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로기완을 만났다 (개정판)
조해진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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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기완의 인터뷰 기사를 본 김작가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이어진다. 벨기에로 무작정 떠난 김작가. 로기완을 수소문하다 알게된 박. 가장 최근까지 로기완과 접촉을 했던 박을 통해 김작가는 자신이 그렇게 단박에 벨기에로 찾아 올 수 밖에 없던 이유를 찾아간다. 현실 도피일수도 있고, 로기완이 얻은 답이 있다면 그 답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생의 목표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를 기대하며 먼곳으로 와 낯선땅에서 그의 일기로 그시절 로를 떠올리며 그의 생에 닿아본다. 제목에는 로기완에 대한 언급이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할지 몰라도 나는 김작가의 생각과 시선에 더 집중해서 읽었다.


나,김작가 ; 방송작가의 직업을 갖고 있다. 타인의 연민을 얻는 방송을 만드는 프로그램 메인작가. 마음이가는 것도 있었고, 사연의 주인공이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수술 일정을 늦춘 윤주라는 아이로 인해 방황을 하게되고, 이 모든 상황이 자신의 욕심으로 인해 만들어진거라 자책을 한다. 그 즈음 로기완의 인터뷰 기사를 보게된다. 로기완의 삶에 젖어들고 그 흔적을 찾아보며 그가 찾은 생의 답으로 자신이 갖고있는 삶의 이유를 찾으려한다. 로기완의 글을 쓴다고 했으나 결국 자신의 생을 얹어 답을 얻고자 벨기에로 향한다.

윤주 ; 김작가의 프로그램 사연인이며 김작가가 매번 미안해하는 인물. 얼굴에 커다란 혹으로 고생을 했고, 가정사로 아픔도 있다. 삶의 고난을 혼자 다 짊어지는 듯 이것만 고치면 될 줄 알았던 어린 윤주의 삶에 암이 찾아와 혈혈단신에 애처로운 생의 순간이 포개어진다. 그리고 김작가가 타지에 있으면서 항상 생각하고 안부를 묻고싶어하지만 뻔한 윤주의 생황을 알기에 선뜻 연락을 못하는 김작가의 아픈 인연의 끈.

재이 ; 김작가와 함께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송PD, 김작가의 연인. 감정의 큰 굴곡이 없어보이고 연인 김작가를 자기안에 가두기보단 손이 닿을만한 발치에서 연인을 기다리고 그 자리를 지키는 인물. 김작가가 미안해 할 거라는 걸 알기에 부재중인 그녀의 몫까지 주변을 살피는 묵직한 사람.

L씨,로,로기완 ; 탈북한 모자. 그렇게 힘겹게 탈북까지 했으나 어머니의 죽음은 순식간에 이뤄졌다. 여기 또 하나의 애처롭고 외로운 생이 있다. 한국에 윤주가 있다면 저기 먼 타국엔 로기완이 있다고 봐도 무방할 외로운 존재. 쫒겨날 수도 있는 신세인건 매 한가지 이나 벨기에 브뤼셀로 넘어가 난민신청을 통해 삶을 이어가려 애쓰는 인물이다. 고된 삶을 벗어나고자 왔고, 그 고된 생을 버티려고 온 자본주의의 세상. 신분만 아니라면 살기좋을 곳이겠으나 탈북민에서 난민신청 후 붕 떠있는 이방인. 고단하지만 어떻게든 살아내어야하는 L씨, 로, 그리고 로기완이라는 이름의 청년. 어떻게든 로기완은 행복해야한다. 그래야만 지구반대편에서 비슷한 생을 사는 윤주도 버텨낼 것이며, 그 모습을 애닳아하는 김작가도 삶의 목적을 얻을것이라 보이는 존재.

라이카 ; 벨기에에서 만난 로기완의 연인. 로기완의 신변 위헙마저 감수 할 만큼 사랑을 받고 함께하는 존재. 사랑하는 사람이 주는 희망과 안도가 간절히 원하던 생의 안정보다 더 크다는 걸 알려주는 인물.

