아버지. 그리고 그를 믿고(아니, 그것 말고는 강하게 부정하고 맞설 선택지가 없던 IMF시절) 한국을 벗어난 이민자의 삶. 눈치봐야하고, 대우 받지 못하는 곳에서만 일하게되며 쉽사리 정착하지 못하는 그시절 이민의 실상을 보여주고있다. 힘들고 냄새나는 일들은 모두 그들의 삶의 동아줄 같은 것이었고, 아이는 아이대로 피부색이 다르고 눈동자의 색이 다른 수많은 시선들 사이에서 필사적으로 영어를 배우고 사용하며 동등한 대우는 받지 못하더라도 더이상의 하대는 받지 않으려 버텨내는 시절을 보여준다.

같은 아메리칸 드림이라도 제니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과 한나가 받게되는 시선은 조금 다름을 알 수 있다. 신경외과 의사 아버지와 서울대 출신의 학예사 어머니를 둔 이민자 한나지만 타국으로 넘어 오기 전이나 후나 어른들의 세상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어느정도 대우받는 직군의 계층이 주거 국가만 달라졌다 할까.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는 한나는 영어를 못해도 따돌림을 받더라도 한나가 느끼기엔 간절함이 없어보였다. 영어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나 애쓰고 있다는 노력도 비치지 않으니 한심한 상태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제니는 그간 받아온 시선을 알면서도 영어가 서툰 동향의 한나를 똑같은 시선으로 마주한다. 하대하는 것이 으레 당연한 대물림인냥 똑같은 대우를 한다. 한국어를 할 줄 알지만 더이상 한국어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 제니와 한국어를 하는 소리에 숨통이 트인듯 다가오는 한나.

엮이고 싶지 않으나 엮일 수 밖에 없는 출신국 관계과 타국에서의 한인타운 국민들이 얽혀있는 연대와 양육 품앗이. 각자 원하는 바가 있었기에 도왔고, 그 이해관계로 살아버티려고 서로에게 들러붙고 있었다.

그렇게 학교에서의 유일한 한국인이자 소통자 역할이며 유일한 친구인 한나의 친구 제니로서 계절을 겪어낸다.

겉도는 동양 아이로서, 기를쓰고 언어를 익혀 그 무리의 말이라도 건넬 수 있는 반 아이로서, 동양인이 아니라 여자 축구부원으로서의 활약하는 팀원으로서, 백인 아이들이 친구랖시고 무리에 끼워주는 일원으로서, 다양한 이민자의 계층 아이들과 두루 섞이는데에 큰 어려움이 없는 아이라 성정체성까지 온 이성의 고민까지 들어주는 아이로 자신의 세상을 꾸린다.

그러한 기간 동안 한나는 제니를 친구이자 언니이자 부모의 지점까지 채워가며 의지하게된다. 그 사건 또한 제니와 더 가까워지고싶고 함께하고 싶어 어렵사리 얻어낸 기회였다. 싫다싫다 해도 매번 챙기고 시선에 걸어두던 한나였지만 그 여름의 한나는 다음 계절의 여름까지 닿지 못했다.

언제는 한나를 챙기는 제니라 했으면서 이제는 한나를 하대하는 제니로 바뀌게되고, 어렵사리 쌓아온 제니의 모래성은 한순간에 무너진다. 그렇게 쓸려간 세상에서 제니는 없던 사람처럼 그 흔적을 지워 다신 갈 일 없을 것 같던 익숙한 듯 하지만 더욱 낯설어진 한국으로 돌아간다.

한나가 의지했던 제니의 여름, 몇겹의 여름이 쌓이고 이제는 제니가 다라에게 의지하고 버텨내는 여름이 시작되고있었다.

좋아하면 함께하고싶고 닮아지고 싶으며 동등한 시선을 맞추고 싶어 했던 그 시절의 우리와 닮아있는 한나의 애쓰는 마음이고, 제니는 더 애써주지 못했고 살가움과 다정함을 보여주지 못한 서늘한 여름이기도했다.

