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전하는 십대의 이유 있는 고전 ㅣ 비행청소년 9
이재환 옮김, 신병근 그림 / 풀빛 / 2015년 11월
평점 :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십대들이 과연 고전을 궁금해하고 사색할 여유가 있을까? 우선 이런 의문이 든다. 대학입시라는 목표를 두고 열심히 달려가야만 하는 십대들을 바라보면 나의 십대가 떠오른다. 입시에서 자유로울순 없었지만 <데미안>을 읽으며 새로운 세계에 대해 충격받고, <갈매기의 꿈>을 읽으며 내 꿈에 대해 고민했던 순간이 있었다. 요즈음 아이들처럼 초등학교가서 잘하기 위해 유치원때부터 준비하고, 초등학교때부터 상급 선행을 시작하는 등 갈수록 입시를 준비하는 기간이 길어져 입시과목을 공부하는 것 외의 활동을 편히 하기 어렵다. 이렇게 달려만 가야하는 아이들에게 고전이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책은 6가지 큰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생각해봤을만한 주제들이다. 6가지 질문에 대해 고전 작품과 작가들을 소개한다. 고전이라 불리우는 책은 다소 어렵고 지루하다는 단점이 있다. 고민에 대한 길을 찾기 위해 고전을 읽다 보면 오히려 길을 잃고 헤매게 되는데 미로같은 고전 속에서 '아리아드네의 실'(그리스 신화 속 테세우스가 미로 궁전 라비린토스를 빠져 나오게 해준 실) 이 되어 길을 찾을 수 있는 역할을 하기 위해 작가는 이 책을 집필했다고 서두에 밝힌다.
인간이란 무엇일까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햄릿>을 소개한다. 작품의 주인공 햄릿은 덴마크의 왕자인데 아버지의 죽음과 삼촌의 왕위 계승, 어머니와 삼촌의 결혼 등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에 직면하게 된다. 삼촌에 의해 독살당한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사랑하는 여인의 아버지를 죽이고, 우연히 어머니도 죽게 되고, 독검으로 삼촌을 죽이면서 복수를 한다. 이 작품은 인간사의 복잡다단함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죽음에 대한 깊은 고찰을 끌어내기도 한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가혹한 운명의 화살과 돌팔매질을 참고 견디는 것, 아니면 괴로움과 맞서 싸워 고통을 끝내는 것, 어느 쪽이 더 고귀한가? 죽는 것은 잠드는 것이다. 한번 잠이 들어 인간이 물려받은 마음의 괴로움과 수많은 육체의 고통을 끝낼 수 있다면, 그것이 간절히 바라는 삶의 결말이 아닌가? (본문 중)
죽음이 두려워 구차하게 사는 모습을 비판하는 것도 아니고, 용감하게 죽음을 찬양하는 것도 아니다. 어찌 보면 비극들의 결말이 죽음이라 자살을 옹호하는 것 같이 보일 수 있으나 죽음을 통해 삶이 어떠해야하며 어떻게 더 가치 있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던지게 되는것은 아닐까.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 <변신>에선 주인공이 어느날 아침에 깨어보니 벌레로 변해 있는 것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던 주인공은 그 날 이후로 가족의 짐이 되고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여동생마저도 외면하면서 극단적인 소외상태를 경험한다. 가족들에게 사라졌으면 좋은 존재로 여겨지다가 주인공 스스로가 죽음에 대해 평화롭게 받아들인다. 이 작품에서 인간의 소외라는 측면을 극단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나 현대문명 속의 인간의 가치를 진솔하게 표현했다는 생각도 든다. 얼마의 연봉과 어떤 직업을 가졌느냐가 그 사람을 온전히 평가하는 도구가 되지 않았나. 그 평가를 할 수 없는 존재는 가치가 없는 사람인가.
역사란 무엇일까
역사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가를 이해하고, 역사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가가 살았던 그 시대의 상황을 이해해야만 한다. 역사서들이 갖고 있는 특징들은 모두 역사가들이 살았던 시대의 필요에 의해 기록되었기 때문이다. 김부식의 <삼국사기>는 고려의 질서를 세우기 위해 기록되어졌고, 일연의 <삼국유사>는 고려의 주체성과 독자성을 보여주기 위해 기록되었다. 이렇듯 역사는 완전히 객관적일 수 없음을 시사한다. 역사가가 살고 있는 시대와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좋은 지도자란 누구일까
한 나라의 지도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나. 좋은 지도자란 올바른 통치를 하는 것이라 하면 올바른 통치의 의미는 무엇일까. 공자와 한비자는 같은 사건을 두고도 다른 판단을 한다. 양을 훔친 아버지를 고발할 것이냐의 문제에서 법을 어겼으니 고발해야한다와 비록 법을 어겼더라도 가족이기에 그 잘못을 숨겨줌이 옳다고 하는 것은 정반대의 의견이다. 공자가 말하는 후자의 경우는 법보다는 '효'가 먼저이며 도리를 기반으로 하는 가족 공동체가 지켜져야 만이 한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다는 논리이다. 반대로 한비자가 주장하는 전자의 경우는 법이 어지러워지면 국가의 존패에 위협이 있다는 논리이다. 어찌보면 둘 다 한쪽 편만 들 수 없는 이치인 것 같기도 하다. 한편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법치주의와 유사해보이나 통치자가 좋은 결과를 위해 이기적인 수단을 써도 되고 약속을 어겨도 된다는 것인데 이 내용에는 개인적으로 강한 반감이 들었다. 덕치주의를 주장하는 공자와 법치주의를 내세우는 한비자의 적절한 조화 지점이 어디일지가 궁금할뿐이다. 적절한 그 선을 지키는 그곳에 이 나라의 미래를 도모할 지도자의 상이 있지 않을까. 새 정부가 들어설때마다 적절한 지도자상의 부재로 인해 이 땅의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의식이 역행하는 것을 경험한다. 지금 우리에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믿을 수 있는 지도자가 간절히 필요하다는 생각을 간절하게 하게 된다.
오랜 세월 많은 지성인들에 의해 지혜들은 차곡차곡 모이고 있다. 고전이라는 책을 읽으며 사유하게 하고 지혜를 탐험하게 한다. 공부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십대들이 고전까지? 그렇다. 어쩌면 공부해야한다는 현실에 매몰되어가는 아이들에게 왜 공부해야 하는지 왜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왜 지금의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에 대해 길을 제시해주는 것은 부모의 잔소리도 선생님의 가르침도 아닌 독서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아닐까. 십대들이 읽고 다 이해하기엔 무리가 있겠지만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읽으면 좋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적어도 무엇을 얘기하고 있는지 어떤 부분을 중점으로 봐야하는지 안내해주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