박 ; 로기완의 조력자. 로기완의 환경과 비슷하다고 여겨지면서도 김작가가 살아가는 생의 방향과도 비슷한 점이 많은 사람. 평양 출신 탈북자로 엄마와 살며 의대를 다녔고,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프랑스 도피시절 아내를 만나 전공을 이어간 퇴직 의사. 사랑하던 모친과 아내를 모두 떠나보낸 노년의 신사. 아내를 떠나보낸 후 자책속에 사는 사람. 한인공동체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로기완을 알게되고 그의 난민신청 과정을 돕게된다. 그렇게 로기완과 친분은 쌓고 있던 중 로기완은 박에게 일기장을 남기고 떠난다. 그리 바라던 정착민의 삶을 버리고 간 로기완을 찾는 김작가. 그들은 어떤 이유에서 박을 찾은건지, 박은 왜 그들을 도우려 한건지를 로의 일기에서, 로가 쓴 일기를 보며 로의 행방을 찾는 김작가가 마주한 박을 보며 그의 성정을 따라가본다.



📖2010년 12월 9일 목요일_ 연민이란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어떻게 만들어져서 어떻게 진보하다가 어떤 방식으로 소멸되는 것인가. 태생적으로 타인과의 관게에서 생성되는 그 감정이 거짓 없는 진심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포기되어야 하는 것일까.


재이와 김작가가 만드는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 형편이 안좋은 사람들의 사연을 미니다큐로 만들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ARS 시스템으로 후원을 유도하는 작업. 연민의 감정 호소에서 끝냈어야 하는데 김작가는 그 감정의 선을 넘은 듯 했고, 마음을 다했으나 마음과 달리 벌어진 결과에 미안하고 괜한 애정을 덧붙인거 같아 자책을 하게되는 시발점.


📖2010년 12월 12일 일요일_ 사람들은 그저, 차질 없이 적당한 양의 배급을 받았고 학교에는 늘 학용품이 마련되어 있었으며 명절에는 새 옷도 입을 수 있었던 오래전의 소박한 풍요가 어서 빨리 다시 오기만 숨죽여 기다릴 뿐이다. 로가 그날 거리의 시위대를 건너다보며 괴로워했다면 그것은 오로지 그 기다림의 시간을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는 것에서 발견한 뒤늦은 분노 때문이었을 것이다.

풍족도 풍요도 없던 삶. 그렇지만 그래도 살아지던 시절. 그러나 그게 당연한게 아니라는 세상 밖의 세상속에서 똑같은 생이나 다른 삶의 방식에 화가 나면서도 어머니는 더 나은 삶을 누리지 못하고 삶을 매듭지은 듯 해서 일어나는 울컥함이 보였다. 조국이 가난한 것이 지옥이 아니라, 조국이 강요했던 일부 계층의 지옥에 가난이 포함된게 로가 느끼는 분노의 포인트로 보였다.




📖2010년 12월 24일 금요일_ 사랑하는 사람과 마음껏 체온을 나누는 그 순간의 충만함을 갖고 싶어 그외의 모든 것들을 포기했을 것이다. 신분은 불안하더라도 한사람만 늘 곁에 있어준다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한없이 걷기만 했던 추운 겨울은 다시는 경험하지 않아도 될 거라는 믿음, 그 믿음으로 로는 결정할 수 있었다. 세상의 가장 고적하고 가장 은밀한 어딘가에서 초조하게 주사위를 던져볼 필요는 없었다.

벨기에 반대편에서 김작가를 기다릴 재이도 아마 로기완과 엇비슷한 감정으로 다시 만나게 됨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 짐작하게 만든다. 우리는 각자 조금씩 닮아있기에 분명 그러리라 믿고 싶어진다.


📖2010년 12월 16일 목요일_ 정치나 사회에 무관심하다고 비난하면 발끈하며 반박할 수는 있지만 구체적인 행동을 하기엔 늘 인색한 마음을 지니고 있던 세대에 나는 끼어 있었다. 그래서 그런 대자보를 발견하면 걸음을 멈추고 한참 동안 서 있긴 했어도 구호금 모금함 앞에 무심하게 지나갔었다. 상대적인 결핍감은 가난이라는 추상명사와 결합하여 내 청춘의 한쪽을 늘 그늘지게 했으나, 가난이라 믿었던 그 어떤 날에도 생존까지 위협당한 적은 없었다. 내가 무심하게 지나갔던 어떤 사진 속엔 어쩌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을 만큼 굶주려 있던 여덟살의 혹은 아홉살의 로도 있었을지 모르겠다.

