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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
이슬아 지음 / 이야기장수 / 2025년 6월
평점 :

곧게 앉아서 모니터를 마주하고있는 저자는 @문자의 원형에 갖혀진 채로 우리와 만나고있다. 역시나 저자 다운 발상의 책 표지. 제법 많은 책을 읽었다 싶었는데 이 책을 안 읽었더라구. 그래서 오랫만에 마주한 저자의 글이다. <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 뭔가 굳건한 의지를 갖고 읽어내야만 할 듯한 문장이다.
나 또한 얼굴을 마주하며 대화 하기보단 유선상의 연락이 익숙한 사람. 이러한 단어를 쓰는 것 자체가 직장인 나부랭이로서, 그리고 대감님집 노비로서 오래 밥빌어먹고 살고 있음을 뜻한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수단보다는 '이메일'로 자료를 주고받는게 더 흔해진 상태이다. 여건상 매번 연락도 어렵고, 직접적인 대면은 더더군다나 어려운 것이니 메일 전달로 각자의 조건을 충족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종의 흔적을 남기려는 것이기도 하며, 내 머리는 컴퓨터가 아니기에 그 기록물을 복기하며 업무의 흐름을 챙기는 것 이다. 그러니 나 또한 이메일 쓰기가 얼마나 중요한 밥벌이의 수단인지 잘 알고 있는 사람. 지금 회사에서만 12년 하고도 5개월을 일하고 있고, 그 이전에도 각각의 서비스업, 제조업에 발 담그고 살았으니 얼마나 많은 대면, 전화와 팩스, 이메일을 주고 받았는지 대충 가늠이 갈 것이다. 저자가 말하고 자하는 이메일 쓰기 방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으니 더 격한 반응으로 공감하며 읽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
글 맛 잘 살리는 건 익히 알고 있으니, 그 능력으로 어떻게 우리는 구워 삶아서 잘 하는 사람으로 바꿔치기 할지 기대하며 얻어갈 것들이 뭐가 더 있을지 틈을 노려보기로 한다.

📖허나 우리는 기후위기 뺨치게 걱정스러운 이메일을 써낼 수도 있는 존재이고 멸종위기에 처한 친절과 낭만과 유머를 되살릴 수도 있는 존재다.
입에 모터 단 듯 말하는 언변보다 손가락에 모터 단 듯 와랄라 써 내려가는 능력치가 더욱 큰 세대. 그래서 직장인들은 세상 무념무상의 표정으로 모니터를 마주하고 있지만 키보드 위에서는 사람을 녹여 낼 수도 있고, 벼랑 끝으로 몰아두어 죽일둥 살릴둥 가시돋힌 논쟁도 가능한 사람인걸 언급했다. 업계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결국 사람을 구슬려야 하는 일이고, 사람의 의중이 가장 큰 것이니 그걸 붙잡을 구실이 결국 말과 글이었다.

📖내 실속을 챙기면서도 무례하지 않을 수 있을까? 성냥하면서도 얕보이지 않을 수 있을까? 돈 더 달라는 말을 어떻게 해야 비굴하지 않을까? 거절하면서도 상처 주지 않을 수 있을까? 싸우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을 수는 없을까?
모든 것은 내가 원하는 바로 당겨와야 하는 것이고, 그걸 위해서 우리는 글로서 표현을 하고 있는 상태이다. 팩트만을 나열해야하는 보고서같은 문체도 필요하고, 경직되어있을 상대를 말캉한 계절 인사나 시기에 맞는 인사로 시작되어 깨름직하거나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내며 해치지 않는 사람인냥 접근해야하는 것이 결국 흰 페이지 안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액션이다. 문장 전달. 완벽한 의도를 가지고 쓰게되는 글. 완벽히 상대만을 향하고 있는 서술.

📖다정함이라는 기술은 결국 상대의 시간과 노고를 소중히 여기는 씀씀이다. 그것을 귀히 여길 때 돈 얘기도 구체적으로 쓰인다.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돈 얘기를 생략하지 말자. 첫 메일에 시원하게 적어버리자.
아이스브레이킹도 좋지만 결국 우리는 각자의 목적을 갖고 마주하는 사람들이다. 서로가 궁금해하는 점, 상대에게 바라는 점, 그리고 그 선이 모호 할 적에 맞추는 서로의 정도까지. 그래서 때로는 자신이 쥔 패를 보여주며 일단 내가 제시 할 수 있는 최대는 이러하니 가능하겠는지, 아니면 조율할 수 있는 접점은 어디까지인지를 정확하게 묻는 것 또한 다정함 이라 할 수 있다. 에둘러 말하며 이런저런 안부를 묻는 다정함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염두해야한다. 당신도 궁금해 할 것은 이러이러 할 것이니 팩트 먼저 제시하며 그 후에 가능 여부와 조율 타이밍을 맞추는 것. 서로 빙빙 둘러 말하며 연애하는 것도 아닌데 안부만 주고받다 답답해 죽는게 아니라 인포 전달이 상위에 있어야 한다는 걸 간과해서는 안된다.

📖거절 메일을 쓸 때마다 실감하는 건 인생이 무한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내 메일을 받을 상대의 인생 역시 마찬가지일 거라서 쿨하고 따뜻한 미덕을 두루 갖춘 답장을 쓰고 싶어지는 것이다.
결국 돌고 돌아 만날 사람은 만난다지만, 안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만나게 되는게 업계이다. 아예 타 업종으로 전환하지 않는 한 결국 한번은 마주치게 될 수도 있다는 것. 사람일은 모른다는 그 문장을 뇌리에 박아두자. 언제 어느 시점에서 마주 할 지 모르는게 사람이라는 것. 마냥 좋을 수는 없겠다만 혹여 성사되지 않는 건으로 마침표를 찍는 다 할 지언정 척을 지게 되는 일을 만들 이유는 없다는 것. 이건 메일 쓰기 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필요한 인간 대처능력 중 하나로 보면 되겠다.

