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몸으로 살기 - 나를 다듬고 타자와 공명하는 어른의 글쓰기
김진해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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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이나 그룹형 글쓰기 교실, 자신의 책을 내기 위한 강좌들도 많던데 선뜻 나서지 못하는 사람이다. 꾸준히 해 볼 자신도 없거니와 막상 내 앞에 놓여진 깨끗한 노트북 화면 보면 말문이 턱 막히고, 글들도 갈피를 못 잡을게 빤해서 이렇게 혼자 글쓰기 안내서와 독대하며 나를 더 까 내려가 볼 요량으로 명절 연휴 긴 시간동안 죽이되든 밥이되든 싸워볼까 싶다.

1부 당신에게는 어떤 문장이 있나요 / 2부 좋은 글은 어떻게 구성될까요

3부 말해지지 않은 것을 써볼까요 / 4부 쓰는 듯 살고, 사는 듯 읽으세요

에필로그: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총 4부로 나누어 글과 글을 쓰는 나를 이야기하는데, 결국 나는 4부의 문장으로 살고싶고, 에필로그의 문장이 곧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었다.

어차피 소설도 아니니까, 자신감이 하락하고 의욕마저 상실하기 전에 에필로그부터 읽어가며 뒷북치듯 뒤에서부터 읽어간 후 다시 앞에서 당당하게 페이지를 넘기는 독서 해작질을 감행했다.

저자는 말한다. 사는 게 그렇듯이 글쓰기에도 '판타지'란 건 없습니다. 그냥 한번 썼는데 멋진 글이 나왔다는 식의 '아름다운 드라마'같은 건 없습니다. 한 만큼 늡니다. 거기에 저자는 내 행색을 다 보았다는 듯 이 문장을 덧붙인다. 십수년 동안 뼈 빠지게 일만 하던 노동자가 가끔 책이나 잡지를 읽으며 글쓰기의 꿈을 키웠다고 이 글을 '잘'쓸 수 없습니다. 모질게 들리겠지만, 그게 현실(진실)입니다.

이 말에 정신차리라면 뒷통수를 얻어 맞은 후에야 눈에 힘이 들어가고 온 몸에 힘이 들어감을 느낀다. 우리가 밥벌이의 수단인 일을 하는 것과 똑같은 행위라는 점. 그냥 일을 한다고 자동으로 늘어서 잘 하게 되는 법이 없는 것 처럼, 뭔가를 해야 일이 늘듯 거저 글쓰기는 없었다.

'허투루'대해서 실력이 길러지지 않는 점. 그리고 간절함과 절박함이 있어야 '글을 잘 쓰고야 말겠다'는 각오와 나란히 뛰어야 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나는 뒤쳐진 채로 방관만 했음을 느낀다. 나를 앞서서 힘차게 발을 구르고, 열심히 팔을 휘젓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연신 감탄만 하고 있었던게지.

1부 당신에게는 어떤 문장이 있나요의 끝엔 내가 진실로 묻고 싶었던 한마디가 부록처럼 이어져있다.

글감을 잘 풀어내기 위하여에 해당하는 답변이었다. 글을 잘 빚어내는 것도 좋지만 몇개의 핵심 단어와 문장을 읽는 이로 하여금 어떻게 풀어내어 잘 떠먹여 줄 것인가가 어렵다. 육하원칙의 '어떻게'와 '왜'의 경계이기도 한데 속시원히 내 마음을 다 꺼내어 풀어내고 싶은데 매번 엉키거나 한쪽만 과하게 뭉쳐지는 기분이다. 글의 시작은 담백하게, 윤라적 주제를 씌우려 하지 않으며 유일성에 더 큰 힘을 싣어주길 바라고있다. 보편타당한건 우리가 다 아는 사실이며 그걸 기대하며 읽는 이들은 없다는 점.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아주길 원하는 그것에 집중하라는 듯 ai가 빚어내고 gpt가 반듯하게 재단한 글에 속박당하지 말길 바라는 말들이었다.


3부 말해지지 않는 것을 써볼까요의 단락 중 많이 공감하며 읽었던 감정은 피부 밖에 있다는 이야기.

두달 전 즈음 언론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온 일이 있었다. 그때 격양되어있던 기분과 이른바 욱하는 마음이 겹쳐서 정리되지 않은 문장들이 와르르 쏟아지기도 했던 경험이 있다. 그럴 때엔 격동보다는 평정심이 필요했다. 감정 자체는 글이 아니니 감정을 잘 구슬려서 감흥을 일으켜야했는데 그걸 다룰 기술이 없었던 것이다. '절제'는 넘치지 않게 조절하는 겁니다. 넘치는 걸 '과잉'이라 하듯 나만 붕 떠있고 독자만 무덤덤한 전달이 아니라 그 반대의 액션이 취해 지도록 감정의 매개체를 끌어오는 연습이 필요함을 느꼈다. 감정과 감정의 직거래 대신(이 때엔 매번 욱하고 왁하는 다급함이 양념처럼 뿌려진 상태) 거간꾼 같은 매개물에게 한번 거르고 옮겨져 말갛게 남겨진 기운을 전하는 연습이 필요했다.

저자는 말한다. 여전히 직업으로 하지 않을테지만 그럼에도 '잘'쓰고 싶다는 것. 강요하지 않고, 마감에 쫓기지 않고 한가로이 글을 쓰는 과정으로 얻어내는 글들의 진짜 힘을 기대하게된다.

습관같은, 그런데 이제 습관인지도 모르는 것들의 행동들의 틈에 습관같은 문장 기록, 일상같은 단어의 정확한 해석, 당연하게 여기는 독서의 찰나까지도. 그러면 '잘'쓰고 '적어도 나잇값 하는 어른'이 될 거라 했으니 당장은 어렵겠으나 내 나이의 앞자리가 바뀔 즈음엔 나잇값도 하는데 잘 쓰고 잘 하는 좀 괜찮은 어른으로 바꿔 살아도 좋지 않을까를 기대하게된다.

📖하니포터 11기로 도서만을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된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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