김작가나 나나 아마 이런 생각을 비슷하게 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거라 보인다. 근현대사를 당연하게 배우고 자란 성인들. 하지만 자신이 살아온 세상은 교과서에 채택이 될 만큼 진득했던 사건이 없었기에 이러한 면면들이 무덤덤하게 느껴질 뿐이다. 타인의 가난이든 타인의 고된 삶이든 타인일 뿐이지 정작 내 이야기는 아니기에 어떠한 연민과 측은도 없이 그냥 냉랭하게 봐지는 것 말이다. 김작가나 내가 겪어온 삶의 굴곡 중에서 조금이나마 윤주와 닮아있고, 로기완과 같은 극한이었다면 김작가가 지금 겪는 인생의 갈등과 벨기에까지 오게만든 고민이 더 깊어졌을지 흘려보내졌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삶의 경우의 수였다.




📖2010년 12월 30일 목요일_ "때로는 미안한 마음만으로도 한 생애는 잘 마무리됩니다."

박은 때마다 김작가가 원하는 답을 스스로 찾도록 방향만 이리저리 틀어주었다. 김작가에게서 그시절 자신의 모습이 보이니 박이 느꼈던 만큼 김작가도 로기완의 기록으로 찾고자했던 마음의 방향을 얻어갔으면 싶은 마음이 보였다. 그리고 과거의 박을 김작가에게 투영하여 그때 했던 그 행동이 잘못된게 아니었다는 답을 얻어간다.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을 서로 읽었고, 그렇게 공항에서 작별한다.

타인의 삶에 개입한다는 것. 그게 선한 의도든 그렇지 않은 작정으로 불쑥 들어오든 당하는 입장으로는 낯설고 무섭게만 느껴진다. 선의인지 악의인지 알 길 없는 타인의 의도. 또 반대로 선의로 시작한 행동이나 타인이 악의로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또 다른 상황에서도 같은 심정으로 타인을 마주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본다. 그래서 타인의 영역에 다다르는 과정이 어렵고 무서운 것이다.

적극적으로 도와 나은 삶을 만들어 준다면 다행이지만 그 선의가 때로는 안하리만 못하는 방향으로 흘러 갈 수도 있으니 이 불행한 결말은 누구를 탓해야하는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든다. 그게 박과 로기완의 입장이며 김작가와 윤주의 사이 인 것이다.

이야기는 김작가가 생각하는 윤주의 시선과 반응만 나올 뿐이다. 김작가의 도움을 받은 윤주의 시점이 아니다. 그러니 완벽한 원망과 가득찬 미움의 대면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괜한 선의와 참견으로 인해 김작가는 윤주를 고난으로 밀어넣은게 아닌가 하는 죄책감이 커져 이대로 살아도 되는가를 고민하다 로기완을 찾게되고, 그의 조력자 박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책은 무조건으로 김작가가 잘한 일이라고, 윤주의 삶에 도움이 되었거나 해가 되었다는 이분법적인 답을 남기지 않았다. 이 또한 타인의 삶이고, 타인의 시점이며 타인의 이해관계이니 각자의 선택에 존중하며 그 후회와 결과에 대한 몫 또한 타인에게 기대하는 당신의 몫으로 남겨줬다.

로기완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김작가의 마음을. 로기완을 돕기로한 박의 의도를 우리는 다 파악했다. 그래서 나도 당신도 어떤방향으로 타인의 삶에 기록되고 싶은가. 이러한 마음의 흔적을 보고도 개입 할 것인가. 먼 발치에서 방관자 또는 더 너머의 관객같은 인물로 남을 것인가. 그건 오롯이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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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오로라 위픽
최진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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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책. 그래서 읽기 쉬우리라 생각한 도서. 페이지가 줄어든 만큼 책 값도 내려가도 되는데 그건 또 아닌 한 권. 그럼에도 이야기가 재밌어서, 작가진이 빵빵한 시리즈라? 위픽의 시도가 대단하니까? 뭐 이래저래 작가의 전작들을 믿으며 읽었다. 단숨에 다 읽어질 만큼 단편인데 밑줄을 그어 놓을 만큼의 기억남을 무언가가 없었다. 전작의 완독 후 높아진 기대치 이상의 무언가를 바란게 흠이 된건지, 얄팍한 페이지만큼이나 압축된 이야기가 있어 내가 그걸 받아들이지 못한건지는 알 수 없으나 나에겐 아쉬운 마무리였다.

책등에 적힌 '오로라'가 제목이지만 책 앞면에 적힌 '들키면 어떻게 되나요?' 가 숨기고 싶지만 들키고 싶기도한 주인공의 솔직함을 드려낸 느낌을 가졌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인척 소개하는 이름. 진짜이길 바라는 또다른 속내.


