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렁이는 음의 밤
최지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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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사색들을 두어페이지의 글로 남기고, 마지막엔 QR코드로 그 감정이 사라지기 전에 음악을 함께 들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닳도록 듣던 노래도 있었고, 생소한 인디음악들이 섞여있었다. 매번 챠트 TOP100만 듣던 사람들에겐 심심하고 맹맹한 음악일 수 있겠으나 QR코드페이지로 먼저 넘어가 노래를 재생 시킨 후 가사를 보며 한곡 듣고, 다시 재생시켜 단편들을 읽어보면 저자가 이 노래를 사랑하게 된 이유와 이 노래가 이 생각들과 나란히 두고 싶어했던 마음들을 어렴풋이 알 수 있기도 했다.

추천글의 전유동 음악가는 말한다. 시인의 사유가 어떻게 음악과 만나는지 알게 되었다고. 바쁜 일상을 보내는 이들에게 음악은 따뜻한 차 한잔이기도 했다. 성실함과 치열함을 강요당하는 세상에서 부유하는 치졸함을 가라앉혀준다며 음악 안에서 '나'를 마주하고 시인의 고백만큼 아파하며 아름다워지길 바라고 있었다.

시대를 살아가고, 하루하루를 버티다보면 그날 그날 주제곡과 같은 것들이 떠오를 것이다. 며칠 내도록 귀를 맴도는 음악이나 입술끝에 걸리는 한 소절이 있을 수도 있겠다. 새해를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다같이 새로운 날들을 기대하는 플레이리스트를 짜고 있겠지? 12월 31일 몇시 몇분에 재생했을 때 1월 1일 00시에 딱 원하는 구절의 노래 가사를 들으며 행복과 행운을, 그리고 더 없을 나를 위한 위로를 바라는 것들. 아마 저자가 바라는 그 일렁이는 음의 밤과 동이 트기 전까지 더욱 귀히 여기며 보듬는 나의 일상의 응축된 노래들이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슬픔과 불안함, 낙관으로 변주하는 저자의 문장들. 그래서 저자와 비슷한 마음이 들었던 때엔 어떤 노래를 들었던가를 떠올리게했다. 한동안은 연주곡만 듣기도 했었으며, 깊은 굴을 파고 들어가며 심연의 끝에 다다르길 바라며 듣던 음악도 있었다. 음악이 주는 힘이 그러했다. 귀로 흘러 들어가는 음들로 머릿속에 장면들이 구현되었고, 그 속에 놓여진 주인공이 되게 했다. 그러다 가사가 들렸고, 그 가삿말에 내 몸이 움직이는 기운도 받았다.


📖"같이 행복해지자"고 말했다. 부재는 존재 가치를 오롯이 드러낸다. 어떤 빈자리는 그대로 뒤도 좋을 것이다. 길어질 것만 같은 이번 겨울, 사랑이 꽁꽁 얼어붙기 전에 소중한 이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야 겠다. 지겹도록.

저 짧은 한마디에 저자는 이상은의 공무도하가를 떠올렸고, 나는 자이언티의 양화대교를 떠올리게했다. 거창하고 꿈같은 그런 기대치 높은 마음 말고,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이 한마디가 생각 이상으로 어렵다는 걸 알기에 평온하고 평탄한 행복에 기대며 나의 플레이리스트를 이어붙이게 만들었다.


📖외로운 시간이 계속 될 것 같은 착각에 쉬이 빠지곤 했다. 그 무엇도 계속되는 것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저자는 유재하의 음악에 마음을 붙였고, 나는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에 그 마음을 이어가게 했다. 이르게 고인이 된 유재하의 음악으로 그리움을 가늠해보고 있었고, 나는 작사를 하며 떠올리던 장면의 스토리를 들은 후 그 장면을 내 눈앞에 그려본다. 그리움은 다양한 장면을 갖고 있고,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저자가 생각한 그리움과 내가 생각한 그리움은 조금 다른 스틸컷을 남기겠지만 결국 남겨진 이의 마음이겠지.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애타게 다시 와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벽을 쌓던 나의 청춘에 두껍게 덮여있던 음악들을 다시금 꺼내본다. 노래 한 곡으로 그때의 마음과 지금의 마음이 완벽하게 같을 순 없겠지만 노래 한 곡으로 내 가여웠던 시절을 꺼내어 다독일 수는 있으니까.


📖앞을 내다보는 게 부질없이 느껴질 때면 바다에 가 파도를 바라본다. 밀려오는 물결을 가만히 지켜본다. 어떤 미래가 닥쳐올 지 알 수 없다. 단지 삶은 미지에서 미지로 가는 여정일 것이다.

나의 시절은 매번 어둡다. 그래서 괜히 밝은 노래로 감춰보기도 했고, 혼자 있는 공간에서는 어디가 끝일지 두고보자는 마음으로 나를 방치해보기도했다. 눈 앞이 다 깜깜해도 어둠이 짙어 보여도 틀림없는 사실은 다시 빛은 돌아와, 모든 걸 바라보며 살자 우린. 이라며 힘주어 말하며 확신을 주던 노래 때문에 그래도 바닥끝을 힘껏 딛고 일어 설 여력을 얻기도 했다. 그런거 보면 참, 노래가 뭐라고. 라는 생각을 가지며, 손에 잡히지 않고 공중으로 금새 흩어지고 마는 음악에 삶의 이유가 있었는데 나는 뭘 움켜쥐려 했던건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지금 내 마음의 BGM은 무엇이며, 내가 되고파서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 주문처럼 대뇌이는 노래는 무엇이었나를 생각해본다. 만화 속 생각과 소망이 실현되는 주문의 노래도 있었지 않던가. 비비디바비디 부를 흥얼거리던 요정의 마음처럼 내 삶의 노래를 품어보며 2026년엔 어떠한 마음과 문장으로 살아갈지를 고심하며 노래 한 곡을 품어보고싶어진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된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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