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 가족의 오랜 비밀이던 딸의 이름을 불러내다
양주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무런 정보가 없을때엔 지명을 책 제목으로 둔 줄 알았다.

책 뒷면에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양지영과 저자 양주연, 두 이름을 겹쳐 부르는 말이기도 하며, '익명 속에 머물러 있는 여자들을 부르는 말'이기도 했다. 양씨 집안의 아가씨를 부르는 호칭이자 한번도 불러 본 적 없는 저자의 고모를 이르는 단어. 그녀는 있었으나 없다. 있었지만 있었던 이력까지 다들 묻어둔 채 살고 있었다. 존재에 대한 언급이 없던 사람들이다. 그제서야 책 표지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옛날사진인데 어느 한 사람만 도려낸 듯 흔적이 없다. 대신 홀로그램같은 반짝이는 필름이 덧 씌워져 있을 뿐이다. 이 사람이 그 양양 이구나 싶어하며 책 표지와 뒷면의 서평 일부 만으로 이야기들을 추론해본다. 행복했던 순간을 숨기려 하진 않았을테고, 사진으로 어렴풋 가늠해보건데 주인공은 홀로 많이 울었으리라 짐작하며 그제서야 이것저것 검색으로 사전 지식을 채워보았다.

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영화 개봉이 동시에 이뤄졌다. 다큐멘터리형의 영상물. 2분 남짓의 메인 예고편을 보면 저자는 화목한 가정이라 믿었던 곳에서 숨겨두기만 했던 아빠의 자살한 누나를 알게된다. 가족의 비밀이었던 그녀에 대한 흔적을 조카가 따라가며 시절이 주는 설움과 챙김받지 못했던 대상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그녀의 흔적을 긁어모으게 만든다. 왜 이야기를 안 하려 했던건지, 왜 그리도 그리워하지 않고 숨기기만 급급했는지를 남겨진 이들을 통해 알게되는 과정 속에서 양양은 과연 고모 뿐이었을까. 이름모를 양양들은 분명 존재했을 것이고, 고모 만큼이나 잊혀지고 외면당했을게 빤해서 저자 만큼이나 독자들의 마음을 일렁이게 만든다.


📖특별한 삶은 무엇이고, 특별하지 않은 삶은 무엇인지. 누가 다큐멘터리 영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고, 또 누가 주인공이 될 수 없는지.

시절마다 특별한 삶에 대해 논하는 방식이 다르다. 특히나 더 엄격했을 과거로부터 시작하는데 과거에 잊혀진 가족이 있으니 그 생(生)에 대해 궁금 할 수 밖에. 일단 가정에서부터 주목받지 못했다. 사회에서도 제약이 많았고, 삶을 끝내는 것에도 뚜렷하게 기록되지 못한 그 생이 더 애달프다. 이만큼 특별한 생이 또 있을까를 생각하며 조금 다른 관점의 특별한 삶에 주목하고 있었다.


📖직선으로 흐르지 않는 시간은 온 마음으로 느끼며 나는 나의 시간을, 가족의 시간을 다시 꺼 내려가고 있었다.

우리는 매번 과거 회상의 방식으로 뒤늦게 그 순간을 기억한다. 사진, 영상, 각자의 기억으로. 모두가 서운함 없이 두루두루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긴 하지만 마냥 행복한 사람 곁에는 어딘가 모르게 온전히 사랑받지 못한 주눅든 마음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모자란 사랑을 시간이 지난후에라도 보살펴주고 싶다. 과거의 모자란 것에 지금의 따뜻한 시선과 더 큰 마음으로 메꿔놓으며 아쉬움과 설움을 토닥이게된다.

그 시절 저자의 아빠가 무조건 잘못했다며 타박하는게 아니다.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었다. 보고 자란 것이 그러했으니 그게 잘못된 마음이라는 걸 몰랐을 것이다. 이제는 그래선 안된다 일러주고 덜 받은 사랑의 게이지를 지금이라도 채워보자며 구슬려주는 어른이 된 저자의 모습에서 각각의 자리에서 덜 아프게 영그는 방식이 이런거구나를 느꼈다.

