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꿰맨 눈의 마을 ㅣ 트리플 22
조예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12월
평점 :

타이밍도 어찌 이리 기가막힐까. 꿰맨 눈의 마을이라는 신간 발매와 함께 눈내리는 마을 표지. 책을 읽기 전엔 몰랐지. 그 눈과 그 눈의 경계를. 내가 이토록 한국판타지 소설을 좋아했던 적이 있나 싶지만 SF소설에 발을 들여놓고 난 후 자연스레 판타지 소설까지 영역을 확장한게 아닐까 싶어진다. 마냥 만화같지도 않으면서 탄탄한 구성과 함께 조만간 넷플릭스나 티빙에서도 3연작 시리즈로 나올수도 있겠다 싶은 그런 기대감까지.
이야기는 3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있지만 독립적이지 않고 각각의 이야기 속에 인물들이 겹쳐서 처음부터 정주행하듯 읽기를 권해본다. 생각보다 길지 않은 내용이라 훅훅 읽어지는 속도감까지 더해지니 생업이 있는 직장인 나부랭이는 본업 끝낸 후 틈틈히 읽으며 사흘만에 읽어지더라. 각잡고 주말을 빌려 읽었다면 하루만에도 완독이 가능한 전개속도이다.
꿰맨 눈의 마을 / 히노의 파이 / 램 의 단편에 더불어 저자의 에세이와 작가이자 기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작품 해설집으로 총 5개의 이야길 갖고있다.
해설집의 이다혜 기자가 3개의 단편을 배열하기를 현재-먼 과거-가까운 과거 순으로 배열된 것이라 말하지만 실제로는 현재-과거-미래의 구성이라는 점에서 공감하는 바이다.
이야기는 2066년 6월 6일 새빨간 달이 뜬 멸망한 세계로부터 도시가 물에 잠겨 바이러스와 저주병을 피해 방주같은 타운으로 숨어든 이들의 둠스테이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알 수 없는 바이러스 속에서 사람들은 익히 아는 지금의 모습을 잃은 채 '저주병'이라고 통칭하는 현상이 발현되는데 아무데나 눈이며 입이 생겨나고 있지 않아야 할 곳에 생기는 손이나 기관들로부터 흉측한 모습에 전염을 걱정하며 마을 밖으로 쫒아낸다. 교차 감염의 여부나 생존 확률은 물론이고 추적관찰 따위 필요치 않으며 세상밖으로 밀어내기 바쁘다. 그렇게 서로를 감시하게된다.

📖꿰맨 눈의 마을_ 하지만 그거 알아? 결국 중요한 건 시간과 쪽수야. 누가 다수를 차지하느냐.
그렇더라. 시간과 쪽수를 기점으로 격리가 되느냐 일반화가 되느냐의 차이를 두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 수록 무뎌졌고, 확산세가 커져 우리가 기준을 두는 일반인과 비 감염인의 수치를 넘어선 후가 되면 그게 결코 일반화라 할 수 없는 수순으로 이어지는 걸 봐온 시점에서 보니 꿰맨 눈의 마을은 지금의 세상과 많이 닮아있어 웃프기도 한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감염자를 쫒아낼 때 쥐어주는 미트파이와 콜라는 코로나 시대를 겪어온 우리가 보기엔 격리자에게 주는 생존 식량과도 같았다. 램처럼 먹고 버텨내면 다행인거고, 그러지 못하면 어쩔 수 없다며, 우린(일반인) 최선의 배려를 해 준 셈이니 탓하지 말라는 뉘앙스도 풍겨온다.
세상은 모두 자신을 기준삼아 옳고 그름을 나누게된다. 그렇게 자신과 다름에 있어서는 인지하는 것에 끝나지 않고 결국 혐오의 시선을 깔아두게된다. 다른 사람이 그러면 몰라도 나는 아니다 라고 부정하며 청렴을 내세우는 이는 몇이나 될까. 나 또한 나와 다른 결의 사람을 마주 할 때엔 일정부분의 혐오를 갖고 본다는 걸 알고있다. 그래서 저자가 깔아준 아포칼립스판이 무섭다. 상생보단 혐오와 배제의 비중이 커지는 인간으로 진화될게 빤해보이는 나도 어줍잖은 인간이니 머리는 그러지 말자고 하는데 의식과 상관없이 행동이 타인을 밀어내고 있을까봐 이런 세상이 제발 책 속에만 있어주길 바라게된다.
구구절절 늘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루하지 않으며, 등 뒤에 눈이 생기거나 목 언저리에 입이 생긴다 한들 묘사되는 것이 호러의 무게를 두지 않아 읽는 것에 눈살찌푸리게 만들지 않아 편히 볼 수 있는 단편집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이 소설 판권 누가 사서 영상 제작해줄지 무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