제니에게 다시금 여름이 찾아오고 있음을 비치는 이야기가 끝에 달려있지만 유난히 먹먹했던 그 시절의 여름은 지워지지도 미화되지도 않을게 당연해보였다. 제니의 마음을 덮어주고 어루만져줄만한 완벽한 엔딩과 꽉 채워진 계절은 아님을 우린 다 알고 있기에 고작이라는 말로 입밖으로나마 가볍게 지나가는 시절인냥 치부하고싶어진다.


책 속의 제니는 돌아왔고, 내 10대의 그녀석 현재는 돌아오지 않았다. 잊고 있었다. 그 아이를. 제법 잘 사는 집의 외동아들이었고, 공부도 곧잘하는 또래보다 다정했고 말랑했던 아이. 그래서 까칠하고 깍쟁이였던 나와 잘 놀아주던 짝꿍. 초등학교 졸업 후 유학을 간다고 했었다. 혼자 가는 것이었고, 걱정을 많이했으며 편지한다는 말로 다음을 기약했었다. 그때도 이야기 많이 들어달라 했으면서 나는 언제든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는데 영영 말하러 돌아오지 않고있다. 그 아이의 계절도 한나처럼 멈춰있을텐데, 소식만으로도 무서움과 두려움이 밀려와 찾아가 보지도 못했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후회되는 나의 나쁜 짓 중의 하나가 되었다.

제니도 나처럼 몇겹의 계절을 두텁게 쌓다 보면 희미하고 흐릿하게 기억을 하게 되겠지. 그래도 영영 잊지는 못할 거다. 나 마저 잊어버리면 부스러기 마저 날려 그 아이의 존재가 완벽히 잊혀질거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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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렁이는 음의 밤
최지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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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사색들을 두어페이지의 글로 남기고, 마지막엔 QR코드로 그 감정이 사라지기 전에 음악을 함께 들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닳도록 듣던 노래도 있었고, 생소한 인디음악들이 섞여있었다. 매번 챠트 TOP100만 듣던 사람들에겐 심심하고 맹맹한 음악일 수 있겠으나 QR코드페이지로 먼저 넘어가 노래를 재생 시킨 후 가사를 보며 한곡 듣고, 다시 재생시켜 단편들을 읽어보면 저자가 이 노래를 사랑하게 된 이유와 이 노래가 이 생각들과 나란히 두고 싶어했던 마음들을 어렴풋이 알 수 있기도 했다.

추천글의 전유동 음악가는 말한다. 시인의 사유가 어떻게 음악과 만나는지 알게 되었다고. 바쁜 일상을 보내는 이들에게 음악은 따뜻한 차 한잔이기도 했다. 성실함과 치열함을 강요당하는 세상에서 부유하는 치졸함을 가라앉혀준다며 음악 안에서 '나'를 마주하고 시인의 고백만큼 아파하며 아름다워지길 바라고 있었다.

시대를 살아가고, 하루하루를 버티다보면 그날 그날 주제곡과 같은 것들이 떠오를 것이다. 며칠 내도록 귀를 맴도는 음악이나 입술끝에 걸리는 한 소절이 있을 수도 있겠다. 새해를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다같이 새로운 날들을 기대하는 플레이리스트를 짜고 있겠지? 12월 31일 몇시 몇분에 재생했을 때 1월 1일 00시에 딱 원하는 구절의 노래 가사를 들으며 행복과 행운을, 그리고 더 없을 나를 위한 위로를 바라는 것들. 아마 저자가 바라는 그 일렁이는 음의 밤과 동이 트기 전까지 더욱 귀히 여기며 보듬는 나의 일상의 응축된 노래들이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슬픔과 불안함, 낙관으로 변주하는 저자의 문장들. 그래서 저자와 비슷한 마음이 들었던 때엔 어떤 노래를 들었던가를 떠올리게했다. 한동안은 연주곡만 듣기도 했었으며, 깊은 굴을 파고 들어가며 심연의 끝에 다다르길 바라며 듣던 음악도 있었다. 음악이 주는 힘이 그러했다. 귀로 흘러 들어가는 음들로 머릿속에 장면들이 구현되었고, 그 속에 놓여진 주인공이 되게 했다. 그러다 가사가 들렸고, 그 가삿말에 내 몸이 움직이는 기운도 받았다.