제주로 두달 살이를 떠나온 인물의 독백이며 상념에 대한 글이다. 의도하지 않은 여행이었고, 그게 이별한 이를 잊게하는 이별여행이라 포장되어도 좋겠다. 낯선곳, 유달리 차갑게 느껴지는 바람, 고요, 서울에서는 하지 않았던 행동들만 골라서 하게되며 두달의 시간을 채워간다. 그리고 제주에서의 시간은 '오로라'로 살기로 한다. 이별이 이별같지 않기에 사랑은 했지만 이미 결혼을 한 상태인 사람의 낯짝에 배신감을 느꼈고, 사람이 배신한건지 사랑이 자신을 배신한건지에 대해 비교를 하면서 이럴거면 차라리 다른 사람으로 살기로 한다. 여기서는 거짓말을 해도 아무도 거짓말인지 되묻지 않을듯한 낯선 곳이니까. 모든게 허용될 만한 공간처럼 여긴다. 그리고 자신의 남친과 바람나서 제주에 있다길래 그 사람을 찾으러 왔다는 시나리오를 가설로 삼아 사람들에게 여기 온 이유를 흘려둔다. 숙소에서 마주한 죽은 새. 죽은동물을 쓰레기봉투에 버리려 했던 모습에 굳이 자신이 시간을 내어 멀리 떨어진 곳까지 옮겨 땅에 묻어두는 마음. 죽은 새가 마냥 자신의 사랑같이 여겨진 이유 때문에 그런 수고로움을 자처한걸까?


누구나 감추고 산다는 말 처럼, 그래서 그 한 명도 모르도록 어둠속에서 사랑하기로 한 마음. 생각해보면 그와의 사랑은 시작부터가 잘못된 건 아닐지를 생각해본다. 그러니 오로라가 되어 기다리고 또 굳이 마음을 써서 정리를 하는 과정을 겪는다. 시작부터가 아귀가 안 맞는 조합인데도 전화기만 바라보는 시선에서는 미련이 미련하리만큼 가득 남아있음을 느낀다.


'너는 너무나도 네 편에서 생각했기에 진정 네 편이 되지 못했다.' 는 문장을 통해 너는 왜 내 편이 될 생각을 하지 않은건데? 를 되물어 보고픈 관계. 그렇게 오로라로 살면서도 내려오길 잘했다 싶을 만큼의 결론도 끝맺음도 없는 이야기. 이렇게 절절하리만큼 새로운 인물로 가면을 쓰고 낯선 이에게 툭툭 내비치지만 어떠한 결론도 없는 걸 보면 다시 서울로 가도 땅에 잠재워둔 죽은새마냥 죽어버린 자신의 사랑을 애처러워하며 이리저리 끌려다닐 모습만 그려지더라. 들키면 어떻게 되나요? 를 물었던 책의 표지. 들키길 바란 마음이 더 크게 내비치는 모습. 알아채주길 바라는 마음. 그래서 상대가 측은하고 애처롭게 봐주길 기대하는 되물음으로 정리하고 싶어진다.


글로 설명 할 수 있는 종이가 더 넉넉했더라면, 그래서 숨겨둔 이야기가 세세하게 들춰졌더라면 이 내용이 조금은 덜 아쉬웠을까를 생각해본다.

그러니까 이 얇은 책 한권으로 인해 기대치가 훅 떨어지고 아쉽기만 했던 내 마음이 들키면 어떻게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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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나라 이웃나라 -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주민들의 맛깔나는 음식과 생활 이야기
비카쉬 저스틴 쿠니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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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국 22명의 이주민들이 한국에 오게된 과정, 그리고 지금까지도 간절히 생각나는 고향 음식에 대한 이야기들.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즐기는 행복한 한끼를 나눌 수 있도록 알려주는 이해와 공감의 레시피북. 서로를 알아가는 귀한 과정이며 개인의 이야기까지 서슴없이 들려주니 한층 가까워지게되는 대화의 순간. 거기에 한국의 청소년 39명의 재능기부로 이주민들이 전하는 내용을 글과 만화로 담아낸 예쁜 책.

입말로, 서툰 손글씨로, 표현하기 힘든 부분은 번역기와 바디랭귀지를 이용하여 서로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이 알려주고파 애썼을 서로의 시간들을 생각하면 이 책에 든 감사한 수고를 내가 너무 편히 읽고있는건 아닌가를 떠올려보게된다.

