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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 디자인의 발견 - 거트루드 지킬부터 모네까지 유럽 최고의 정원을 만든 가든 디자이너들의 세계 ㅣ 오경아의 정원학교 시리즈
오경아 지음 / 궁리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단독주택을
짓거나 건물을 짓게 되면 건축허가 조항으로 조경을 조성해야 하는 것이 필수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일반인들이 거주하는 아파트나
공동주택에는 아주 작은 비율로 조경이 조성되어 있어 내집 마당의 가든 같은 느낌이 안든다. 언젠가 내가 꿈꾸는 작은 집을
지을 수 있다면 그때는 작지만 아름다운 가든을 만들고 싶다. 막연히 이런 생각을 했지만
'만약이란' 조건이 충족된다면 반드시 마당이 있고, 울타리가 있고, 화원이 있었으면 한다. 이런 바램은 어릴적
읽었던 <비밀의
화원>이란 책 속 신비스러운 분위기에 대한 동경일 수 있고, 자연과 너무 멀리 떨어져 사는 탓에 자연에 대한 그리움일 수도 있을꺼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막연한 나의 꿈 속에서만 그리던 정원을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는 기회를 만났다. 바로 이 책 <가든
디자인의 발견>을 만난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생긴 버릇 중 하나는 작가의 이력을 꼼꼼히 살피게 된다. 대체 어찌 살다가 이런 책을 썼을까 라는 궁금증 때문이다. 이 책을 쓴 작가 오경아는
방송작가 출신이었다. 영국에서 조경학을 7년간 공부했고, 식물에 대한 이해를 위해 영국 왕립식물원 큐가든의 인턴 정원사로 일했다고 한다.
이미
정원을 주제로한 에세지 책을 몇 권 출간했고 그녀의 전문적인 가드닝 지식을 담은 책으로는 이 책이 두번째였다. 현재는 속초에서 '오경아의
정원학교'에서 강좌를 하고 있다.
책은 2
part 로 나뉘어 있다. 1부에는 가든 디자인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를 하고, 2부에선 유럽 가든 디자인의 실제 사례가 중심인데,
대표적인
10 곳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1부 가든 디자인의 소개를
보면, 가든 디자인은 피상적으로 떠올렸던 범위가 아니었다. 책 읽기 전에는 가든에 어떤 식물을 심고,
어떻게 배치하고, 어떻게 가꾸어가는지에 대해 설계하고 조언하는 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가든을 구성하고 있는
주변의 건축물과 길, 예술작품, 담장 또는 울타리 등이 모든 포함되는 영역이었고, 더불어 꽃이나 나무의 종류와
배치 등 전체 구성을 그리는 큰 그림을 짜는 역할이 가든 디자인의 역할인 것이다. 사람이 거주하는 집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영역을 설계하는 것이라 보아도 무방한듯 싶다. 그래서 작가는 가든 디자이너는
건축, 원예, 예술에 대한 공부를 하고 감각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가든 디자인은
식물, 건축, 디자인의 이해를 통해 정원이라는 공간을 아름답고, 기능적으로, 안락하게 구성하는 작업이다.
(본문
중)
가든 디자인에
앞서 설계할 곳에 대한 사전조사의 필요가 있다. 측량, 날씨, 주변환경, 흙의 상태 등 꽤 많은 요소를 고려하여야 하고, 이 사전조사 결과에 따라 구성할
수 있는 식물도 달라질 수 있다. 사전조사를 토대로 구체적인
예산을 파악하여 그 범위에 맞추어 재료를 고려하고, 주변 환경과의 조화, 땅의 측량, 동선들을 파악하여 평면도를 그리게 된다.
건축가가 설계도를 그리듯이 가든 디자이너도 동일한 작업을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정원 구성의 9대
요소(동선, 입구, 바닥, 울타리, 경계, 레벨 체인지, 구조물, 화분, 앉는 공간, 식물 디자인)를 하나씩 세부적으로 설명한다.
구성요소만 잘 이해하고
적용하더라도 개인의 취양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형될 수 있는 소재와 디자인, 색깔로 구성하여 개성있는 자신의 가든을 디자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하고, 디자이너의 지식과 감각을 총동원하여 설계하고 만들어진 유럽의 가든 10곳이 2부에 소개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거의 다 규모가
상당하다. 우리나라보다 땅의 면적이 큰 탓도 있겠고, 가든 디자인의 역사를 대표할만한 장소로 소개되는 곳들이라 당대의 재력가들 소유지였을
것이다.

러우샴 정원 - 풍경 정원의
진수
찰스 브리지맨이 설계를
시작했고, 윌리엄 켄트에 의해 완성된 러우샴 정원은 영국 옥스퍼드셔에 위치한 개인 정원이다. 17세기 유럽의 절대왕정시대의
바로크 양식은 통제되고 '정확함, 균형감'이 강조되었다면, 18세기 러우샴 정원이 조성되던
시기엔 '자유로움, 자연스러움'이라는 형태의 변화를 맞게 된다. 이런 시대적 배경에 따라
디자인의 형태도 달라지니 작가가 안내하는 역사이야기가 흥미롭고 디자인을 이해하는데 배경지식이 되어 준다. 러우샴 정원에서 특이한 부분은
울타리가 땅으로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하하(HaHa)라고 부르는 이
울타리는 도랑같이 농경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인데, 시야를 가리는 울타리가 없어
전체 면적이 넓게 보이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러우샴 정원이 넓지는
않지만 종종 길을 잃을 수 있도록 미로같은 구성을 하였고, 걷다보면 예기치 않게 만나는
조각물과 라틴어 시는 이 곳을 찾는 이들에게 생각꺼리를 제공해준다.

지베르니 정원 -
인상주의 화가의 정원
클로드 모네가 디자인한 이
정원은 모네의 작품을 좋아하는 탓에 관심이 간다. 프랑스에 위치한 이 곳은 모네가
기차를 타고 가다가 발견한 땅을 구입해서 정원을 디자인하고 완성한 곳이라고 한다. 모네가 직접 화원을 가꾸고,
그림 그리는 작업을 이 곳에서 했다고 하니 모네의 예술혼이 살아 있을 것 같다. 아름다운 꽃들로 가득한 이
정원은 모네의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가든이 조성된
시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특징을 설명하는 것을 읽는 과정이 강의를 듣고 있는 것 같다. 질문과 답변의 시간을 가질 수는
없지만 가든 디자인에 대한 기초도 없는 나에게는 많이 어렵지 않았다. 이 책을 읽다보니 가드닝의
첫번째 책 <정원의 발견> 을 먼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정원의 핵심 요소인
식물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화원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없을테니까.
책의 말미에
작가가 직접 디자인한 스케치 작품이 소개된다.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책을 읽다보면 작가의 가든
디자인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고, 정성스럽게 만든 책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여태 화원을 가지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먼 미래의 일이라 생각했던 나에게 좀 더 빨리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작게 텃밭이라도 말이다.
좋은
동기부여가 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