📖나는 화목하고 평범한 가족이라는 규범적 관념 속에서 가려졌을 또 다른 누군가의 이름과 존재를 떠올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보낸 안전하고 화목한 시간들이 누군가를 지워서 얻은 것이라면, 더 이상 그런 화목함을 바라지는 않는다고.

일부러 타인의 행복과 사랑을 뺏들어 나의 복닥한 기쁨을 채운 것은 아니다. 그래서 저자가 말하는 그런 화목함을 바라지 않는 다는 말에 반기를 드는 것 대신, 그러한 희생의 존재를 알아주고 덕분에 얻은 더 큰 복이 나에게 왔음에 감사하며 그 마음을 귀히 여겨주는 방식으로 마음을 달리하길 바라게된다. 그 시절엔 '나'라는 존재가 분명 없었던 시대였고, 어떻게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없던 자신을 책망하기보단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는 마음으로서 그 흔적을 잘 보듬어 주었으면 싶었다. 나에게 고모가 있었다는 것도 몰랐던 것 처럼, 고모역시 자신의 죽음을 누구보다 서럽게 여기며 기억해줄 조카가 생길지도 몰랐을테니까. 우리는 그런 마음으로 자기 앞에 놓인 화목과 다정함을 거부하진 않았으면 한다.

책은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된 '양양'의 제작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이긴 하나 쿠키영상 혹은 보너스 트랙 같으면서도 제작 후일담과도 같은 방식으로 구성되어있다. 소설같지만 실제이고, 영화이지만 페이크다큐이길 바라게되는 주인공 지영의 짧은 생을 보여주고있다.

주인공은 있지만 없는, 그래서 존재의 의중을 물을 수는 없으나 남겨진 흔적을 통해 시대상에 끼워맞추는 식으로 가늠할 뿐이다. 소재의 중심에 있던 양지영에서 양주연으로 넘어갔으며, 용용의 시절까지 넘어가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부녀지간이지만 남보다 더 못한 사이인냥 속마음을 드러내지 못했던 지영의 성장기, 같은 부녀지간이지만 앞서 보았던 사이와는 다르게 이야길 하려고 애썼고, 그간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며 대화라는 걸 시도했던 주연의 관계. 그리고 이제는 모자의 관계로 성별이 바뀐 채 시작될 엄마 주연과 아들 용용(태명)의 이야기로 이야기의 끝은 마침표가 아닌 쉼표인냥 그렇게 다음 세대를 알려 준 후 끝이난다.

아버지가 묘를 이장하며 딸이 낸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 당장에 된다, 안된다의 대답보다 고심 후 표현해 낸 진심. 아버지도 누나가 그리웠을 것이고, 빈 자리의 공허함을 분명 느꼈을 것이다. 그걸 표현하지 못하는 시대상과 가족내의 분위기는 과거의 이야기 일 뿐이다. 그런건 이제 없다. 그러니 이제 마음가는 대로 하는것이 지금의 양씨 집안을 꾸리는 어른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표현법을 보여주어 마음을 덜어본다. 여전히 그녀의 생의 흔적과 죽음에 이르기까지에 대한 정확한 이야기는 없다. 추측 할 뿐이며, 그녀와 함께 했던 이들과의 대화로 회상할 뿐이다. 어디에도 없던 양지영을 마지막으로 가족 묘비에 옮겨 둠으로서 이름으로나마 있었다는 흔적을 일부러라도 남겨놓음으로서 남겨진자들이 마음을 전하는 것으로 변화된 세상의 표식을 마주 할 수 있었다. 아직 무엇도 기록되지 않았고, 아직 무수하게 남길게 많을 양주연과 용용의 관계에서 이뤄지는 세상은 이보다 더 뚜렷하고 세세하며 서운함이 없길 바라게된다.

📖하니포터 11기로 출판사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된 기록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