먼나라 이웃나라보다 좀 더 가까운 뉘앙스. 맛나라 이웃나라의 제목처럼 맛있는걸 보면 나의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고픈 마음이 절로드는 과정. 그 마음을 전하고 싶어 먼나라 이웃나라의 언어유희버전으로 책 제목을 맛나라 이웃나라를 택하지 않았을까를 생각해본다.

요즘은 OTT의 음식관련 방송 뿐만 아니라 배달음식이나 밀키트를 통해 다양한 나라의 대표메뉴를 만날 수 있는데, 내 주변의 그 나라 사람이 알려주는 진짜 로컬 맛의 이야기 처럼 느껴져 그들이 만들어주는 음식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서툴지만 차근차근 따라한 내 음식을 그들에게 대접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 분명히 낯설고 차가웠을 타국의 온도. 그럼에도 살아내며 버텨오게 만든 그 음식의 힘을 기대하며 나도 서툴지만 그 맛에 다가가보게된다.



타국의 언어를 이토록 자유롭게 쓴다는 것. 이러한 결과가 있을 만큼 애 써 왔을 이들의 손끝을 생각하면 청소년들이 그려준 만화 만큼이나 소중한 손글씨 레시피 북이다. 이주민이라 말하지 않으면 모를듯한 글씨체와 단어 선택들. 뭉근하게 끓인다던가, 위로 오게끔이라는 단어 선택을 보면서 매체에서 보던 요리선생님 못지 않은 표현력에 감탄하게된다.


카페디저트 메뉴로 아무렇지 않게 선택하던 브라우니였으나 이제는 한국의 약과와도 같은 미국의 소울푸드라고 말하던 빅마마 샤메인 콤프턴의 이야기가 떠오르겠지. 모양이 망가져도 괜찮다고 도시락 통에 담아 공원에서 먹어도 좋다는 말에 용기내어 전용 믹스 가루가 아니라 직접 계량해서 만들어보고 싶어지는 욕심이 생기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그러하듯 바쁜 부모님대신 조부모의 손에 자랐다고 했던 와루니 타차이처럼 어린시절을 회상하게 만드는 소울 푸드는 할머니표 음식이라 했다. 직접 만드는 것도 손녀에게 다정히 가르쳐주셨을 모습을 보면서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애정어린 손맛이 이런거구나 싶어지며 이제는 그녀가 자식들에게 손수 만들어 자신의 어린시절의 한끼를 전해주고 있다는 대목에서는 사랑뿐만 아니라 그 순간을 느끼게하는 맛 또한 내리사랑처럼 전해짐을 느꼈다. 할머니표 팟타이에서 이제는 와루니 타차이표 팟타이까지. 아마 그녀의 아이들은 그 맛으로 태국의 향을 기억하지 않을까 싶어졌다. 건새우 대신 새우 마른거 1수저라 말했던 레시피에서 음성인식 되는 듯 해서 피식 웃게되는 조리법은 꼭 찾아보길.

다 읽고나니 조경규 만화가가 적어두었던 것 처럼 나는 어떤 음식을 내 고향의 맛이라고 알려주게될까를 생각해봤다. 나 또한 이 책에 레시피를 공개했던 이들처럼 엄마의 맛, 할머니의 손맛을 추억하며 어린시절 행복하게 먹었던 그 한끼에 대한 것들을 알려주지 않을까를 생각하게된다.

배달도 맛있고, 오래된 노포의 전통을 이어가는 음식도 분명 맛있지만 세월과 추억의 조미료가 솔솔 얹어져 더욱 풍부한 맛을 내는 어린시절 내가 엄마에게 엄지척을 날리며 가장 행복하게 먹었던 그 맛 그 음식. 어느집이나 다 해 먹을 흔하지만 맛까지 흔하지 않았던 그 집밥을 알려주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엄마에게 전수받은 집밥 레시피로 오늘 우리집 식탁을 꾸려볼 즐거운 생각을 하며 이 책을 덮게 되었다.



