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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레퓨테이션: 명예 1~2 세트 - 전2권
세라 본 지음, 신솔잎 옮김 / 미디어창비 / 2023년 11월
평점 :
평판과 명성을 이야기하는 단어인 레퓨레이션. 세상에 훌륭하다고 인정되는 이름이나 자랑. 또는 그런 존엄이나 품위를 뜻하는 명예를 굳이 또 한번 언급하는 걸 보면 중의적인 무언가가 있음을 언급하는 듯 하다. 레퓨레이션을 사전으로 찾아보면 또 이러한 설명을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이 어떤 사람 또는 어떤 것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공통된 의견. 사람들이 어떤 사람 또는 어떤 것을 생각하는 방식.
평판과 명성이 누군가에겐 자신을 드러내는 가장 확실한 명함이 될 수도 있고, 또 타인들이그것으로 일면식도 없는 이를 이해할 수 있는 수단이 되어지기도 한다는 것. 자신이 원하는 명성은 어느정도이며, 타인들이 바라보는 방식은 선은 어디까지라 보아야 할지를 생각해보며 이 표지의 여성이 원하는 권위는 무엇일지를 생각해본다.
제법 현실적인 소재이며 한번쯤 생각해보았던 이야기들이다. 이러한 피햬는 저명인사들에게 국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 SNS에만 올리고 팔로워 수가 얼마 되지 않더라도 여러 계정을 넘어가며 다다른 이에게 불쾌한 이미지나 메세지를 무차별적으로 전송하며 일면식 없는 이를 향한 날이 선 공격들. 생각보다 다양하고 두려운 방식의 혐오의 압박은 기본적인 삶의 평온까지 잃게 만든다. 이제 그 극한의 단계에 선 이 표지의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볼까 한다.
시작은 '시체는 계단 가장 아래에 있었다.'로 시작한다. 이야기는 사건일 일어난 날을 먼저 언급한다. 앞서 말한 그 시체인 마이크(타블로이드지 기자),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여성 하원 의원인 엠마 웹스터. 그리고 그녀의 딸인 플로라와 전남편 데이비드, 데이비드의 새 아내 캐럴라인. 엠마의 지역구 주민이자 혐오의 액션을 서슴치 않는 백스터. 2권 후반에 나오는 엠마의 교수였던 마커스 제이미슨까지.
그녀는 왜 시체를 마주했던 것인지. 그리고 왜 그런 일이 그녀의 집 안에서 일어난 것인지를 이전의 이야기부터 날짜별로 각각의 인물들이 하는 이야기를 따라가기로 한다.
📖 P49_ 그런데 당신이 더 주목받게 되는 게 플로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역 뉴스에 등장하는 거야 그렇다 쳐도 이렇게나? 잡지 표지 모델이라니? 스스로를 너무 표적으로 노출시키고 있는거 아닌가? 아이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거 아니야?
데이비드는 엠마의 유명세도 중요하지만 그 화살이 딸 플로라에게도 이어지지 않을까를 걱정한다. 리벤지 포르노라는 사건을 수면위로 끌어올려 이들을 지키는 법안을 추진하다보니 아무래도 반대 세력이나 그로 인해 처벌을 받게된 이들이 엠마와 엠마 주변을 노릴거라는 생각에 불편함을 드러낸다. 그렇다. 관심은 무조건적인 옹호와 함께 무조건적인 비난이 같이 오게된다. 때때로 비율만 달라질 뿐 이 양면적인 시선은 늘 공존하는 것이 문제이기에 그걸 모르지 않는 데이비드는 엠마에게 에두르지 않고 말하지만 그녀에겐 대수롭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인다.
📖 P88_ 유명해지는 일을 굳이 피하려 들지 않았고 자신의 대의에 도움이 된다면 어떠한 위험도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플로라는 엄마가 페미니스트의 이상을 옹호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플로라는 괜히 약 올리려고 자기가 안티페미니스트라고 떠들고 다니는 동급생 남자아이들 외에는, 실제로 안티페미니스트를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엄마가 수위를 조금 낮추길 바랐다. 엄마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것이 좋을지 몰라도 플로라 눈에도 TV에 나온 엄마는 짜릿한 흥분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의 눈에 띄는 것을 원치 않는 사람도 있었다. 모두가 남들과 다르길 원하는 건 아니었다. 열네 살 플로라는 남들과 조금고 다르고 싶지 않았다.
너무 다른 성햐의 엄마와 딸. 엠마는 자신의 딸이 언론에 드러나는 걸 바라지 않았지만 지역사회에서 그게 어디 쉬울까. 쟤는 하원 의원 딸이래. 쟤네 엄마가 가디언 표지에 나온 그 사람이잖아. 쟤네 엄마랑 쟤는 왜 저렇게 달라? 라는 식의 시선. 세상에 플로라는 없고, 엠마의 딸. 하원 의원의 딸이라는 닉네임만 붙게되며 시기와 질투를 넘어선 위험한 따돌림까지 받게된다. 그러니 자신을 드러내고픈 엄마와 자신을 군중속에 숨기고픈 딸의 상반된 입장을 보면 확실히 화려하게 비춰지는 삶의 이면에는 항상 그늘이 있고, 그 피해를 받는 사람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또래로 인한 따돌림. 플로라가 행한 정당치 못한 행위. 따돌림으로 인해 하게된 우발적 보복행위라고만 하며 죄가 없을음 주장 할 순 없다. 그간 이어진 악의적인 따돌림은 질타를 받아 마땅하고, 정확히 우발적이라고 해야 할지 플로라 내면의 의도적인 마음이 존재했다고 할지는 명확하게 언급되지는 않지만 그것은 범죄였다.
