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로 온 시 너에게 보낸다 - 나민애가 만난 토요일의 시
나민애 지음, 김수진 그림 / 밥북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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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보니 사람이었고, 자라다 보니 시인이 아버지(나태주)였던 '시 큐레이터' 나민애.
시인의 딸로 산다는 것. 그러다보니 시를 이해하고 공부하게되며 시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 그녀.
시들의 쓰임새에 맞게 조금 더 쉽도록 알려주는 그의 해석을 모아둔 책이라 할 수 있는데, 확실히 시만을 읽는것보다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로 이해하는게 더 편했다.

그래서 내가 느끼는 감정과 공감되는 구절은 되려 시보다 그녀가 풀어낸 이야기들에 집중이 되었다.


시 큐레이터 나민애가 정성스레 고르고, 단락과 단락에 숨어있는 마음들을 끄집어내어 말해주는 걸 읽고있으면 그래 맞아, 나도 그래요 라고 공감의 맞장구를 치게 만들어준다.
그녀가 일러준 시의 조각들이 나에게 와서 울어주고 털어주는 그 생각들 처럼 어느 하나 허투루 적힌 단어들이 없듯 시가 나에게로 찾아와 제 역할을 하고 쓰임새를 찾아가니
나 역시도 '나'라는 개인적인 서사 중 '시'라는 부분이 갖는 의미가 이렇게 다정하고 사랑스러웠음 한다.

 

 

 

36-37P_ 윤호(1956-) 시 '완생'
'당신은, 끝난 것이 아니라 완성하신 겁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치는 마지막 인사가 아름답게 단정하다. 역시 어머니의 마음은 그의 아들이 가장 잘 이해하고 있었다.


시의 마지막 문장 '구십 생애를 비로소 내려놓으셨다.' 는 문장으로 어머니의 삶이 끝난걸 알 수 있다.
시의 제목인 '완생'이 주는 의미가 무엇일까. 큰 하늘에서 이젠 작고 여린 존재가 되어진 어머니가 눈한번 깜박이면 그 찰나에 돌아가실까 하는 마음에 아들은 마음이 쪼그라들어간다.
그리 좋아하시던 홍시를 구해와도 게장을 발라드려도 넘기질 못하시는 분을 바라보는 마음은 어떨까. 그게 마냥 먼 이야기이며, 마냥 타인의 삶에서 한장면이라 생각이 들진 않는다.
내가 나이를 먹는 만큼, 나의 부모 역시도 같은 시간의 테두리안에서 자기만의 인생의 끝을 달려가고 있는걸 아니 말이다.
가끔 드라마나 영화에 '호상'이라 말하며 장례식장에서 위로아닌 위로를 하는 걸 본 적이 있다. 호상? 복을 누리고 오래 산 사람의 상사라는 말인데, 호상의 기준이 무엇인가.
이렇게 좋은 분이 가신게 마음이 아프지만 그분을 기억하고 함께 생각 할 수 있도록 모이게 해주신 분에게 감사하는 의미라 하더라. 그렇지만 나는 쓰고 싶지 않은 단어 중 하나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을 외롭지 않도록 곁에서 함께 눈을 맞춰주며 그녀의 완생에 함께 한다는것.
윤호시인처럼 나도 그때쯤이면 담대하고 굳건하게 보내드릴수 있을까?

 

 

 

86-87P_ 이은봉(1953-) 시 '큰아이에게-엄마, 엄니, 어머니로부터'
어머니는 어머니가 되는 순간, 영혼의 일부분에 자식의 방이 생겨남을 느끼게 된다. 그 방에 자식의 세계가 생겨나고, 커지고, 자라난다. 그래서 어미니는 자신의 삶과 함께 자식의 세계를 더불어 살게 된다. 어머니는 오래 사랑하고, 항상 사랑하고, 영원히 사랑한다. 그 마음은 물리적인 법칙보다는 신비로움에 가깝다. 자식이 어디에 있든 어머니의 마음은 자꾸만 자식 곁으로 가려고 한다.