📖"같이 행복해지자"고 말했다. 부재는 존재 가치를 오롯이 드러낸다. 어떤 빈자리는 그대로 뒤도 좋을 것이다. 길어질 것만 같은 이번 겨울, 사랑이 꽁꽁 얼어붙기 전에 소중한 이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야 겠다. 지겹도록.

저 짧은 한마디에 저자는 이상은의 공무도하가를 떠올렸고, 나는 자이언티의 양화대교를 떠올리게했다. 거창하고 꿈같은 그런 기대치 높은 마음 말고,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이 한마디가 생각 이상으로 어렵다는 걸 알기에 평온하고 평탄한 행복에 기대며 나의 플레이리스트를 이어붙이게 만들었다.


📖외로운 시간이 계속 될 것 같은 착각에 쉬이 빠지곤 했다. 그 무엇도 계속되는 것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저자는 유재하의 음악에 마음을 붙였고, 나는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에 그 마음을 이어가게 했다. 이르게 고인이 된 유재하의 음악으로 그리움을 가늠해보고 있었고, 나는 작사를 하며 떠올리던 장면의 스토리를 들은 후 그 장면을 내 눈앞에 그려본다. 그리움은 다양한 장면을 갖고 있고,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저자가 생각한 그리움과 내가 생각한 그리움은 조금 다른 스틸컷을 남기겠지만 결국 남겨진 이의 마음이겠지.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애타게 다시 와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벽을 쌓던 나의 청춘에 두껍게 덮여있던 음악들을 다시금 꺼내본다. 노래 한 곡으로 그때의 마음과 지금의 마음이 완벽하게 같을 순 없겠지만 노래 한 곡으로 내 가여웠던 시절을 꺼내어 다독일 수는 있으니까.


📖앞을 내다보는 게 부질없이 느껴질 때면 바다에 가 파도를 바라본다. 밀려오는 물결을 가만히 지켜본다. 어떤 미래가 닥쳐올 지 알 수 없다. 단지 삶은 미지에서 미지로 가는 여정일 것이다.

나의 시절은 매번 어둡다. 그래서 괜히 밝은 노래로 감춰보기도 했고, 혼자 있는 공간에서는 어디가 끝일지 두고보자는 마음으로 나를 방치해보기도했다. 눈 앞이 다 깜깜해도 어둠이 짙어 보여도 틀림없는 사실은 다시 빛은 돌아와, 모든 걸 바라보며 살자 우린. 이라며 힘주어 말하며 확신을 주던 노래 때문에 그래도 바닥끝을 힘껏 딛고 일어 설 여력을 얻기도 했다. 그런거 보면 참, 노래가 뭐라고. 라는 생각을 가지며, 손에 잡히지 않고 공중으로 금새 흩어지고 마는 음악에 삶의 이유가 있었는데 나는 뭘 움켜쥐려 했던건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지금 내 마음의 BGM은 무엇이며, 내가 되고파서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 주문처럼 대뇌이는 노래는 무엇이었나를 생각해본다. 만화 속 생각과 소망이 실현되는 주문의 노래도 있었지 않던가. 비비디바비디 부를 흥얼거리던 요정의 마음처럼 내 삶의 노래를 품어보며 2026년엔 어떠한 마음과 문장으로 살아갈지를 고심하며 노래 한 곡을 품어보고싶어진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된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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