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잃지 마, 어떤 순간에도 - 누군가를 사랑하기 전에 나를 사랑하는 일, 나를 안아주는 일
조유미 지음 / 허밍버드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랑 때문에 내가 살아감을 느낀다는 행복한 느낌이 아니라, 물거품처럼 사라져 가는 느낌이 든다면 분명 스스로를 아끼지 못하는 것이다.
사랑받고 싶어 애쓰는 맘이 더 커져버리는 터. 그 마음을 보듬어줄 책이라 오랜 연애와 더불어 연애한 만큼 결혼기간을 유지중인 나에게도 돌아보는 기회가 필요한 책이란걸 느꼈다.


38P_ 싫은 상황을 억지로 버틴다면 그 순간은 넘길 수 있지만 금이 간 마음은 조그마한 충격에도 깨지고 맙니다.
사랑은 맞춰 가는 것이지 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 안에서 나를 잃어버리지 말아요.

나만 좋다고 이뤄지는 인연도 없고, 당신만 좋아서 이어지는 인연도 없다. 서로가 좋아하고 아끼는 마음이 있어야 그 관계가 지속되어지는데 가끔 그 높이의 단차가 매우 클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인지 나만 당신을 좋아하는 것 같고, 늘 나만 애닳는 거 같아서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바로 이 사연이 아닐까.
나는 늘 당신의 곁에서 당신이 원하는 걸 모두 하고자하는 원더우먼이자 슈퍼맨이 되고픈 사람들. 그게 시간이 지나면서 당연해지는걸로 여기는 상대방.
좋아하는 모습이 너무 눈에 아른거려 다 해주다보면 이런 상황까지 와서 내가 뭘 하고있는건가 하는 마음도 들것이다. (요즘말로 현타온다고 하겠지...)
나도 당신을 좋아하지만 나도 나를 좋아해야 되지 않을까. 참다보면 언젠가는 터지기 마련. 일단 양 손을 팔짱끼듯 끼우고 본인을 안아주듯 다독여주는 마음이 우선시되어야 될 듯 하다.

 

100-101P_ 상대방이 내게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해도 혹시나 내 곁을 떠나갈까 봐 어쩔 수 없이 들어주기도하고 나는 별로 내키지 않지만 상대방이 좋아하니까 억지로 들어주기도 한다.
...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거절할 것은 거절했다면 상대방도 내 존재를 '을'로 여기지 않았을 텐데 무슨짓을 해도 다 받아주니까 자기 멋대로 연애하는 것이다.


38페이지의 사연 읽어주는 여자의 두번째 편지와 이어지는 느낌. 바로 '을의 연애'
왜 우리는 연인관계에서 나보다 상대를 우선시 하게 될까. 그게 사랑의 표현이라고 느끼는 걸까?
이걸 안 해주면 그 사람이 떠날꺼라는 두려움과 확인이 안 서는 마음에서 오는 조급함? 아니라고 하면 영영 너와 나의 사이는 정말 아닌게 될까봐 걱정되는 앞선 걱정?
이렇게 말하는 나도 '을의 연애'란 걸 했다. 내가 좋아했고, 그래서 만나게되었고 당신이 나를 아끼는 마음의 크기보다 내가 더 사랑하는 마음의 크기가 큰 거 같았으니까.
확신 안 서는 상대의 감정을 좀 단단하게 해주고픈 마음에서 오는 불안함 덕분이겠지. 정말 대단한 당신이 나를 만나주는게 영광이라 생각하는 이른바 하녀컴플렉스적 소심한 마음들.
왜 우리의 사랑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는 걸까. '나'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주는 만큼의 표현을 못하는 '너'의 문제임을 모두가 아는데 결국 답은 내가 아니고 너인데 말이다.

 

143P_ 수많은 확신이 쌓여도 무너지는 게 신뢰고 확실한 인연이라 믿어도 결국 끊어지는 게 연인이었다.
그래서 나는 사랑 앞에서 항상 조심스럽다.