상추를 씻다가, 된장국을 끓이다가, 콩나물을 무치다가 너를 생각한다는 엄마, 엄니, 어머니.
별거 아닌 것에 전부 '나'를 갖다붙이는 엄마. 그냥 당신만 생각해도 될 건데 왜 또 승질 더러운 딸을 생각하나 모르겠다.
우리 주야 이거 좋아하는데....(경상도에서는 이름의 끝 글자만 따서 부른 경향이 있다. 우리 언니는 정아~ 나는 주야~)
그렇게 병아리 눈물만한것만 보아도 딸을 생각하는 걸 보면 엄마에게서 자식이란 존재는 정말 떼어낼 수 없는 일부인가보다.
나민애 큐레이터가 마지막 문단에 적은 내용을 너무나 공감했다. '이 시를 읽어도 다 알 수 없다. 어머니가 가진 사랑이란 자식이 쉽게 알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한 것 처럼.
글쎄 나는 아이가 없어서인지 이러한게 진짜 내리사랑의 방식인지 언니도 언니 아이를 바라보면 이러한 생각이 드는건지.
우리 엄마만 이렇게 애닳는 마음들인지.

나도 엄마가 하시는 것 처럼 따라가야되는데, 그림자도 못 밟는 수준의 마음이라 늘 죄송스러워진다.
이렇게 생각만 하다가 퇴근 후 친정엄마에게 전화해서 오늘 하루 므슨 일이 있었는지 뭘 했는지 물어보며 또 썽질부리겠지.
아왜- 그걸 또 왜 날 줄라고 그래요. 엄마나 좀 잡솨! 라고.

 

 

124-125P_ 양애경(1956-) 시 '사랑'
시인이 말하기를 사랑이란 둘이 함께 걸어가는 것을 뜻한다. 그와는 반대로 둘이 걷다가 어느새 혼자 걸어가게 되는 것을 일러 우리는 '이별'이라고 부른다. 사랑과 이별을 길을 걸어가는 두 사람의 일로 바꾸니 그 뜻이 참으로 잔잔하다.


나민애 큐레이터도 말했지만 이 시에선 '사랑'이란 단어를 직접적으로 쓰지 않았다. 그래도 읽다보면 이게 사랑인거지 라며 느끼게 된다.
손을 잡고 나란히 걸으며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 종종 듣게되는 결혼식 축사의 단골 문장들.
시에선 '문득 정신 차려 보니 혼자 걷고 있습니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그 앞에 적힌 문장이 더 아려온다. '둘이 같이 가고 있는 줄 알았는데'라는 대목.
함께 하고있는 줄 알았으며, 쭈-욱 함께하리라 믿었던 마음들인데 사라진 상대에 대한 아련한 마음.
그래 상대가 다른 이를 보더라도, 아님 이세상에 없더라도, 사랑이 끝나버리는건 아니지. 다만 실존하는 존재로서의 대상만이 보여지지 않을 뿐이지 여전히 애닳고 짠하고 눈물나는 존재임은 틀림이 없는 것이다.

 

 

 

200-201P_ 나기철(1953-) 시 '엄마'
대문을 열고 들어와 마루에 가방을 휙 던졌는데 집이 텅 비어 있는 기억 말이다. 집에 아무도 없으면 어깨가 축 처진다. 나를 반겨주던 얼굴이 없으면 세상이 텅 비어버린 것 같다. 사람이 없으면 집의 의미도 달라진다. 어떻게 보면 집은 곧 엄마고, 엄마가 곧 집인 셈이다.


어릴땐 하교해서 달려가면 맞이해주는 엄마라는 존재로 인해 돌아가는 길이 즐거웠고, 나이가 들어선 나를 맞이해줄 아내가 아른거려 퇴근하고 가는 길이 그리 즐거울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나민애 큐래이터가 말한 '집에 돌아올 때 누군가를 부른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그 누군가가 나를 기다려 준다면 감사한 일이다.'라고 해석했다.
맞아. 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있을 사람이 있는 곳. 그래서 현관문을 열면 다다다 뛰어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환한 얼굴로 맞이해주는 사람이 있는 정말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곳. 그래서 우리는 '집'이 갖는 의미가 돌아갈곳이며, 나의 자리라고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플때 엉엉 울며 엄마를 찾고, 놀랄때 움츠려드는 어깨와 함께 엄마야 라고 소리를 지르고.... 그냥 시도때도 없이 엄마를 찾나보다.
그렇게 그분이 품고있는 단어들과 의미하는 바는 상상 이상의 단어의 조합이라 할 수 있겠다. 이것도 줄줄이 엮은 문장이 아니라 시로서 숨겨두니 더 애틋해진다.

