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데 가끔 뭘 몰라
정원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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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그려진 아이는 주인공 정훈. 무언가 뾰루퉁한 표정과 눈썹을 보이고 있지만 또 어찌보면 똑부러지고 당찬 구석도 있어뵈고, 옳고 그름에 대해 FM이 되어 있는 듯한 빤듯해보이는 아이.(표준어가 아닌거 알지만 이 친구를 표현하기엔 반듯보다 빤듯이 어울린다) 그 시절에 나도 그러했던건 아니었나 돌아보게되는 초등4학년의 생각이 넘치는 일상 이야기다.




이 책은 사춘기에 접어들 시기에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편견과 차별, 불평등과 처음 겪게되는 상황들을 풀어가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어른들이 당연하게 만들어 둔 차별과 편견들을 초등학교 4학년 아이의 시선으로 보며 겪게되는 에피소드들이다. 표정과는 다르게 에피소드들의 제목들은 한결같이 '~는 소중해'로 적힌 걸 보면 자신은 좋지만 이걸 타인에게 표현해도 되는게 맞는지, 혹시 유별나게 나만 좋아하는건 아닌지, 내 표현이 다른이에게 불편함을 주는건 아닐지를 생각할 아이의 깊은 고민의 연결고리를 따라가게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우산은 소중해' 단편. 하교 시간 우산이 없는 어린 학년 동생에게 선뜻 우산을 건네주는 정훈. 비를 맞더라도 그 편을 택했던 건 자신이 저학년 시절 이름모를 언니에게 우산을 얻어 썼던 기억덕분이라는 것을 마지막 그림에서 느낄 수 있다. 누군가의 호의와 배려 덕에 내리는 빗물 만큼이나 슬펐을지도 모를 순간이 감사했고 기분좋았던 터라 정훈은 언젠가 그 날이 오면 똑같이 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살아왔는지 모른다. 비록 이 친구가 우산에 그린 물감이 수성이라 옷이 다 물들었고 깨끗하게 지워지지 않았더라도 우산을 빌려준 누나를 위해 예쁜 그림을 그려주고싶어했을 이름모를 동생의 정성을 알기에 그날의 정훈은 어른의 정훈이 되더라도 소중한 기억으로 평생을 살 지 않을까 싶어진다.





준서의 부재. 할머니의 사망. 정훈은 준서 할머니가 끓여주셨던 짜장라면 간식을 먹었던 기억이 있어 할머니도 그리워지고 준서의 슬픔을 어떻게 위로 할지를 고민한다. 다같이 함께 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조금 덜 슬퍼하도록 친구들끼리 모여 함께 짜장라면을 끓여 먹는 모습. 이 친구들만의 위로 방법이 아닐까 싶다. 좋았던 순간을 복기하며 할머니와 함께했던 순간 만큼은 아니지만 친구들과 함께했던 기억으로 채워보길 바라는 따뜻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슬픔을 나누고 덜어내어 함께 먹어낸 친구. 새학기에 맺어진 짝꿍의 인연이 이렇게 개인의 가족사의 슬픔을 채우는 소중한 우정으로 확장되었다.




어른으로서 생각이 많아지는 '어린이는 소중해' 어린이가 소중한 만큼 어린이가 뛰어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픈 할아버지의 1인 시위. 그리고 아이들은 먹고싶은 빵을 구입하기위해 추운 곳에서 1인 시위하는 할아버지에게 감사의 마음과 부탁의 마음을 표현하는 아이들. 편의점에서 따뜻한 유자차를 드리며 부탁을 하는데 노키즈존에서만 파는 맛있는 빵을 대신 구입해달라 말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지만 아이들이 맘편히 먹으러 가기 어려운 곳. 그 상황을 통해 요즘 세상의 노키즈월드를 떠올리게 만든다.

아이들을 뭐라 하는 것이 아닌, 아이들과 동반한 어른들의 주의를 필요로하는 노키즈 존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를 싫어하는 세상으로 바꾼 것 같아 미안스러워진다. 동반한 유아를 케어하길 원하는 마음에서 주의가 필요한 곳임을 알리는 노키즈존이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여질까 걱정이 되기도한다.

나도 겪어낸 시절이었다. 이젠 기억도 희미한 10대의 초입. 생각이 커진 만큼 마냥 아이처럼 보이고 싶지 않고, 또 그렇다고 중고등학생 언니들같은 외형적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라 더 혼란스러운 시기. 내 마음을 훤히 드러낼 만큼 표현하는 것 마저 부끄러운 시기라 뾰루퉁하기도하고 심드렁한 표정이지만 이 친구들의 속내는 말캉하고 따뜻하다. 내 어린시절을 반영한 듯한 정훈의 모습을 보니 우습기도하고 새치름함에 귀여운구석이 보인다.

정훈이 좋아하고 소중해하던 것들을 옅보면서 내 어린시절도 떠올리고, 정훈과 같은 시기를 겪을 나의 조카들의 성장과정도 빗대어보며 이 친구들이 많은걸 소중하게 여길 수 있도록 공감하는 구석을 만들어보고 싶어진다. 내가 그랬는데 지금의 아이들은 오죽할까 싶어지는 성장의 과도기를 조금은 유연하게 흘러 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픈 공감의 책이다. '너희들의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해'라는 마지막 문장을 끼워넣고 싶을 만큼.

📖 미디어 창비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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