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오피스 괴담 안전가옥 FIC-PICK 8
범유진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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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이 범유진 저자의 이름이 나와있어서 고른 책이다. 최근에 읽었던 '칵테일, 러브, 좀비'또한 조예은 저자의 안전가옥에서 나온 도서로서 스릴러 환상소설을 선택하는 시선이 남다른 듯 하여 이번에도 믿고 고른 안전가옥 시리즈.

일을 해 봤다면 겪을 수 밖에 없는 이 고통을 '오피스 괴담'이라는 작품집의 바탕이 된 것. 나의 일상의 대부분을 바쳐가며 월급을 받고있고, 매일같이 출근하며 '출근하기 싫다'를 부르짖는 세상을 드러내었다.

여기에 있는 단편들은 다양한 분야의 직종을 보여주고있다. 그리고 일일 드라마에서 당연하게 보는 이사장, 부사장, 임원진들이 나오지 않는 것.(공중파 드라마만 보면 이러한 직급이 발에 채일 만큼 흔해빠져보여 때로는 역피라미드 구조의 회사가 운영이 될까 싶어진다) 가장 현실감 넘치는 이유는 내 주변에서 이러한 직종의 업무를 하는 사람이 한둘은 있었다는 것에서 말이 괴담이지 사회생활 설움배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보며 이야기에 스며들게 된다.



📖오버타임 크리스마스_ 나 혼자 진실을 말할 수는 없었다. 때로는 진실이란 다수결로 정해진다. 다수의 안에, 원하는 답을 가진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눈가리고 아웅. 흐린눈으로 세상 보기. 못할거 같지? 이 구역에서 밥멀어 먹고 살려면 영혼없이 박수치는 방법과 눈꼬리 움직이지 않고 웃으며 기뻐하는 스킬, 안 좋은것도 좋다고 할 수 있는 무영혼의 쌍엄지척의 근육이 발달될 것이다. 드럽고 못해먹겠다 싶은 사회생활도 내가 죽지 않으려면 그게 된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이 구역 공기의 흐름이 나를 그렇게 변하게 한다는 것. 신기하고 기묘한 세상이다.


📖오버타임 크리스마스_ 힘들면 만세를 외치라고, 만세를 하면 몸이 커지잖아요. 사람은 힘들수록, 공간을 많이 차지해야 주눅이 덜 든대요.

만세를 외치게 만드는 한마디와 시름시름 앓던 선인장의 모습까지. 만세 선인장이라는 것도 이 단편을 통해 처음 알았다. 이 녀석이 가시는 작아도 움츠려 살지 않으려고 제 이름을 내세워 만세를 하라고 강요하는 것 같아. 이 구역에 내 편이 되어주는 생명체가 하나는 있구나 싶은 용기를 가지게 만들었다. 사람은 힘들수록 어깨를 펴고 꼿꼿하게 살기를, 그리고 가시를 드러내어야 할 때는 빳빳하게 가시를 세워보기를 바라는 듯이 우린 만세 선인장에게 삶의 방식을 배웠다.(사무실에서 숨쉬는 인간 중에 어느 하나 배워 써먹을 구실하는 놈이 없으니 선인장에게 얻어가는 삶의 방식이다)




📖명주고택_ 떨어져도 괜찮다는 말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에 더해 역사에 남을 뜻깊은 행사에 조금이나마 동참할 수 있어 영광이라는 말 때문이었다. 나는 내 일을 그렇게 충실히, 열정을 담아서 하고 있는가, 라는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죽어서라도, 영혼이라도 한달음에 달려가 그간의 고생과 노고를 인정받고 싶은 마음. 일단 이렇게까지 해왔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간절함. 죽을만큼 힘들게 했더니 정말 죽어서 왔나 싶은 쓰러움까지 모든게 짠하다. 책임과 간절함. 이 프로젝트를 따와야 나만 바라보고 사는 내 식구, 내 회사 동료들의 당장 다음달 급여가 무탈하게 이체되어 나가고 한시름 놓을 수 있겠다는 절절함이 혼이되어 고택으로 왔나보다.

나는... 나는 이렇게까지 열정적으로 살았고, 간절하게 바래온 업무의 결과가 있던가? 하루가 무탈하고, 한주가 무사하며, 분기가 물흐르듯 흐르며, 그렇게 1년이 쥐죽은듯 시간이 이동되길 바라는 무사안일의 인생으로 살아가고있음에 뒷목이 찌릿하다. 열정은 이미 바닥을 드러낸지 오래이며, 바뀌어보고자 하는 의지와 성과를 위해 달려가자는 결연한 의지도 없다. 얇고 길게, 눈에 띄지 않고 목숨줄 연명하길 바라는 그림자같은 직원으로 살다보니 열정도 의지도 없는 껍데기 출근을 하고 있음에 왠지 오늘 내 자리가 가시방석처럼 여겨진다.




