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p. 114

 사흘 후, 남자는 다시 나타났다. 이제는 그가 왜 여기에 오는지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가 자신이 먹고 있는 음식에 아무런 다심이 없다는 것은 확실했다. 내가 지난번과 다른 요리를 가서어도 아무 말이 없었으니까. 그는 접시에는 거의 시선을 주지고 홀 안을 오가는 내 모습만을 뒤쫓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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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p. 17

이십대란 나이는 무언가에게 사로잡히기 위해서 존재하는 시간대다. 그것이 사랑이든, 일이든 하나씩은 필히 사로잡힐수 있어야 인생의 부피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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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p. 11

삶에서 발생하는 에피소드들에 대해서 사람들은 씹을 줄만 알았지 즐기는 법은 전혀 배우지 못한 것이었다. 에피소드란 맹랑한 것이 아니라 명랑한 것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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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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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이란 무엇일까
내 앞의 현실적인 문제들에 부딪혀 진정으로 생각해봐야 할 것들을 잊고 있었다. 그것은 잊어서는 안되며 마음 한 켠에 계속 담아두고 있어야 하는 물음이었다. 생은 무엇일까. 어떤 것이 나에게 그토록 무수한 감정을 느끼게 하고 결국에는 더 이상 감정을 느끼지 않길 바라게 되는 상황까지 몰아넣는 것일까.
모모는 고통을 정면으로 받고서도 그것을 피하지 않는 아이다. 로자가 그랬듯 사람이라면 겪지 않아야 할 그 모든 고통을 겪고 그것을 피해 도망치긴 하지만 결국 다시 돌아온다. 그의 집에는 그에게 고통과 안식이 되는 단 하나의 가족이 있고, 그는 그것을 분명히 인식하며 삶의 모순을 받아들인다.
그의 주변인물과 환경이 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든 그는 자신의 생각대로 살고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인물이다. 핏줄과 환경의 결핍이 모두 존재하는 그의 삶에서 그가 그렇게 살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카츠 선생의 말대로 매우 특별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의 생각들을 읽을때면 내가 한 때 방황하면서 했던 자기합리화와 피해의식이 가득 담긴 생각들이 참 부끄러워졌다.
그가 생 앞에서 느끼는 모든 감정들은 그를 휘몰아쳐 거리로 내몰게 하지만,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다시 돌아오게 한다. 그는 그저 수용한다. 로자를 사랑하여 그녀가 주는 고통을 받고, 하밀 할아버지의 망각도 그저 수용한다. 그는 삶이 주는 모든 것을 그저 수용하고 거절할 줄 모른다. 그런 그가 나딘을 만나 그녀가 그에게 주는 관심에 환희를 느끼는 것은 처음으로 그가 본연의 나이에 맞게 행동하던 때다. 고통을 받았을 때와 행복을 느꼈을 때 그가 하는 행동의 차이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괴로워하며 거리로 뛰쳐나가는 것과 그동안 마음 속 깊이 괴로워하던 일들을 누군가의 관심 속에서 토해내는 것은 너무나 큰 차이가 있으며 사람은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다.
그가 느꼈을 고독을 상상할 수 없다. 롤라와 그 밖의 다른 인물들이 성심성의껏 도와줘서 너무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모는 로자의 마지막을 분명히 알면서도 일반적인 상식과는 다른 행동을 했다. 하지만 과연 정상적이라는게 있기는 한걸까? 나는 그의 생각을 읽었고 그의 감정을 느꼈고 그의 결핍을 이해했다. 그래서 그의 행동이 정상과 비정상의 문제라기보다는 그저 그가 삶을 대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최선을 다하여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지 않으려한것 뿐이다. 서로에게 서로밖에 없었던 생을 죽음이 갈라놓지 못하게, 그저 같이 살며 서로를 인생에서 구원하고자 했을 뿐이다.
다시 앞의 질문으로 돌아가보면 생은 자신의 고독을 이해할 수 있는, 나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존재를 사랑하는 여정이다. 쉬울 수도, 어려울 수도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그 사랑이라는 것만으로 어려울 때, 밀려오는 감정을 억누를 수 없을 때 도망치게 된다. 하지만 다시 모모처럼 돌아올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그 존재를 최선을 다해 사랑할 준비가 돼 있다면 사랑하는 방식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내 방식대로 사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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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p. 178

생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별로 신경쓰지 않고 살아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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