같은 시를 보아도 각각 살아온 시간의 사전의 언어들로 해석하기 마련이다.
나민애 큐레이터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아버지(나태주작가)의 영향을 안 받을순 없었을 거라 생각을 한다.
생각을 담을수 있는 광주리의 크기와 깊이가 확실히 달랐을거라 여겨진다. 어깨넘어 배우는 것들을 무시 할 순 없는걸 너무도 잘 안다.
그래서 남들보다, 아니 이걸 읽는 나보다 좀더 따숩고 다정하게 풀어줌을 느낀다.
나를 위해 울어주고 '정성껏' 슬퍼해준다는걸 알려준 그녀의 문장. 그덕에 생전 처음 만난 시의 페이지들 속에서도 나를 위해 울어주고있더라.
참 고맙기도 하지. 나를 얼마나 잘 안다고 몇몇 단어들의 조합이 감히 나를 위해 이렇게 울어주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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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 독보적 유튜버 박막례와 천재 PD 손녀 김유라의 말도 안 되게 뒤집힌 신나는 인생!
박막례.김유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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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알고싶었던 우리 할미유투버인데, 너무 유명해져서 짠하고 또 진짜 손녀도 아닌데 뭔가 뿌듯하고 기쁩니다. 글만 보아도 음성인식되는데, 인생의 후반부도 저리 짜릿하게 살 수 있는거구나 느껴지는 순간들입니다. 막례할미를 응원합니다. 그리고 영상으로 못다본 이야기들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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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잃지 마, 어떤 순간에도 - 누군가를 사랑하기 전에 나를 사랑하는 일, 나를 안아주는 일
조유미 지음 / 허밍버드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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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때문에 내가 살아감을 느낀다는 행복한 느낌이 아니라, 물거품처럼 사라져 가는 느낌이 든다면 분명 스스로를 아끼지 못하는 것이다.
사랑받고 싶어 애쓰는 맘이 더 커져버리는 터. 그 마음을 보듬어줄 책이라 오랜 연애와 더불어 연애한 만큼 결혼기간을 유지중인 나에게도 돌아보는 기회가 필요한 책이란걸 느꼈다.


38P_ 싫은 상황을 억지로 버틴다면 그 순간은 넘길 수 있지만 금이 간 마음은 조그마한 충격에도 깨지고 맙니다.
사랑은 맞춰 가는 것이지 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 안에서 나를 잃어버리지 말아요.

나만 좋다고 이뤄지는 인연도 없고, 당신만 좋아서 이어지는 인연도 없다. 서로가 좋아하고 아끼는 마음이 있어야 그 관계가 지속되어지는데 가끔 그 높이의 단차가 매우 클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인지 나만 당신을 좋아하는 것 같고, 늘 나만 애닳는 거 같아서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바로 이 사연이 아닐까.
나는 늘 당신의 곁에서 당신이 원하는 걸 모두 하고자하는 원더우먼이자 슈퍼맨이 되고픈 사람들. 그게 시간이 지나면서 당연해지는걸로 여기는 상대방.
좋아하는 모습이 너무 눈에 아른거려 다 해주다보면 이런 상황까지 와서 내가 뭘 하고있는건가 하는 마음도 들것이다. (요즘말로 현타온다고 하겠지...)
나도 당신을 좋아하지만 나도 나를 좋아해야 되지 않을까. 참다보면 언젠가는 터지기 마련. 일단 양 손을 팔짱끼듯 끼우고 본인을 안아주듯 다독여주는 마음이 우선시되어야 될 듯 하다.

 

100-101P_ 상대방이 내게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해도 혹시나 내 곁을 떠나갈까 봐 어쩔 수 없이 들어주기도하고 나는 별로 내키지 않지만 상대방이 좋아하니까 억지로 들어주기도 한다.
...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거절할 것은 거절했다면 상대방도 내 존재를 '을'로 여기지 않았을 텐데 무슨짓을 해도 다 받아주니까 자기 멋대로 연애하는 것이다.


38페이지의 사연 읽어주는 여자의 두번째 편지와 이어지는 느낌. 바로 '을의 연애'
왜 우리는 연인관계에서 나보다 상대를 우선시 하게 될까. 그게 사랑의 표현이라고 느끼는 걸까?
이걸 안 해주면 그 사람이 떠날꺼라는 두려움과 확인이 안 서는 마음에서 오는 조급함? 아니라고 하면 영영 너와 나의 사이는 정말 아닌게 될까봐 걱정되는 앞선 걱정?
이렇게 말하는 나도 '을의 연애'란 걸 했다. 내가 좋아했고, 그래서 만나게되었고 당신이 나를 아끼는 마음의 크기보다 내가 더 사랑하는 마음의 크기가 큰 거 같았으니까.
확신 안 서는 상대의 감정을 좀 단단하게 해주고픈 마음에서 오는 불안함 덕분이겠지. 정말 대단한 당신이 나를 만나주는게 영광이라 생각하는 이른바 하녀컴플렉스적 소심한 마음들.
왜 우리의 사랑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는 걸까. '나'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주는 만큼의 표현을 못하는 '너'의 문제임을 모두가 아는데 결국 답은 내가 아니고 너인데 말이다.

