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나라 이웃나라 -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주민들의 맛깔나는 음식과 생활 이야기
비카쉬 저스틴 쿠니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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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국 22명의 이주민들이 한국에 오게된 과정, 그리고 지금까지도 간절히 생각나는 고향 음식에 대한 이야기들.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즐기는 행복한 한끼를 나눌 수 있도록 알려주는 이해와 공감의 레시피북. 서로를 알아가는 귀한 과정이며 개인의 이야기까지 서슴없이 들려주니 한층 가까워지게되는 대화의 순간. 거기에 한국의 청소년 39명의 재능기부로 이주민들이 전하는 내용을 글과 만화로 담아낸 예쁜 책.

입말로, 서툰 손글씨로, 표현하기 힘든 부분은 번역기와 바디랭귀지를 이용하여 서로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이 알려주고파 애썼을 서로의 시간들을 생각하면 이 책에 든 감사한 수고를 내가 너무 편히 읽고있는건 아닌가를 떠올려보게된다.

먼나라 이웃나라보다 좀 더 가까운 뉘앙스. 맛나라 이웃나라의 제목처럼 맛있는걸 보면 나의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고픈 마음이 절로드는 과정. 그 마음을 전하고 싶어 먼나라 이웃나라의 언어유희버전으로 책 제목을 맛나라 이웃나라를 택하지 않았을까를 생각해본다.

요즘은 OTT의 음식관련 방송 뿐만 아니라 배달음식이나 밀키트를 통해 다양한 나라의 대표메뉴를 만날 수 있는데, 내 주변의 그 나라 사람이 알려주는 진짜 로컬 맛의 이야기 처럼 느껴져 그들이 만들어주는 음식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서툴지만 차근차근 따라한 내 음식을 그들에게 대접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 분명히 낯설고 차가웠을 타국의 온도. 그럼에도 살아내며 버텨오게 만든 그 음식의 힘을 기대하며 나도 서툴지만 그 맛에 다가가보게된다.



타국의 언어를 이토록 자유롭게 쓴다는 것. 이러한 결과가 있을 만큼 애 써 왔을 이들의 손끝을 생각하면 청소년들이 그려준 만화 만큼이나 소중한 손글씨 레시피 북이다. 이주민이라 말하지 않으면 모를듯한 글씨체와 단어 선택들. 뭉근하게 끓인다던가, 위로 오게끔이라는 단어 선택을 보면서 매체에서 보던 요리선생님 못지 않은 표현력에 감탄하게된다.


카페디저트 메뉴로 아무렇지 않게 선택하던 브라우니였으나 이제는 한국의 약과와도 같은 미국의 소울푸드라고 말하던 빅마마 샤메인 콤프턴의 이야기가 떠오르겠지. 모양이 망가져도 괜찮다고 도시락 통에 담아 공원에서 먹어도 좋다는 말에 용기내어 전용 믹스 가루가 아니라 직접 계량해서 만들어보고 싶어지는 욕심이 생기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그러하듯 바쁜 부모님대신 조부모의 손에 자랐다고 했던 와루니 타차이처럼 어린시절을 회상하게 만드는 소울 푸드는 할머니표 음식이라 했다. 직접 만드는 것도 손녀에게 다정히 가르쳐주셨을 모습을 보면서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애정어린 손맛이 이런거구나 싶어지며 이제는 그녀가 자식들에게 손수 만들어 자신의 어린시절의 한끼를 전해주고 있다는 대목에서는 사랑뿐만 아니라 그 순간을 느끼게하는 맛 또한 내리사랑처럼 전해짐을 느꼈다. 할머니표 팟타이에서 이제는 와루니 타차이표 팟타이까지. 아마 그녀의 아이들은 그 맛으로 태국의 향을 기억하지 않을까 싶어졌다. 건새우 대신 새우 마른거 1수저라 말했던 레시피에서 음성인식 되는 듯 해서 피식 웃게되는 조리법은 꼭 찾아보길.

다 읽고나니 조경규 만화가가 적어두었던 것 처럼 나는 어떤 음식을 내 고향의 맛이라고 알려주게될까를 생각해봤다. 나 또한 이 책에 레시피를 공개했던 이들처럼 엄마의 맛, 할머니의 손맛을 추억하며 어린시절 행복하게 먹었던 그 한끼에 대한 것들을 알려주지 않을까를 생각하게된다.

배달도 맛있고, 오래된 노포의 전통을 이어가는 음식도 분명 맛있지만 세월과 추억의 조미료가 솔솔 얹어져 더욱 풍부한 맛을 내는 어린시절 내가 엄마에게 엄지척을 날리며 가장 행복하게 먹었던 그 맛 그 음식. 어느집이나 다 해 먹을 흔하지만 맛까지 흔하지 않았던 그 집밥을 알려주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엄마에게 전수받은 집밥 레시피로 오늘 우리집 식탁을 꾸려볼 즐거운 생각을 하며 이 책을 덮게 되었다.



먹는 즐거움과 그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행복한 감정. 나만 알기 아쉬운 사랑스러운 순간.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주민들이 부디 지금 딛고있는 한국 땅에서도 그 먹고 사는 기쁨을 살뜰히 챙기면서 이곳에서도 평안함을 이어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 창비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고 작성된 완독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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