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오로라 위픽
최진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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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책. 그래서 읽기 쉬우리라 생각한 도서. 페이지가 줄어든 만큼 책 값도 내려가도 되는데 그건 또 아닌 한 권. 그럼에도 이야기가 재밌어서, 작가진이 빵빵한 시리즈라? 위픽의 시도가 대단하니까? 뭐 이래저래 작가의 전작들을 믿으며 읽었다. 단숨에 다 읽어질 만큼 단편인데 밑줄을 그어 놓을 만큼의 기억남을 무언가가 없었다. 전작의 완독 후 높아진 기대치 이상의 무언가를 바란게 흠이 된건지, 얄팍한 페이지만큼이나 압축된 이야기가 있어 내가 그걸 받아들이지 못한건지는 알 수 없으나 나에겐 아쉬운 마무리였다.

책등에 적힌 '오로라'가 제목이지만 책 앞면에 적힌 '들키면 어떻게 되나요?' 가 숨기고 싶지만 들키고 싶기도한 주인공의 솔직함을 드려낸 느낌을 가졌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인척 소개하는 이름. 진짜이길 바라는 또다른 속내.


제주로 두달 살이를 떠나온 인물의 독백이며 상념에 대한 글이다. 의도하지 않은 여행이었고, 그게 이별한 이를 잊게하는 이별여행이라 포장되어도 좋겠다. 낯선곳, 유달리 차갑게 느껴지는 바람, 고요, 서울에서는 하지 않았던 행동들만 골라서 하게되며 두달의 시간을 채워간다. 그리고 제주에서의 시간은 '오로라'로 살기로 한다. 이별이 이별같지 않기에 사랑은 했지만 이미 결혼을 한 상태인 사람의 낯짝에 배신감을 느꼈고, 사람이 배신한건지 사랑이 자신을 배신한건지에 대해 비교를 하면서 이럴거면 차라리 다른 사람으로 살기로 한다. 여기서는 거짓말을 해도 아무도 거짓말인지 되묻지 않을듯한 낯선 곳이니까. 모든게 허용될 만한 공간처럼 여긴다. 그리고 자신의 남친과 바람나서 제주에 있다길래 그 사람을 찾으러 왔다는 시나리오를 가설로 삼아 사람들에게 여기 온 이유를 흘려둔다. 숙소에서 마주한 죽은 새. 죽은동물을 쓰레기봉투에 버리려 했던 모습에 굳이 자신이 시간을 내어 멀리 떨어진 곳까지 옮겨 땅에 묻어두는 마음. 죽은 새가 마냥 자신의 사랑같이 여겨진 이유 때문에 그런 수고로움을 자처한걸까?


누구나 감추고 산다는 말 처럼, 그래서 그 한 명도 모르도록 어둠속에서 사랑하기로 한 마음. 생각해보면 그와의 사랑은 시작부터가 잘못된 건 아닐지를 생각해본다. 그러니 오로라가 되어 기다리고 또 굳이 마음을 써서 정리를 하는 과정을 겪는다. 시작부터가 아귀가 안 맞는 조합인데도 전화기만 바라보는 시선에서는 미련이 미련하리만큼 가득 남아있음을 느낀다.


'너는 너무나도 네 편에서 생각했기에 진정 네 편이 되지 못했다.' 는 문장을 통해 너는 왜 내 편이 될 생각을 하지 않은건데? 를 되물어 보고픈 관계. 그렇게 오로라로 살면서도 내려오길 잘했다 싶을 만큼의 결론도 끝맺음도 없는 이야기. 이렇게 절절하리만큼 새로운 인물로 가면을 쓰고 낯선 이에게 툭툭 내비치지만 어떠한 결론도 없는 걸 보면 다시 서울로 가도 땅에 잠재워둔 죽은새마냥 죽어버린 자신의 사랑을 애처러워하며 이리저리 끌려다닐 모습만 그려지더라. 들키면 어떻게 되나요? 를 물었던 책의 표지. 들키길 바란 마음이 더 크게 내비치는 모습. 알아채주길 바라는 마음. 그래서 상대가 측은하고 애처롭게 봐주길 기대하는 되물음으로 정리하고 싶어진다.


글로 설명 할 수 있는 종이가 더 넉넉했더라면, 그래서 숨겨둔 이야기가 세세하게 들춰졌더라면 이 내용이 조금은 덜 아쉬웠을까를 생각해본다.

그러니까 이 얇은 책 한권으로 인해 기대치가 훅 떨어지고 아쉽기만 했던 내 마음이 들키면 어떻게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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