 

143P_ 수많은 확신이 쌓여도 무너지는 게 신뢰고 확실한 인연이라 믿어도 결국 끊어지는 게 연인이었다.
그래서 나는 사랑 앞에서 항상 조심스럽다.

앞선 사연들처럼 행복만 해도 모자랄 순간에 상처만 가득 받았다면 상대방이 보내는 애정 가득한 시그널에도 긴가민가하며 아닐꺼란 생각이 가득 차 오른다.
그래서 의아해하며 아닐거란 부정이 먼저 오면서 옆자리를 내어주는 것 자체를 망설이게 되겠지.
사랑이란게 어린 아이들의 걸음마와 비슷한 거라 느꼈다. 처음 한발 딛는게 너무 어렵고 무섭다. 한발 두발 내딛는게 익숙하면 앞뒤 안 재고 뛰는 아이들처럼 사랑의 속도도 가속이 붙을텐데.
이래서 어려운가보다.

 


246-247P_ ... 남에 의해 달라지는 자존감이라면 그 사람이 떠나거나 못된 사람을 만났을 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쉽게 무너질 테니까요.
... 남에 의해 만들어진 자존감은 마르는 샘물이지만 내가 스스로 다져 온 자존감은 마르지 않는 샘물입니다.

사랑과 이별에 대한 고민속에서 나의 자존감에 대한 고민의 뿌리를 찾다보면, 마음수련이 우선시 되어야됨을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나 가볍게 흔들리는 사람이었던가 부터 왜 나는 모자란 부분들만 도드라져 보이는가에 대한 위축감에서 탈출하는게 그렇게 어려울수가 없다.
개그 소재로도 쓰이던 나를 사랑하고 내가 제일 이쁘고 내가 제일 최고라며 스스로 양 어깨를 쥐며 토닥거리는 그런 이기적인 영특함이 있으면 좋겠다.
그런건 길건너 편의점에라도 판다면 사재기라도 할텐데, 돈이 있어도 못 사는 그런 마음의 소재라 아쉬움도 많다.

 

262P_ 마음을 확인하기 전에는 운명이라 믿을 만큼 모든 게 잘 통했던 것 같은데 마음을 확인하고 서로에게 익숙해진 후로는 사소한 것부터 어긋나기 시작해서 다툼이 잦아지더니 오랜 침묵 끝에 한숨만 내쉬다가 헤어짐을 선택한다. 연애라는 게 원래 이런 건지 나의 연애만 이런 건지.
시작처럼 끝도 행복한 연애를 하고 싶다.

수많은 드라마가 모두 해피엔딩으로 끝이 나진 않더라. 또한 절절한 영화속 헤어짐이 무조건 새드엔딩은 아니라고 느꼈다.
사랑의 초급반이었던 어린 나는 눈물찍고 헤어졌던 그 이별이 내가 본 최악의 엔딩이라 여겼다. 그만한 슬픔을 가졌던 사연은 본 적이 없으니깐.
지금에와서 보니 마냥 슬픈 이별만은 또 아니었다. 오히려 감사한 이별이었고, 그정도의 드라마로 끝이 났기에 추억할수 있고, 때때로 아련함도 가져지더라.
그 이후 몇번의 사람을 스쳐갔고, 그러다 지금의 남편과 5년간의 장편 드라마의 연애를 했고, 5년간의 시트콤같은 결혼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다른 이가 봤을 때엔, 내가 모든 연애의 끝에 쓴맛을 본 후 결혼하고 달달한 이야기를 써가는 중이라 느끼겠지만 이제와 보니 그 모든 스토리를 구상하고 각색하는것도 그 속의 주인공도 모조리 '나였다.
1인극은 아니라 생각했는데, 내가 움직이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단어와 단어로 이어져 문장과 장면이 되었던 거다.

