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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편해지고 싶어서 : 거리를 두는 중입니다
슈테파니 슈탈 지음, 오지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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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속에 내가 너무도 많은 나는 제법 많은 심리학 책을 가지고 있다. 결국 다 읽고 보면 내 안에 답이 있다. 알지만 실행하지 못해 번번히 실패하는것.

이 책은 성향을 나누고 사례를 들며 자라는 성장과정에서부터 만들어진 자아가 어떤 자극을 받고 형성되는가에 대한 이야길 하고있다.

저자는 '그림자 아이'라고 명하는 내 안에 있는 또다른 나를 들여다 보며 그 아이를 중심으로 이뤄진 환경들을 3자의 입장으로 바라보며 평가한다.


자립에 관한 파트에선 이 자아가 형성될 때를 단계로 나누며 너무 이른 시기에 빨리 만들어진건 아닌지 그로 인해 지금의 '나'는 어떻게 표출되는지를 이야기한다.

부모가 얼마나 그 욕구(자율성에 대한)를 채워주었는지에서부터 시작하여 형성 뿐만 아니라 부모가 얼마나 본보기가 되어 주었는지, 자립 욕구이지만 분노를 다루는 관점에서도 부모의 역할과 감정의 정체성 찾기에 올바른 방향 제시가 이뤄졌는지를 찾아보라 한다.


우리가 자기소개서(라고 쓰고 자기소설 이라고 우스개소리로 말하는)를 적을때 가정환경에서 단골로 나오는 '늘 나를 지지해주시는 부모님과 많은걸 가르쳐 주려하신 것에 감사하고 용기를 주셨다.'라고 하는 이 긍정적인 특성. 모두가 아는 내용이다. 남에게 포장하여 예쁘게 보이려하는 이 문장이야말로 자립성과 자율성을 키우는 시작점인 것이다. 사례로 주어진 로버트라는 인물의 예로는 '엄마는 나를 지나치게 사랑했고, 늘 곁에 있길 바랬으며... ... 아빠는 늘 자신의 일만하고 자신에게 온 신경을 집중하는 이기적인 사람이었어요.' 라고 적는 사람이 있긴 할까? 과연 이러한 초 사실주의 가정이 비단 로버트의 집안에서만 이뤄지는 구성원일까?

그만큼 인격체 형성에서부터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만큼 아이가 자라서 자아를 형성하고 타인과 함께하는 삶을 배워갈때 부모만큼 중요한 선행 인물은 없다는게 느껴졌다.


그 선행 인물이 되어주는 부모에 대한 관계를 좋게 하기위해서 이뤄지는 실수들. 애착관계 형성에서도 나타는 욕구에 대해 작가는 정도의 차이만 있지 누구나 그러하다고 다독인다. 처음에는 부모에게 관심받고 싶음에 시작되는 사건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나와 관계가 얽힌 타인에게(연인이나 동료, 이해관계자)로 범주가 넓어짐을 보여주며 그 속에서 마냥 착해빠진 '그림자 아이'를 찾아 빨리 꺼내라고 이야길 해준다.


이게 난가? 아... 내가 정말 이러고 있는건가 싶게 만들었던 165페이지의 착한사람 증후군.

이 증후군은 타인을 도와주며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 된다고 생각하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일도 흔하다. 자신의 도움으로 타인이 극복해 나가는걸 보면 중요한 사람이라도 된 냥 망상을 한다는 것. 좋은 대접을 바라지만 상대는 잠깐의 관심만 기울이게 되는데 낮은 자존감에서 비롯되는 외부세계와 문제를 좋은 사람이 되어 해결하는 자신이 반짝이다고 생각한단 점이다.


착한 사람이며 완벽한 사람이 되어준다는 망상. 그게 나라는 인물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에 타인도 나를 바라볼때 그런건 아닐까 하는 싸한 기분 마저 들었다.

