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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 제대로 떠나본 사람만이 찾을 수 있는 것들
HK여행작가아카데미 지음 / 티핑포인트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일상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는 큰 변화없이 삶은 반복된다. 어제와 비슷한 오늘, 오늘과 비슷한 내일, 어느 정도는 예측이 가능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가끔은 그런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어진다. 무언가 새로운 재미에 빠지기 위해 직업과 일상이 아닌 다른 '꺼리'를 궁리하게 되는데 사실 그것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평소에 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이기만 해도 충분하다. 그래서 나에겐 취미생활도 일상에서의 탈출을 맛보게 하지만 다양한 취미 중 여행만한 것은 없는 듯 하다. 여행은 모든 것이 새로움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여행가는 도시, 만나게 되는 사람들, 먹는 음식, 눈에 보이는 하늘과 자연과 바람은 내가 이방인이 되었음을 충분히 느끼게 해준다. 그 까닭에 가끔 불쑥 여행을 떠나고 싶다. 일상이 지겨워질때쯤. 새로움이란 에너지가 방전될때쯤.
이 책은 HK여행작가아카데미(한국경제신문의 여행작가 양성기관) 심화반 1기, 2기 졸업생 29명이 만들었다. 그 외에 4분의 여행작가, 시인, 여행전문 기자가 함께 참여 했다. 여행작가라는 직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느끼는 여행은 어떤 것일까? 궁금했다. 좋아하는 것을 취미로 할 때와 직업으로 할 때는 분명이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그것이 얼마나 좋은 것이든 직업이 되고 나면 반복되는 틀 안에서 즐거워서가 아니라 해야하는 것이 될테니까. '일상'이라는 무서운 마법은 열정과 첫사랑을 잊어 버리게 만든다.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으며 반복하는 순간 '일상의 노예'로 전락한다.
루이지애나, 그리운 그녀
인디라이터 명로진씨의 '그리운 그녀'는 비행기 옆자리에 앉았던 인연이었다. 여행을 통해 만나는 낯선 사람들을 모두 인연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서로의 좋아하는 것이 비슷하고,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낯선 여행지에서 만나게 된다면 전율같은 짜릿함을 느낄 것 같다. 명로진씨는 바로 소울메이트같은 샬롯을 비행기에서 만난다. 그리곤 아쉬움을 남기며 서로 쿨하게 작별인사를 한다.
인연이란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한 시간을 봐도 영원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사람이 있고, 10년을 만났는데도 한순간에 지워지는 사람이 있다. 사람 사이의 끈이란 게 그렇게 질기도 또 그렇게 허망하다. 우리가 여행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인연의 질김과 허망함을 맛보기 위해서다. 방 안에 앉아 있는 사람보다는, 문 밖을 나선 사람에게 더 많은 인연이 다가올 테니까. (본문 중)
셸 위 댄스
제주의 '사려니숲'은 '신성한 곳'이라는 의미이다. 글을 쓴 김미애씨는 '사려 깊은 이'라고 해석하고 싶어 한다. 제주의 자연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사려니 숲을 걸으며 몸과 마음의 치유를 경험하는 하는 것, 그리고 화산송이를 밟는 즐거움, 오래된 노송과 덩굴 속을 걷고 있노라면 요정이 나오는 영화 속 길을 거닐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김미애씨는 여행을 댄스에 비유한다. 다양한 몸짓으로 움직이는 것, 여행도 댄스처럼 설레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떠나서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는 것. 앞으로 나아가기도 하지만 돌아가기도 한다는 것. 작가의 글을 읽고 나니 댄스의 비유가 적절한 듯.
회사를 그만두고 일출을 보러 떠나는 사람, 이국의 정취에 매료되어 홀리듯이 떠나는 여행, 바다가 보고 싶어서, 완벽한 자유를 만나기 위해서, 두렵고 낯선 곳에서 진실한 자신을 만나기 위해, 설레는 인연을 만나기 위해서 등 여행의 이유는 참으로 다양했다. 나에게는 새로움이란 삶의 열정을 충전하기 위해서 여행을 떠난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각자만의 절박한 이유들이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다양한 여행을 경험하게 된다. 적어도 33가지의 여행이, 그들의 여행 중 가장 빛났던 순간들을 소개하고 있으니 더 말해 무엇할까. 여행작가라는 직업이 좀 끌린다. 여행작가만은 타성에 젖지 않고 늘 새로울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사진 작품들이 책에 실려 있어 눈과 마음이 동시에 채워지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