앞선 사연들처럼 행복만 해도 모자랄 순간에 상처만 가득 받았다면 상대방이 보내는 애정 가득한 시그널에도 긴가민가하며 아닐꺼란 생각이 가득 차 오른다.
그래서 의아해하며 아닐거란 부정이 먼저 오면서 옆자리를 내어주는 것 자체를 망설이게 되겠지.
사랑이란게 어린 아이들의 걸음마와 비슷한 거라 느꼈다. 처음 한발 딛는게 너무 어렵고 무섭다. 한발 두발 내딛는게 익숙하면 앞뒤 안 재고 뛰는 아이들처럼 사랑의 속도도 가속이 붙을텐데.
이래서 어려운가보다.

 


246-247P_ ... 남에 의해 달라지는 자존감이라면 그 사람이 떠나거나 못된 사람을 만났을 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쉽게 무너질 테니까요.
... 남에 의해 만들어진 자존감은 마르는 샘물이지만 내가 스스로 다져 온 자존감은 마르지 않는 샘물입니다.

사랑과 이별에 대한 고민속에서 나의 자존감에 대한 고민의 뿌리를 찾다보면, 마음수련이 우선시 되어야됨을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나 가볍게 흔들리는 사람이었던가 부터 왜 나는 모자란 부분들만 도드라져 보이는가에 대한 위축감에서 탈출하는게 그렇게 어려울수가 없다.
개그 소재로도 쓰이던 나를 사랑하고 내가 제일 이쁘고 내가 제일 최고라며 스스로 양 어깨를 쥐며 토닥거리는 그런 이기적인 영특함이 있으면 좋겠다.
그런건 길건너 편의점에라도 판다면 사재기라도 할텐데, 돈이 있어도 못 사는 그런 마음의 소재라 아쉬움도 많다.

 

262P_ 마음을 확인하기 전에는 운명이라 믿을 만큼 모든 게 잘 통했던 것 같은데 마음을 확인하고 서로에게 익숙해진 후로는 사소한 것부터 어긋나기 시작해서 다툼이 잦아지더니 오랜 침묵 끝에 한숨만 내쉬다가 헤어짐을 선택한다. 연애라는 게 원래 이런 건지 나의 연애만 이런 건지.
시작처럼 끝도 행복한 연애를 하고 싶다.

수많은 드라마가 모두 해피엔딩으로 끝이 나진 않더라. 또한 절절한 영화속 헤어짐이 무조건 새드엔딩은 아니라고 느꼈다.
사랑의 초급반이었던 어린 나는 눈물찍고 헤어졌던 그 이별이 내가 본 최악의 엔딩이라 여겼다. 그만한 슬픔을 가졌던 사연은 본 적이 없으니깐.
지금에와서 보니 마냥 슬픈 이별만은 또 아니었다. 오히려 감사한 이별이었고, 그정도의 드라마로 끝이 났기에 추억할수 있고, 때때로 아련함도 가져지더라.
그 이후 몇번의 사람을 스쳐갔고, 그러다 지금의 남편과 5년간의 장편 드라마의 연애를 했고, 5년간의 시트콤같은 결혼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다른 이가 봤을 때엔, 내가 모든 연애의 끝에 쓴맛을 본 후 결혼하고 달달한 이야기를 써가는 중이라 느끼겠지만 이제와 보니 그 모든 스토리를 구상하고 각색하는것도 그 속의 주인공도 모조리 '나였다.
1인극은 아니라 생각했는데, 내가 움직이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단어와 단어로 이어져 문장과 장면이 되었던 거다.

다시말해 내가 작가이고 감독인데 뭐 하러 일부러 눈물 짜내고 감정속으로 미끄려졌나 모르겠단 생각이 가득했다.
이왕 하는거 찌-인하고, 반짝이는 사랑 하면 된단 말씀. 주변인들이 이 작품의 제작협찬하면서 감나라 배나라 할테지만 결국 메가폰을 잡는건 '나'란걸 잠깐 잊고있었나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