학창시절엔 박학다식하고 상냥하며 착한 친구로 기억되길 바라고, 그러지 못하면 자책하고 질투하는 나 하나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는 아이였다. 늘 과한 욕심이 화를 불러 심리적 불안도 있었고, 자신을 겨냥한 자책에 아프기도 했다. 결국 내가 나를 조금 놓아주면 되는데 그게 참 어려웠던 것.(아마 지금도 완벽히 놓아주진 못한거 같다.) 나를 느슨하게 풀어주면 욕심과 기대치가 낮아져 상처가 줄어들 텐데, 그게 어려우니 이 책을 빌어 또 한번 더 놓아주기 연습을 하는게 아닐까.

모든 사례는 익숙한 이야기들이었고, 부제가 되어주는 문장들은 이미 모두가 알 만한 내용이었다. 그래서 익숙해서 더 어렵겠지.

3장의 마음속 그림자 아이와 상처 보듬어주기가 지루해지는 중반에서 나를 자극시켜주었다. 아무래도 조금 더 편해지고 싶어서 거리를 두는 중이라면 타인을 탓하고 상황을 비난 하기 전에 과거의 나. 자아가 형성될 떄부터를 돌아보고 그떄부터 이뤄진 스스로의 강박과 쥐고있던 욕심의 끈을 좀 풀어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모든 답은 알고 있으며, 치유의 방법도 변화해야될 부분도 안다. 그래서 당신에게 말하는게 아닐까. '내'가 다치지 않도록 '나'를 제발 다스려 주세요. 라고....

 

 

 

22p. 애착형성 욕구는 인간의 기본욕구로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일생을 함께할 상대를 찾기 원하고, 그렇게 찾은 상대와 함께 나이들어가길 바랍니다.

40p. 우리에게는 자신에게 결여된 것을 상대에게서 찾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더 나은 반쪽'을 찾으려는 것이지요. 그러나 상대를 통해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우거나 개선하려는 이런 시도는 대부분 당사자도 의식하지 못한 채 내면의 아이가 상대를 찾는 과정에서 적극적인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70p. 우리는 주변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며, 거절당하는 경험을 했을 때는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거절에 대한 두려움은 애착욕구가 담당하는 일의 중심에 있는 가장 인간적인 동기입니다.

 

276p. "괜찮아. 우리는 괜찮을 거야. 작은 실수 하나쯤 할 수도 있지!"

335p. 자기에 대한 신뢰 없이는 남에 대한 신뢰도 없습니다. 어떤 상실애도, 어떤 상처에도 살아남을 것이라고 내가 나를 믿을 때에만 다른 사람을 신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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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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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책임질게. 너보고 돈 벌어 오라고 안 해."
"그래서 오빠가 잃는 건 뭔데?"
"응?"
"잃는 건만 생각하지 말라며. 나는 지금의 젊음도, 건강도, 직장, 동료, 친구 같은 사회적 네트워크도, 계획도, 미래도 다 잃을지 몰라. 그래서 자꾸 잃는 걸 생각하게 돼. 근데 오빠는 뭘 잃게돼?"
"나, 나도... ... 나도 지금 같지는 않겠지. 아무래도 집에 일찍 와야 하니까 친구들도 잘 못 만날 거고. 회식이나 야근도 편하게 못할 거고. 일하고 와서도 또 집안일 도우려면 피곤할 거고. 그리고 그, 너랑 우리 애랑, 가장으로서... ... 그래, 부양! 부양하려면 책임감도 엄청 클 거고."


돈을 많이 버는 일도, 세상에 큰 목소리를 내는 일도,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뭔가를 만들어 내는 일도 아니었지만 김지영 씨에게는 무엇보다 즐거운 일이었다. 주어진 일을 해내고 진급한ㄴ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꼈고, 내 수입으로 내 생활을 책임진다는 것이 보람 있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끝났다. 김지영 씨가 능력이 없거나 성실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그렇게 되었다.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기고 일하는 게 아이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듯,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는 것도 일에 열정이 없어서가 아니다.