다시말해 내가 작가이고 감독인데 뭐 하러 일부러 눈물 짜내고 감정속으로 미끄려졌나 모르겠단 생각이 가득했다.
이왕 하는거 찌-인하고, 반짝이는 사랑 하면 된단 말씀. 주변인들이 이 작품의 제작협찬하면서 감나라 배나라 할테지만 결국 메가폰을 잡는건 '나'란걸 잠깐 잊고있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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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들한들
나태주 지음 / 밥북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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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브로로 처음 여는 말에서 시작되는 문장마저 작가님 스러움이 느껴진다.


4P_ 소낙비 내리듯 벚꽃 떨어지듯 쏟아진 것이 아니라 이슬비 내리듯 가랑비 내리듯 한 잎씩 두 잎씩 누군가의 가슴속으로 떨어져 내린 꽃잎, 꽃잎.
... ... 미세먼지로 눈이 아프고 숨이 막히는 봄날. 그래도 당신이 있어 보고픈 사람, 자다가도 문득 생각나는 사람, 당신이라도 있어 잠시 다행이예요. 부디 당신도 그러시나요?

 

시작 부터 참 좋은 말이다. 한번에 반하는 것도 아니며, 한번에 찌리릿하고 나를 알아보는 것보다 알게 모르게 내 곁에 있어 감사하고, 조심스레 내 생각에 자리잡아 조금씩 영역을 넓히는 사람.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나보다 더 커져버린 그대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 생각만해도 뿌듯하고 기분이 몽글몽글해지는 감정이다.
그게 이성간의 감정일 수도 있고, 나를 아껴주는 존재에 대한 감정일 수도 있는데, 그걸 느끼고 있다는 것 자체가 '아, 내가 잘 살고 있는거구나. 행복이란 감정을 온 몸으로 느끼는구나.'라는 거겠지.

 

시작부터 참 예쁜 말로, 젖어들게 하는 문장들.
매 장의 앞부분에 작가님의 손글씨가 적혀있는 시 한편씩 수록이 되어있다.
매장 앞엔 대표적인 시 인, '풀꽃' / '사랑에 답함' / '시' / '멀리서 빈다'
봄/여름/가을/겨울 의 계절의 온도 처럼 매 장마다 앞부분의 손글씨 시는 봄의 풀꽃 같으며, 가을 바람 속에서도 사랑을 이야기하는 시 같으며,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느낌의 멀리서 빈다를 보게된다.

 

33P_ 부탁
인제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 앉아만 있는 것도 나의 소일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생각하는 일도 / 나의 중요한 과업
어느 날 나 혼자 있는 거 /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앉아만 있는 거
그대 문득 보거든 / 왜 그러냐고
왜 그러고만 있는 거냐고 / 채근해 묻지 말기를 바란다.


가끔 그러고픈 날들이 있다.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아줬으면 하는 날. 나를 걱정하는 눈빛과 괜찮냐는 질문을 하는 그런 시선을 느끼지만 그냥 모른척 지나가주기를 바라는 그런 날.
그러한 날엔 이 시가 아무래도 딱 드러 맞지 않을까. 미주알 고주알 다 나누고 픈 것도 나의 일이며, 때론 모든걸 삭히고 나 혼자 감당하는 것도 나의 일 중 하나.
감정의 기복이 아니라 생각의 브레이크 타임 같은거라 생각하면 쉽지 않을까.


158P_ 너무 외로워 마세요
너무 외로워 마세요 / 당신 혼자라고 너무 많이 외로워 마세요
언제든 당신 옆에 누군가 / 숨 쉬고 있다고 생각하고
당신 등 뒤에서 누군가 당신을 위해 / 기도하고 있다고 믿으세요.
....


더 자세히 묻지 않아도 상대의 얼굴과 눈을 보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물어 뭣하겠는가. 그대의 눈에 벌써 눈물이 서려있는 것을. 그러니 외로워말고 서러워말고, 힘들어하는게 뻔히 보이는데.
그런 당신을 다 알고 있으니 굳이 말하며 아픈 순간을 곱씹게 하지도 않으려 한다. 말 안해도 아니깐 괜찮다고 다독이는 말들에 스르륵 무너진다.
무너지더라도 그대 곁에 위로하는 이가 있으니 너무 걱정말라는 문장들.
다 아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그 한마디가 주는 힘을 알기에 손으로 문장을 스윽 그어 읽어내려가며 위로를 받는다.


아는데, 아는데, 그래도 알지만 듣고픈 말이니까.