📖행복을 드립니다_ 아이들에게는 좋은 집과 좋은 가족이 필요하니까. 윤미는 세진이와 세윤이의 행복을 위한 메신저가 되어 줬을 분이다. 자신의 이해와 두 아이들의 행복만을 생각했지, 경준 팀장과 그 가족의 행복 따위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팀장도 윤미의 사정을 무시하고 윤미의 행복에 관심 갖지 않았던 것처럼.

행복을 파는 곳은 행복을 반납하는 직원들이 있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주말과 늦은시간 매장을 가면 거길 관리하는 직원들. 나의 평범한 행복을 위해 당신들의 소중한 일상의 일부를 반납한 사람. 당연히 사측은 그에 대한 수당을 주니까 우리가 그꺼까지 감내하며 살아야되나 하겠지만 그러한 사사로움까지 바라는 게 아님을 먼저 알리고 싶다. 근무조건과 특수한 상황을 모두 인지하고 왔으나 일에 대한 힘듦보다 같이 일하는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가 더 많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같은 오너의 테두리에 있더라도 부서에 따라, 직급에 따라, 고용형태에 따라 다른 대우가 있다. 수평적 관계를 기대하는 건 아니다. 다만 갑보다 을의 경우 을보다 병의 입장에서 윗선을 바라 볼 때 들어주기라도 해준다면 설움이라도 가실텐데 라는 기대와 실망의 응어리가 있다. 제 선에서 할 수 없는 상황과 입장도 알지만 들어라도 주길 바라며 이러한 사정을 한탄과 해명의 기회라도 있다면 속이라도 시원하겠다는 아랫연차들과 말단 직급들의 마음이라는게 있다. 아마 윤미는 그걸 바란게 아닐런지.혹시, 팀장은 그걸 다 들어주면 들어주었으면서 왜 하나라도 바뀌는게 없냐고 반박할 이후의 상황을 생각하고 모든 경우의 수를 차단한걸까? 역시나 사회생활은 어렵다.(˘・_・˘)


📖오피스 파파_ 인정받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제 주제는 잘 알고 있었으니까 특별히 잘나거나 유능해지길 바랐던 건 아니고요, 그냥 이곳의 아주 작고 작은 나사 하나라도 좋으니까 기능하는 인간으로서 취급받고 싶었어요.

가끔 그 세계가 인생의 전부이며 왕노릇을 해야 재미를 보는 인간들이 있다. 회사 밖을 나가면 뭣도 아닌 그냥 동네 아저씨 아줌마 중 한명일 뿐인데 그러한 사람의 비유를 맞추고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어주며, 손과 발이 되어 자잘한 것까지 도맡아 하는 경우가 있다.(나는 살다살다 부츠 뒷굽 나간거 수선해서 찾아오라는 소리도 들었다. 면허 딴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신출내기가 회사차 몰고 그걸 해와야하는 것. 꼬우면 니가 사장하던가 라고 입에 달고 살던 그 대리. 평생 구두굽 맨홀에 박히는 삶 사시라고 정성들여 기도하곤 했다)

그들도 신입사원 시절부터 그딴 행색을 하고 살았을까? 보고 배운게 그 뿐이라 그런건지, 아니면 그 구역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른자가 되기로 자처한건진 알 수 없으나 그들의 그늘에 있는 새싹같은 신입들은 점점 자기 비하와 자존감 소멸로 시름시름 앓게 되더라. 일 잘하고 인정받는 걸 바라는게 아니라 그냥 사람 취급 해주길 바라는 모습을 보면 짠하기 그지없다. 나는 저런 상사는 되지 말아야지 하지만 나도 저딴 꼰대가 되어가는건 아닐까. 신입들이 슬슬 피하는 선임이 되는건 아닐까 걱정스러움이 커진다.



📖컨베이어 리바이어던_ 조금이라도 더 낫게 살아 보려고 열심히 일하지만, 입에 겨우 풀칠할만큼이라도 소득이 생기면 그동안 받았던 지원들이 바로 끊기기 때문에 더 지독한 가난으로 빠지고 만다고도 했다. 그래도 일을 안 할수는 없었다. 무엇이라호 하지 않으면 결국, 이 가난한 삶을 계속 물려줄 수밖에 없으니까.