여유가 있으면 취미 생활을 하고, 여유가 없으면 내 애든 남의 애든 가르치라는 건가.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관심사와 재능까지 제한받는 기분이었다. 설렘은 잦아들고 무기력이 찾아왔다.


"당신 수준에 그게 뭐가 재밌니? 유치하기만 하지."
"재밌어. 엄청 재밌어. 지금 내 뜻대로 되는 게 이거 하나밖에 없거든."

자꾸만 김지영 씨가 진짜 어디선가 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의 여자 친구들, 선후배들, 그리고 저의 모습과도 많이 닮았기 때문일 겁니다. 사실 쓰는 내내 김지영 씨가 너무 답답하고 안쓰러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자랐고, 그렇게 살았고, 달리 방법이 없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늘 신중하고 정직하게 선택하고, 그 선택에 최선을 다하는 김지영 씨에게 정당한 보상과 응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다양한 기회와 선택지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죽집도 내가 하자고 했고, 아파트도 내가 샀어. 애들은 지들이 알아서 잘 큰 거고. 당신 인생 이 정도면 성공한 건 맞는데, 그거 다 당신 공 아니니까 나랑 애들한테 잘하셔. 술 냄새 나니까 오늘은 거실에서 자고."
"그럼, 그럼! 절반은 당신 공이지!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오미숙 여사님!"
"절반 좋아하네. 못해도 7대 3이거든? 내가 7, 당신이 3."


김지영은 어처구니없고 부당한 상황에서 거의 대부분 입을 닫아 버린다. 그때마다 하고 싶은 말들이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김지영은 집, 학교, 거리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여성혐오'라고 명명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여성혐오 사회에서 여성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행위가, 나아가 여성이라는 존재 자체가 얼마나 숱한 위험에 처할수 있는지를 말이다.

 


82년생  김지영은 이러했고, 88년생 나도 이러한 수순을 밟는 것 같다.
별반 다르지 않았다. 꿈이 있었으나 꿈을 따라 갈 수도 없었다. 돈에 맞춰 학교를 갔고, 돈이 필요해서 닥치는대로 이력서를 쑤셔 넣었고.
그리고.. 지금 돈에 맞춰진 삶을 살고 있다.
20대를 반납하듯 일하고, 번 돈으로 결혼을 했다. 결혼 3년차. 아직도 시부모님들은 아이가 왜 생기지 않느냐고 한다.
그렇다고 당신 아들의 문제가 아닌 당신 며느리의 하자+결함 여부로 입을 모아간다.
당신들이 보태주지도, 당신들이 키워주지도 않을 손주를 위해서. 이왕이면 대를 이을 아들이길 바라는 맘으로 말을 이어간다.
부서에서 유일한 여직원이지만, 나는 남자직원에 비해 1년 늦게 승진을 했고, 능력이 좋다고 이야길 하지만 정작 주요 업무를 주진 않는다.
내가 그 업무까지 맡으면 피곤해질 것이라 한다. 피곤한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인데.
책을 읽으면서 나의 언니의 삶도 투영되었다. 이른바 경단녀.
대학 졸업 전부터 일을 하고, 결혼 코앞까지 일을하다 결혼 후 타지에서 아이를 키우느라 그렇게 사랑하던 교사라는 직업을 놓고 살고있다.
나도 자녀를 갖게 되면 82년생 김지영씨와 84년생 언니와 같은 패턴의 삶이 이어지겠지.

내 돈 벌어 내가 즐기고 내가 누리는 삶이 없어질테고, '나'라는 주체가 사라지겠지.
현실적이고 공감이가고 부정할수 없어 분노하듯 읽었고.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꼭 읽어야 될 만한 책.
현실에서 끝이나고, 해결책이 없어 허망한 결말. 나에겐 이 책이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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