 

'한들한들'은 봄과 잘 어울리는 연노랑과 연분홍같은 가루가 묻어나올 듯한 페이지들이 가득하다.
시로서 위로받는 방법도 다양하다. 그 중 나태주작가님은 '잘한다 괜찮다 고맙다'고 등을 톡톡톡 두드려주는 느낌을 받았다.
시험치고 돌아오는 조금 이른 하교길. 가채점하고는 더욱 쳐진 어깨. 알면서 틀렸고, 아는데 잘못 선택한 답변에 자책하고 숙여지는 고개까지.
왠일인지 나보다 일찍 들어온 엄마. 지금쯤 회사에 있어야되는데 어쩐일이지? 벌써 내 시험 성적을 아시는건 아닐텐데 라는 당황까지.
그런 걱정을 싸악 잊도록 해주는 엄마의 한마디. 고생했어 우리딸. 괜찮아 그럴수도 있는거라며 어깨를 싸악 보듬어주는 손.
이번 '한들한들'은 나에게 그런 순간을 안겨준 시집이었다.


시집의 마지막 부분에 작가님은 '시한테 진 빚'이란걸 적어두셨다.


168P_ 좋은 시를 골라 읽음으로 자신의 내면의 어둠을 밝히고 비뚤어진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정말로 좋은 시를 읽으면 바른 마음이 생기고 어두운 마음이 조금씩 밝아지고 삶에 대한 욕구도 생긴다.
정말 공감하는 내용들이다.
내가 만약 중1때 국어선생님을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그 선생님의 수업이 기다려지고 예쁨받으려 교과서의 시집을 외우고 다독과 교내 도서관봉사까지 하지 않았더라면 내 인생은 분명 달라졌을 거다.
사람이 좋았고, 그 사람의 생각이 좋았고, 나도 따라 하고픈 맘에 책과 시집을 곁에 두었기에 그나마 썩 괜찮은 어른이 된건 아닐까 하는 짐작도 해본다.

 

나도 '시한테 진 집'이 있는 걸 보니 감사하게 살아야겠단 생각이 커진다. 이 빚을 어찌 갚을지는 '한들한들'을 한번 더 읽으며 고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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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is... 365 Calendar - 매일매일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
퍼엉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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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연애를 시작하는 연인들이라면 앞으로 함께할 시간들을 퍼엉 작가님의 그림처럼 장면장면들을 기록해 두어야 겠단 생각을 할 것이다.

나처럼 연애도 좀 해봤고, 결혼 생활도 좀 해본 사람들이면 공감할 장면들이 정말 많을 것이다.

연애 5년과 결혼 5년의 시간을 결코 짧지만은 않더라. 그래서일까 계절이 주는 그때그때의 분위기에 맞게 했던 일들, 소소한 시간들.

지금 부부로 사는 우리에게 익숙한 집에서 함께했던 크고 작은 사건들. 같이 커피를 나눠 마시고, 책을 보고, 청소를 하고, 아플땐 보살펴주고, 토라진 상대의 기분을 풀어주려 하고.

그 하나 하나. 모든게 함께라서 가능한 일들.


작가님의 책 '편안하고 사랑스럼고, 그래'의 1권과 2권을 다 읽어 본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이미 소장하고 있는 책을 보며 책속 페이지와 달력과 비슷한 분위기의 그림을 찾는 것도 좋을테고, 달력프레임 바깥의 그림일거 같다는 생각을 하는 페이지를 찾는 재미도 있다.

 

 

일력이다보니 하루하루 넘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루하루를 넘겨보고 1년의 반을 보냈을땐 다 넘긴 페이지를 돌려서 반대편 페이지로 넘기다보면 1년의 후반부를 또 다른 그림으로 함께 하게된다.

욕심을 내어 페이지를 다 넘겨보지만,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할때 오늘의 페이지를 넘기며 하루를 어떻게 살면 좋을까 하며 그림의 장면에게서 힌트를 얻어도 좋을 듯 하다.

오늘의 우리는 어땠는지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봐도 좋을 거 같다. 달력의 그와 그는 힘들어 했지만, 오늘의 우리는 매우 즐겁고 또 뿌듯한 하루를 살았다는 위안도 삼으며 말이다.

 

연애를 막 시작하거나, 더욱 깊어진 연애를 하고 있거나, 나처럼 결혼생활을 하고 있든 사랑하는 이가 있다면 구입해보아도 전혀 아깝지 않겠단 생각을 해본다.

오늘보다 더욱 달달한 일력의 페이지가 나오길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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