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애에 이름을 붙인다면
시요일 엮음 / 미디어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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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도 '사랑'이라는 단어가 안겨주는 포근함은 여전히 좋다. 더이상 사랑은 없을 것 같은 나이의 중년이 된 지금이지만 그럼에도 지금 하고있는 이 사랑이 더 깊어지고 단단해지며 안정감있는 평온함을 주기에 청춘의 사랑과는 결이 조금 다를지라도 여전히 좋고 애틋하다.

그러니 그때도, 지금도, 모든 게 처음인 듯 가슴 뭉클하게 설레는 사랑은 나를 살게하고,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픈 마음으로 다가온다.

계절의 여왕인 봄은 세상도 분홍색으로 물들고, 상대를 바라보는 시선 마저도 달콤한 솜사탕처럼 만들어버리니 이왕 이렇게 사랑에 물들어 버렸다면 시인 67인의 사랑 시로 특별한 마음을 잘 키워보길 바라게된다.



국내 최초의 시 큐레이션 앱 '시요일'에서 기획한 다섯 번째 시선집. '이 연애에 이름을 붙인다면'은 시요일 기획위원인 안희연, 최현우 시인이 사랑의 시작을 테마로 다채로운 목소리를 담은 시 67편을 엄선해 이 한 권에 담아내었다.

인간에게 사랑은 영원한 화두라지. 내가 살아보니 삶에서 사랑은 꼭 필요한 감정이며 사람을 더욱 열심히 살게 만드는 원동력이더라. 모두에게 보편적이라 할 수도 있겠다만 각각에게는 너무나 고유하고 유일한 경험이니 이 감정에 젖어들다보면 열병같이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구구절절한 글이 아닌 짤막한 시 한편이지만 이 마음이 어떤건지, 왜 그대와 함께할 때엔 이러한 마음이 드는지를 도통 갈피를 잡지 못하는 마음에 나란히 걸어주며 이 길이 맞다고 끄덕여주는 시선이 되어준다. 앓고만 있다가 넘쳐 흐리기만 할 뿐 채 닿지 못한 애절함에 대한 짠하고 안쓰러운 일들도 분명 존재한다. 시작되는 순간의 설렘. 아니, 그 전에 마음을 조금씩 밀어넣는 두근거리는 잰걸음부터 화르륵 타오르다 빨리 사그러지기도하는 그 후회까지. 다양한 시인들의 단어들로 사랑을 배우고 이 사랑을 어찌 품어야 할지 그들을 통해 들어보기로 한다.



📖기획의말_ 사랑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사랑이라는 단어를 다 아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러니 사랑 앞에선 번번히 세상을 처음 배우는 어린아이가 될 밖에요.

알다가도 모를 그 마음이 사랑의 감정과도 같지 않을까. 이 책의 3부작은 사랑이 무르익는 과정이기도하며, 사람이 나이드는 수순일 수도 있다. 그리고 감정마저 나이를 먹어 반성하는 마음의 사랑회고의 과정이라 느껴졌다. 1부, 사랑을 시작하는 얼굴. 2부, 당신이라는 기묘한 감정. 3부, 우리가 한 몸이었던 때를 기억해. 를 통해 사랑에 무르익음은 물론이고 한 사람의 인생이 흘러감도 느끼며, 마지막엔 원없이 사랑했고 사랑받았으며 사랑에 겨워했으나 결국 하길 잘했다로 마지막을 정리하고 싶어진다.

대상이 바뀌기도하고, 한 대상은 여전히 그대로인데 내가 변하기도 했다. 온전히 멈춰놓은 채 그 때를 가둬둘 수도 없는게 사랑이고 마음이며 우리였다. 그러니 매번 새롭다. 글로 배우고 귀동냥으로 익히며 시뮬레이션을 가동해도 옳은건지 계속 뒤돌아보는 마음들 뿐이다. 부디 이 시집을 다 읽고 난다면 이렇게 아쉬운듯 뒤돌게되는 감정이 줄어들길 바란다.