좋아서 자처하는 고생이 어디 있으랴. 생계를 위해서 하는 것이지. 재능기부도 사회생활 경험도 그런거 없다. 결국은 좀 더 먹고사는 것이 편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것이다. 재벌의 소시민 체험도 아니고 이걸 왜 한때의 추억이라 하겠는가. 노동자들에게 왜 굳이 그런것만 찾아서 하냐고 물으며 좀 더 공부하고 좀 더 기술 익혀서 나은 곳으로 이직하라고 쉽게 세치 혀를 놀리지 않길 바랄 뿐이다. 그럴수 밖에 없는 이유와 그렇게밖에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니 천대하며 눈 내리깔며 보는 그 시선 거두길 바란다. 그대들도 이렇게 일해준는 인력이 없다면 지금의 평범한 삶도 없다는 걸 제발 인지하고 살아줬음 싶다.



📖컨베이어 리바이어던_ 사실은 겁이 났다. 대학을 졸업하고, 번듯한 회사에 들어가고, 딜리원에서 겪은 일들은 그저 한때의 추억,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에 어울리는 경험담으로 소비하면서 그렇게 평범하고 멀끔하게 살아갈 미래가, 사실은 무척이나 연약한 껍질에 감싸인, 단 한 번 발을 삐끗하는 것만으로도 허망하게 놓쳐 버릴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이 실감 나서.

내가 살아보지 못한 미래는 평범하고 멀끔하길 기대하지 않았음 한다. 삶은 한치 앞도 모르는 것이요, 인생의 굴곡은 롤러코스터와도 같아서 번듯한 대학에 남들 다 아는 대기업을 다니더라도 평생 직장으로 살 순 없으며, 조건과 상황에 따라 당신이 하대하며 멀리했던 일을 하게 될 지도 모른다. 오죽하면 한때 SNS를 떠돌던 결국 엔딩은 치킨가게라는 소리가 있겠는가. 책상머리에 앉아서 사무업무만 보던 이들이 퇴직하고 치킨집 차리고, 배달 오토바이 몰고 다닌다 하던 그 말. 당신은 지금도 이 소리가 웃길까? 생계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 하는 순간이 오는 것. 그걸 우스개소리로 넘기지 말아주면 좋겠다. 이 또한 누군가에겐 필요로하고 절실한 기회라는 것. 새벽 밤 잠 못자고 추위와 더위에 견디며 일하는 이들이 있기에 오늘도 무탈한 당신의 일과가 있다는 것. 그렇다면 당신은 직업의 귀천이니 나발이니 그런 말 조차 꺼내지 못하겠지.

좀 더 리얼하고, 좀 더 다양하고, 좀 더 현실성 넘치는 다양한 분야의 현대판 노비. 회사에서 나부랭이로 불리우는 아랫계급들의 이야기다. 갑보다는 을. 을보다는 병. 폭탄 처리반이며 뒷수습 담당과 잔잔바리 해결원으로 꾸려진 회사 구성원. 누군가의 감정쓰레기통도 되어주고, 현대판 욕받이 무녀의 구실도하게되는 이들. 장소만 오피스로 정해져있을 뿐 서럽고 억울함이 가득한 괴담은 어딘가 서글프다.

뉴스에서도 봄직하고, SNS에서도 살이 덧붙여져 카더라 통신버전으로 회자되며, 결코 끝이 나지 않을 회사의 악습과도 같은 일들은 픽션이라 하기 보단 르포에 가까운 어두움을 보이고 있었다.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했다. 돈을 벌어야 사람답게 살 수 있으니까. 이보다 나은 환경을 기대하며 몸과 정신을 써가며 나를 갉아낸 보상을 받았다. 제자리걸음도 있고, 개미지옥같은 구덩이도 존재했다. 역시나 묵묵히 잘 버텨나가면 창창한 미래와 희망찬 내일을 맞이하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때문에 우리는 추위와 더위를 뚫고, 카드값 내기위해, 공과금 고지서 납부를 위해 간다. 가야한다. 가야 사람구실 한다는 소릴 듣는다.

귀신나고오 기이한 현상이어야 괴담이라는 편견을 버리기에 아주 적합한 소재들의 조합이다. 이구역 도른자들이 득실거리는 곳. 행복은 가까이에 있습니다가 아니라 지옥은 당신 곁에 있습니다. 라고 말해주고픈 웃프고 씁쓸하며 애석한 삶의 나열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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