이제 플로라를 지키기 위한 엠마의 행동과 그 사건의 냄새를 맡은 기자 마이크. 사이의 이야기. 그리고 마이크가 왜 엠마의 집에서 죽음을 맞이 했는가를 따라가는 것이 진짜 이야기의 시작이다.
📖 P53_ 그렇게 해주는 것이, 속으로 어떻게 생각하든 표면적으로는 엠마의 무죄를 믿는 것이, 플로라와 엠마, 데이비드는 물론 캐럴라인인 자신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외도녀라는 딱지가 벨크로처럼 그녀에게 딱 붙어 떨어지지 않았고, 그녀는 그게 싫었으니까. 그녀는 엠마만큼이나 명예에 집착하는 사람이었다.
이야기는 엠마를 중심으로 돌아가지만 각각의 인물들은 자신의 명예에 집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게 어쩌면 인간의 진실된 내면일지도 모르겠다. 배려와 양보, 타협보다는 헌신의 마음을 더 크게 두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자신의 명예에 흠이 나는 걸 좋게 받아들일 순 없다. 이른바 내가 쌓아온 이미지는 나를 보여주는 가장 정확한 예시이며 나를 이루는 또 다른 자아이기 때문이다.
엠마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캐럴라인. 엠마가 안쓰러운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한켠에는 어떻게든 엠마가 별 탈 없이 이 사건을 빠져나와야만 그녀와 이어진 자신의 가족들이 무탈하고, 근심을 덜 수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자신을 위해서라도 엠마는 무죄를 받아야했다. 범죄자의 전남편과 딸을 가족으로 둔 사람으로 일컫어 질 순 없다. 지금도 그녀는 플로라를 가르쳤던 가정방문 강사였던 걸 떠올리면 그 어떤 좋은 닉네임은 없다. 거기에 재를 뿌리듯 범죄자인 전부인의 자리를 대신하는 사람이라는 단어까지 추가할 필료는 없다. 생각해보면 엠마보단 자신을 위해서 무조건적인 무죄입증에 힘을 싣어야하는 가장 절실한 사람이었다.
P244_ 이번 사건에 이르기까지 제가 경험해온 공포를, 그 어떤 여성도 경험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제가 온라인상의 글로, 문자로, 사무실로 발송되는 편지로 수많은 괴롭힘을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마이크 스톡스의 신문사로부터 스토킹당하지 않았더라면, 그가 사망할 일도 없었을지 모릅니다.
일면식도 없는 이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 다는 것은 물론 무조건적인 질타와 마녀사냥 식의 악의적인 태도. 스토킹과 협박. 꾸준한 범죄의 노출. 그건 유명하다고 감내해야하는 삶은 아니다. 염산테러가 일어날 수도 있으니 항상 세척을 위해 주변엘 물을 두어야 하는 삶이라면, 꾸준히 자신을 스토킹하듯 뒤를 밟아가며 사진을 찍고 협박하는 일상이 이어진다면 모두가 은둔하듯 살아야 될지도 모르겠다. 가장 기본적인 삶의 평온을 받납해야 한다면 그게 진짜 사는데에 목적을 두고 싶을까?
이야기는 으레 엠마의 손을 들어준다. 하지만 2022년 12월의 레이철 이야기를 보면 순간 욱하고 울컥하는 이야기를 마주한다. 마이크가 죽기 전 엠마와 나눴던 이야기와 그리고 그 이후 이야기를 통해 알게된 사진들. 한 사람을 향한 보이지 않는 시선과 흔적, 집착은 끝이 없음을 알려주며 씁쓸하게 끝이 난다.
역시나 법정 스릴러는 시간에 따라 더욱 고조되는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맛이 있다. 엠마가 숨겨온 진실. 진실속에 지키고싶었던 진짜 목적. '명예'가 우선이었던 엠마는 결국 삶의 모든 것이 '명예'의 범주에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어느 하나 놓을 수 없었고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 긴 법정싸움으로 갔던것으로 보여진다.
넷플릭스를 통화 영상화가 확정된 원작이니 시간에 따라 당당함과 두려움을 오고가는 그녀의 감정표현을 잘 해줄 배우의 케스팅이 가장 중요해보인다. 또 하나의 영상화 과정에서 주목하고픈 것은 엠마를 둘러싼 얼굴없는 SNS속 글의 주인들이다. 타인의 불행이나 고통에서 느끼는 기쁨. 타인의 고통과 절망이 누군가에게 기쁨이 된다면, 불행의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 희열을 느끼는 샤덴프로이데에 빠진 이들. 그 단역들의 자극적인 영상이 이야말로 울화통을 유발하는 존재가 아닐지 생각해본다. 엠마의 재판과정을 보는 언론과 시민들. 그 군중속에 숨어있었을 엠마의 안티들의 표정에 주목하는 영상을 기대해본다.
📖 이 책은 창비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고 완독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