📖얼굴_

눈물을 닦으며 너는 너를 사랑한다

눈물을 닦으며,

나는 네 사랑을 사랑한다

아직 시작되지 않을 때. 나만 그 감정을 키워 나갈 때. 그리고 상대의 작은 움직임에도 혼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될 때. 그 시작의 마음이다. 나의 시선이 오로지 상대에게만 향해 있을 때. 작은 움직임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던 그 때. 별거 아닌 움직임에도 혼자 의미를 두고 별의별 생각을 했으며, 그 눈물이 나로 인한 슬픔은 아니나 다시는 그 슬픔의 이유를 만들지 않도록 내가 더 애써봐야겠다 마음을 다잡게되는 밤. 너는 이 밤의 끝이 무사하기만 하면 되고, 나는 이 밤의 끝이 무수히 길어 다시는 이 장면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공부하고 복기하게된다.

첫 사랑이 그랬고, 처음 그 설렘이 그랬으며, 이게 맞나 싶을 정도의 묘한 감정의 시작이 딱 이랬다. 얼굴. 그냥 얼굴만 봐도 좋고 아찔했던 그 찰나.


📖꽃말_ 꽃을 전했으되 꽃말은 전해지지 않은 꽃조차 전하지 못한 수많은 마음

그냥 지나가는데 예뻐보이길래 샀다는 그 흔한 거짓말. 꽃을 주는 날이라길래로 시작하는 어색한 대화의 물꼬. 나같이 용기도 없고, 패기도 없는 사람을 위한 그런 하루니까. 그 귀한 타이밍을 놓치기 싫어 꽃으로 마음을 덧붙여보는 중. 이걸 받는 그대는 꽃속에 숨겨진 마음과 꽃이 갖고있는 꽃말과 꽃을 앞세워 가려보는 쿵쾅거리는 감정의 요동침을 분명 모를게 뻔하다. 그래도 나는 어쨋든 마음을 다해 모든 진심을 꽃잎 하나하나에 끼워 내민다. 꽃은 전했고, 꽃말은 모를테고, 마음은 더더욱 생각지도 않겠지만 그저 집으로 가져가 테이블위에 올려진 꽃을 보며 내 생각 한 번 쯤이라도 해준다면 꽃은 제 역할을 다 한거다. 티내지 못하는 애틋함이니 꽃은 죄가 없다.



📖사랑과 자비_ 웃고 있는 서로를 보며 우리가 서로의 눈동자 속에서 무엇을 보고 또 알았는지 끝없이 이어진 수평선을 보며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마음을 주고받았는지

3부의 시들은 부풀어올라 한껏 키워낸 몸집이 크고 선명한 사랑의 빛깔은 아닌듯 했다. 만개 후 살짝 숨이 죽은 꽃잎 같기도하며, 정오 무렵 강렬한 햇살의 시간을 지나 스르륵 져 버리는 노을진 어스름의 순간. 또 어떤 글은 괜시리 찻잔만 만지작거리며 그때를 떠올리는 공허한 눈빛의 단상이 비춰지기도 했다. 완전히 끝맺음은 아니겠다만 예전 그때와 같을 순 없는걸 알고 아련히 시절 여행을 떠나는 모습들이다. 그렇더라. 사랑은 순간을 살게 하기도 하지만, 존재의 부재가 있더라도 남은 생의 여생을 살게도 만들었다.


이왕이면 내가 하는 이 연애의 감정이 건강하고 단단하며 쉬이 흔들리지 않을 내 삶의 버팀목이 되어주길 바라게된다. 그리만 된다면 나는 이 감정을 지지대 삼아 사는 동안 어떠한 흔들림에도 무던하게 버텨낼 재간이 생길 것 같거든.

당신이 연애라는 긴 레이스를 시작한 사람이라면 이러한 감정과 저러한 일들. 또 요런 고민과 저런 상황들. 그런 시선들과 아득해서 눈을 꼬옥 감아야만 느껴지는 마음의 옅은 감정도 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아줬음좋겠다. 마냥 맑은 날도 없지만 평생 우기인 세상도 없고, 시간이 멈추길 바라지만 정말 멈추어 버리는 일시정지도 없으니 이 울컥거리는 것이 사랑임을 직감했다면 이 연애가 이후에도 쭈욱 나의 사랑이며 당신과 계속 유지하고픈 사랑이길 응원해본다. 이 책을 통해 나도 내 사랑을 열심히 지켜 볼 테니 당신들의 연애도 무탈하길 빌어본다. 우리 함께 애쓰자. 이 연애가 고민해도 결국에는 사랑이었다고 확신 할 수 있도록.

📖미디어 창비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았으며 완독 후 기록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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