먹는 즐거움과 그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행복한 감정. 나만 알기 아쉬운 사랑스러운 순간.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주민들이 부디 지금 딛고있는 한국 땅에서도 그 먹고 사는 기쁨을 살뜰히 챙기면서 이곳에서도 평안함을 이어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 창비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고 작성된 완독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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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 김창완 에세이
김창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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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 내신 동시집을 행복하게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김창완님의 새로운 책도 기대되네요. 아저씨가 전해주실 위안의 글들을 일고 마음의 평온함을 되찾아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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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애에 이름을 붙인다면
시요일 엮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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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도 '사랑'이라는 단어가 안겨주는 포근함은 여전히 좋다. 더이상 사랑은 없을 것 같은 나이의 중년이 된 지금이지만 그럼에도 지금 하고있는 이 사랑이 더 깊어지고 단단해지며 안정감있는 평온함을 주기에 청춘의 사랑과는 결이 조금 다를지라도 여전히 좋고 애틋하다.

그러니 그때도, 지금도, 모든 게 처음인 듯 가슴 뭉클하게 설레는 사랑은 나를 살게하고,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픈 마음으로 다가온다.

계절의 여왕인 봄은 세상도 분홍색으로 물들고, 상대를 바라보는 시선 마저도 달콤한 솜사탕처럼 만들어버리니 이왕 이렇게 사랑에 물들어 버렸다면 시인 67인의 사랑 시로 특별한 마음을 잘 키워보길 바라게된다.



국내 최초의 시 큐레이션 앱 '시요일'에서 기획한 다섯 번째 시선집. '이 연애에 이름을 붙인다면'은 시요일 기획위원인 안희연, 최현우 시인이 사랑의 시작을 테마로 다채로운 목소리를 담은 시 67편을 엄선해 이 한 권에 담아내었다.

인간에게 사랑은 영원한 화두라지. 내가 살아보니 삶에서 사랑은 꼭 필요한 감정이며 사람을 더욱 열심히 살게 만드는 원동력이더라. 모두에게 보편적이라 할 수도 있겠다만 각각에게는 너무나 고유하고 유일한 경험이니 이 감정에 젖어들다보면 열병같이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구구절절한 글이 아닌 짤막한 시 한편이지만 이 마음이 어떤건지, 왜 그대와 함께할 때엔 이러한 마음이 드는지를 도통 갈피를 잡지 못하는 마음에 나란히 걸어주며 이 길이 맞다고 끄덕여주는 시선이 되어준다. 앓고만 있다가 넘쳐 흐리기만 할 뿐 채 닿지 못한 애절함에 대한 짠하고 안쓰러운 일들도 분명 존재한다. 시작되는 순간의 설렘. 아니, 그 전에 마음을 조금씩 밀어넣는 두근거리는 잰걸음부터 화르륵 타오르다 빨리 사그러지기도하는 그 후회까지. 다양한 시인들의 단어들로 사랑을 배우고 이 사랑을 어찌 품어야 할지 그들을 통해 들어보기로 한다.



📖기획의말_ 사랑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사랑이라는 단어를 다 아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러니 사랑 앞에선 번번히 세상을 처음 배우는 어린아이가 될 밖에요.

알다가도 모를 그 마음이 사랑의 감정과도 같지 않을까. 이 책의 3부작은 사랑이 무르익는 과정이기도하며, 사람이 나이드는 수순일 수도 있다. 그리고 감정마저 나이를 먹어 반성하는 마음의 사랑회고의 과정이라 느껴졌다. 1부, 사랑을 시작하는 얼굴. 2부, 당신이라는 기묘한 감정. 3부, 우리가 한 몸이었던 때를 기억해. 를 통해 사랑에 무르익음은 물론이고 한 사람의 인생이 흘러감도 느끼며, 마지막엔 원없이 사랑했고 사랑받았으며 사랑에 겨워했으나 결국 하길 잘했다로 마지막을 정리하고 싶어진다.

대상이 바뀌기도하고, 한 대상은 여전히 그대로인데 내가 변하기도 했다. 온전히 멈춰놓은 채 그 때를 가둬둘 수도 없는게 사랑이고 마음이며 우리였다. 그러니 매번 새롭다. 글로 배우고 귀동냥으로 익히며 시뮬레이션을 가동해도 옳은건지 계속 뒤돌아보는 마음들 뿐이다. 부디 이 시집을 다 읽고 난다면 이렇게 아쉬운듯 뒤돌게되는 감정이 줄어들길 바란다.