📖내가 속한 업계는 완전히 문자의 세계다. 이메일 창에서 날고 기는 자들이 바로 내 동료들이다. 우리는 주로 이메일로 일하고, 파일을 주고받고, 이메일로 감탄하고, 이메일로 싸운다. 아름다운 말만 주고받고 싶지만 알다시피 일이란 건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출판 업계가 문장으로 날고 기는 사람들의 조합일테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럼에도 사무직으로 밥 값하는 이들 또한 하루 종일 문서만 부여잡고 있다보니 문장 구사력에 이골이 난 사람이다. 업체를 통해 요청하거나 협업문의는 물론이고, 타 부서에게 월권이 아닌 적정 선에서 업무 조율, 시기마다 실적보고, 분기보고, 연말 성과보고, 내년도 사업계획서 작성과 브리핑까지. 어르고 구슬리고 달래가며 요청과 간청을 하는 문장을 썼다가 또 다른 창에서는 최소한의 단어 배열과 팩트 전달. 클라이언트 든 오너 든 원하는 바를 빠르게 전달 할 수 있는 핵심 문장 조합력까지. 결국 이것들이 모여야 좀 더 수월하고 나를 덜 갉아먹는 방식의 밥벌이가 되며 이 집구석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구실이 괴게된다. 그러니 나는 다르게 할 거라는 안일한 생각과 다른 길을 개척할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기본이 잡혀 있어야 무얼 해도 반은 간다는 점을 확실히 익혀두자.
아는 이야기들이라 더욱 받가웠다. 그리고 이 책을 지금이 아니고, 대학 졸업 시즌에 읽었더라면 어땠을까를 생각해본다.
운이 좋았던 첫 직장에서의 사수. 그녀 덕에 사람을 구슬리는, 이른바 달디단 문장을 구사하는 능력을 얻었다. 그렇게 좋게좋게 둥글게둥글게 라는 식의 대화체를 습득했고, 두번째 직장에서는 개떡같은 선임 덕에 그녀에게 일을 배우는게 아닌 또다른 루트를 뚫을 수 있었다. 거래처의 담당자들에게 배우는 진짜 계란으로 바위치기 식의 업무를 쳐 낸 이력이 있다. 모르면 물어보는게, 덜 혼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전화든 이메일이든 일단 나를 소개하며 나의 패를 다 드러낸 적이 있다. 아는 바가 없으니 가르쳐 주시면 실수없이 업무를 처리할 수 있으니 도와달라는 간곡함. 신입의 패기라던가 젊은놈의 객기라던가 그런건 나중 일이었다. 가르쳐주지도 않는 선임이라는 자가 월말과 월초에 세치 혀로 사람을 후려칠 수 있다는 걸 수습기간에 겪었던 이력이 있기에 내 살길을 그쪽으로 틀어버린 것이다. 이 쪽에서 뺨 맞지 않으려면 저 쪽에서 싹싹빌며 뭐라도 구해내야하는 실정이 나를 빠르게 성장시키는 방식이었다. 이게 옳은 방향은 아니다. 거래처라도 결국 경쟁의 업체이기도하고, 돈으로 엮인 관계이다보니 상대의 수월한 방식으로 가르쳐 줄 수 있음을 인지하고 얻어내야했다. 그걸 떠나서 뭘 알아야 대처를 할 수 있으니 흐름을 알기 위한 방식으로 기록을 택했고, 흔적을 남겨 둔 것이다. 거래처가 한두군데가 아니다보니 직원마다 다양한 문장 구사 방식과 내용 전달 스킬을 얻어 낼 수 있었다. 과외선생님이 많았고, 과외선생님마다 문제를 접근하고 풀어내는 방식이 달랐던 것. 그걸 이맛저맛 다 먹어본 후 내 것으로 얻어내는 시간이 이슬아 저자의 책 만큼이나 친절했고, 또 빨리 나에게 스며들었다. 각 기업만의 방식, 연차가 주는 문체의 다양함, 담백해야 할 때와 미사여구를 늘여놓아도 되는지의 타이밍. 웃으며 두터운 가면을 써야하는 순간과 계절이든 개인사든 언뜻언뜻 안부를 물어도 될 지에 대한 가늠까지. 그러한 것들이 이제 툭 하면 와르르 쏟아지는 사람으로 살고 있어 나도 내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진짜 생 초짜 신입이 들어온다면, 인턴쉽도 해 보지 않은 정말 보송보송한 햇병아리가 온다면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다 알아먹지도 못하는 막내가 쭈뼛쭈뼛 사무실을 들어온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어진다. 신입은 그러하다. 선임이 부르기만 해도 뭘 말하지 않아도 그때부터 긴장하고 걱정한다는 것. 그러니 일단 이것 부터 읽고 생각을 해보자고. 생각이라는 걸 하는데, 너무 깊게 말고, 딱 이정도만 생각하며 살면 되는거고, 회사 밥 먹고 사는 시간동안에는 더 많은 걸 안해도 되니 이정도의 긴장감만 가져보자며 놓아주고싶은 책이라 정리해본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된 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