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p. 9

영원한 회귀란 신비로운 사상이고, 니체는 이것으로 많은철학자를 곤경에 빠뜨렸다. 우리가 이미 겪었던 일이 어느 날그대로 반복될 것이고 이 반복 또한 무한히 반복된다고 생각하면! 이 우스꽝스러운 신화가 뜻하는 것이 무엇일까?
 뒤집어 생각해 보면 영원한 회귀가 주장하는 바는, 인생이란 한번 사라지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한낱 그림 자 같은 것이고, 그래서 산다는 것에는 아무런 무게도 없고 우 리는 처음부터 죽은 것과 다름없어서, 삶이 아무리 잔혹하고아름답고 혹은 찬란하다 할지라도 그 잔혹함과 아름다움과 찬란함조차도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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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 개정판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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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인 삶, 고통보다는 위안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4년 전이었고 그 때 난 주인공보다 어렸었다. 지금 주인공의 나이를 넘기고 다시 읽으니 막연하게나마 느꼈던 인생의 의미를 조금은 더 현실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내 자신도 모순인 삶을 고통보다는 위안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는 뜻일테다.
안진진이 자신을 소개하는 도입부는 주인공의 매력뿐만이 아니라 주인공의 여러 선택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세상 시니컬한 것 같으면서 최선을 다해 삶을 바꾸고자 하는데 그 선택이 결혼이라는 것은 왠지 재밌게 느껴졌다. 왜 그런가 생각해봤는데 개인적으로 나에게 결혼은 인생을 바꿀 수 있긴 하지만 그 정도가 너무 심해서 꺼려지는 선택인 반면, 진진은 나와 같이 결혼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결혼 후의 삶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바뀌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나에게는 인생을 바꿀 중요한 선택에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내 인생이 완전히 바뀌게 될 결혼은 포함되지 않는 반면, 진진은 그런건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인생을 바꿀 선택으로 결혼을 선택한 것은 진진의 성장과정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결혼이란 것이 하기만 하면 어떻든 살아지는 것이란걸 어머니를 보면서 깨달았고, 불행한 가정을 불행이라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패악질을 일삼던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고 사고만 치고 다니는 동생의 인생을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이종사촌들에 대한 질투심을 능숙히 감출 수 있는 사람이다. 감정보다는 이성을 따르며 삶을 관조한다. 그래서 철저한 인생계획표를 들이대는 남자보단 우유부단하고 가진게 없는 남자와 결혼이란 현실을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저 흘러가는대로 살아지는 삶에서 탈피하겠다며 선택한 방법인 결혼을 결국 흘러가는대로 살아질게 분명한 남자와 하고자 선택한 것도 재밌는 모순이다.
앞서 말했듯이 그녀의 선택에는 목적지향적인 결혼만이 존재했다. 두 남자 중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그녀도 어찌할 수 없는 낭만성에 유혹당하긴 하지만 그 목적이 상실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가 결국 목적을 이루게 될 사람은 그녀가 진정 사랑을 느낀 사람이 아닌, 무덤 속 평온을 느끼게 할 사람이었다. 그녀는 목적과 사랑을 모두 쟁취할 수 있었으면서도 하나를 포기했다.
그녀가 결심을 바꾼건 이모의 자살 때문이었다. 어머니의 불행이 어머니를 더욱 생기있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반면, 이모의 행복은 결국 행복을 가장한 불행이었다. 온갖 고난과 불행을 처리하는 삶을 살아오며 어쩐지 행복해하는 엄마의 인생과 모든걸 다 가졌음에도 불행했던 이모의 자살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행복해보이는 것과 행복은 다르고 불행해보이는 것과 불행은 다르다. 진진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통해 이러한 삶의 모순을 깨닫고 그런 삶에 자신을 맡기고자 한다.
이모의 자살을 겪고난 후, 그녀는 행복과 불행의 단편적인 이분법으로 삶을 살아가기보다 더 복잡한 모순적인 삶 자체를 살기로 한 것이다. 나에게 없는 것을 나영규에게서 구하고자 했다는 건 삶의 모순을 고통보다는 위안으로 삼고 스스로를 구하고자 했다는 것과 같은 뜻인것 같다. 똑같은 얼굴과 목소리지만 다른 삶을 사는 어머니와 이모의 모순적인 운명을 거부하지 않고 기억하며 살아가겠다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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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p. 291

나도 세월을 따라 살아갔다. 살아봐야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아직 나는 그 모순을 이해할 수 없지만 받아들일 수는 있다. 삶과죽음은 결국 한통속이다. 속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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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p. 210

사랑이란 그러므로 붉은 신호등이다. 켜지기만 하면 무조건 덤춰야 하는, 위험을 예고하면서 동시에 안전도 예고하는 붉은 신호등이 바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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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p. 136

사랑의 배신자를 처벌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잊어버리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완벽하게, 꿈속에서도 생각나지 않도록 완벽하게 잊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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