📖얼굴_

눈물을 닦으며 너는 너를 사랑한다

눈물을 닦으며,

나는 네 사랑을 사랑한다

아직 시작되지 않을 때. 나만 그 감정을 키워 나갈 때. 그리고 상대의 작은 움직임에도 혼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될 때. 그 시작의 마음이다. 나의 시선이 오로지 상대에게만 향해 있을 때. 작은 움직임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던 그 때. 별거 아닌 움직임에도 혼자 의미를 두고 별의별 생각을 했으며, 그 눈물이 나로 인한 슬픔은 아니나 다시는 그 슬픔의 이유를 만들지 않도록 내가 더 애써봐야겠다 마음을 다잡게되는 밤. 너는 이 밤의 끝이 무사하기만 하면 되고, 나는 이 밤의 끝이 무수히 길어 다시는 이 장면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공부하고 복기하게된다.

첫 사랑이 그랬고, 처음 그 설렘이 그랬으며, 이게 맞나 싶을 정도의 묘한 감정의 시작이 딱 이랬다. 얼굴. 그냥 얼굴만 봐도 좋고 아찔했던 그 찰나.


📖꽃말_ 꽃을 전했으되 꽃말은 전해지지 않은 꽃조차 전하지 못한 수많은 마음

그냥 지나가는데 예뻐보이길래 샀다는 그 흔한 거짓말. 꽃을 주는 날이라길래로 시작하는 어색한 대화의 물꼬. 나같이 용기도 없고, 패기도 없는 사람을 위한 그런 하루니까. 그 귀한 타이밍을 놓치기 싫어 꽃으로 마음을 덧붙여보는 중. 이걸 받는 그대는 꽃속에 숨겨진 마음과 꽃이 갖고있는 꽃말과 꽃을 앞세워 가려보는 쿵쾅거리는 감정의 요동침을 분명 모를게 뻔하다. 그래도 나는 어쨋든 마음을 다해 모든 진심을 꽃잎 하나하나에 끼워 내민다. 꽃은 전했고, 꽃말은 모를테고, 마음은 더더욱 생각지도 않겠지만 그저 집으로 가져가 테이블위에 올려진 꽃을 보며 내 생각 한 번 쯤이라도 해준다면 꽃은 제 역할을 다 한거다. 티내지 못하는 애틋함이니 꽃은 죄가 없다.



📖사랑과 자비_ 웃고 있는 서로를 보며 우리가 서로의 눈동자 속에서 무엇을 보고 또 알았는지 끝없이 이어진 수평선을 보며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마음을 주고받았는지

3부의 시들은 부풀어올라 한껏 키워낸 몸집이 크고 선명한 사랑의 빛깔은 아닌듯 했다. 만개 후 살짝 숨이 죽은 꽃잎 같기도하며, 정오 무렵 강렬한 햇살의 시간을 지나 스르륵 져 버리는 노을진 어스름의 순간. 또 어떤 글은 괜시리 찻잔만 만지작거리며 그때를 떠올리는 공허한 눈빛의 단상이 비춰지기도 했다. 완전히 끝맺음은 아니겠다만 예전 그때와 같을 순 없는걸 알고 아련히 시절 여행을 떠나는 모습들이다. 그렇더라. 사랑은 순간을 살게 하기도 하지만, 존재의 부재가 있더라도 남은 생의 여생을 살게도 만들었다.


이왕이면 내가 하는 이 연애의 감정이 건강하고 단단하며 쉬이 흔들리지 않을 내 삶의 버팀목이 되어주길 바라게된다. 그리만 된다면 나는 이 감정을 지지대 삼아 사는 동안 어떠한 흔들림에도 무던하게 버텨낼 재간이 생길 것 같거든.

당신이 연애라는 긴 레이스를 시작한 사람이라면 이러한 감정과 저러한 일들. 또 요런 고민과 저런 상황들. 그런 시선들과 아득해서 눈을 꼬옥 감아야만 느껴지는 마음의 옅은 감정도 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아줬음좋겠다. 마냥 맑은 날도 없지만 평생 우기인 세상도 없고, 시간이 멈추길 바라지만 정말 멈추어 버리는 일시정지도 없으니 이 울컥거리는 것이 사랑임을 직감했다면 이 연애가 이후에도 쭈욱 나의 사랑이며 당신과 계속 유지하고픈 사랑이길 응원해본다. 이 책을 통해 나도 내 사랑을 열심히 지켜 볼 테니 당신들의 연애도 무탈하길 빌어본다. 우리 함께 애쓰자. 이 연애가 고민해도 결국에는 사랑이었다고 확신 할 수 있도록.

📖미디어 창비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았으며 완독 후 기록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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