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방
박완서 지음, 이철원 그림 / 열림원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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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몇 해 전 고인이 되신 박완서 작가님의 산문집이다. 3년 동안 천주교 주보에 연재되었던 글을 모아 출간된 산문집인데, 오늘의 말씀을 묵상하고 작가의 신앙경험을 들려주는 글 속에는 그녀의 삶이 스며들어 있다. 세례받고 15년 동안 봉사 한번 해본적이 없던 작가는 자신의 글쓰는 재주로 봉사라는 것을 해보려던 것이 글을 쓰면서 자신이 봉사를 받았다고 표현한다. 말씀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을 보낸 후 비로소 자신이 크리스천이라는 것이 떳떳하게 인정되었다는 작가는 말씀을 통해 신앙이 견고해짐을 경험한 듯.


믿음이란?
어릴적 친구 따라 교회 갔다가 개신교 신자가 되었다. 청소년기에 세례받고, 세상물정 모르던 순수했던 시절에는 그 세상이 전부인 줄 알았다. 그 당시 목사나 장로님 자녀들이 신앙생활을 제대로 안하고 방황하는 모습을 보며 가진게 많은 자들은 신앙이 다르게 다가오나 그런 생각도 했었다. 그렇게 맹목적인 믿음이 전부였던 시절을 보내고 어른이 되어서 의심하기 시작했다. 내가 믿었던 모든 것들이 의문투성이가 되었다. 이 땅에서 개신교의 모습은 부끄러웠고, 그러면서 내 신앙의 모습은 점점 흔들렸다. 나에게 믿음이라는 게 있는 걸까.  그러다 자신의 삶을 통해 실천하는 천주교인들의 모습이 내가 바라던 신앙인의 모습이란 생각에 개종을 하게 되었지만 그곳에도 내가 꿈꾸던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 분을 믿어야 하고, 말씀을 믿어야 하는데 그것을 믿는다고 하는 사람들이 바로 살때에야 그 믿음이 옳은 것이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결국은 그것을 믿는 사람을 볼 수 밖에 없지 않냐는 것이다. 이젠 의문을 가졌던 것이 나 스스로 이해될때까지 설득의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납득이 되고 그것이 정의로울때여야만 인정이 되었다.



주님,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빈방에 인색해지다 보니 우리 마음 속에서까지 남에게 내줄 빈방이 없어지는 거 있죠. 마음속에도 빈방이야 많죠. 빈방이 많아 사는 게 이렇게 매일매일 허전하고 허망한 줄 알면서도 남에게 내줄 빈방은 없습니다. 내 마음이 춥고 시리고 고달플 때 식구나 친구나 이웃의 마음에 있는 빈방에 들어가 쉬며 위안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면서도 남을 위해 내가 내줄 빈방은 없습니다. 아무것도 받아들일 수 없는 빈방이라면 잠긴 방과 무엇이 다르리까.(본문 중)


작가의 글을 읽으며 나의 신앙에 대한 의문들이 조금씩 해소되는 것을 느낀다.  결코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비상식적인 것을 강요하고 있지 않다는 것. 하느님은 지극히 당연한 윤리와 도덕을 실천하기 바라신다는 것을 말이다.  서로 조금씩 도와가며 살아라는 것이 결국 이웃사랑의 근본이며, 용서도 정의가 바로 서 있을때여야만 허용이 되는 것이다. 작가가 신자가 된 배경에는 천주교 정의 구현 사제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문구를 발견했다. 나도 소문으로만 들었는 단체이다. 암울했던 시대를 살아가는 종교인이 양심의 목소리를 따르고 사회참여를 함으로 스스로가 빛이 되고 소금이 되는 행동은 수백마디의 외침보다 더 큰 전도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믿음은 결국 그것을 믿는 사람들의 행동을 통해서 드러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이 책은 나에게 '믿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해줬다. 작가의 글 속에 주님께 선한사람을 이리도 빨리 불러 가셨다고 원망하고, 따지기도 하며 때로는 자신을 돌아보며 회개하기도 한다.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이지만 악착같이 신앙의 끈을 잡고 어떻게든 주님께 가까이 가려는 선한 노력으로 보였고 그 열심이 나에게도 있기를 소망해본다. 작가가 나보다는 윗 세대이지만 그녀의 감성이 어딘지 모르게 나와 닮아 있어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고, 그랬기에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어쩜 같은 분을 흠모하고자 하는 마음 탓일 수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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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글자 책] 나이 롱 글쓰기 - 글 쓰는 노년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명로진 지음 / 각광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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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전 미니어쳐 가구 만들기 수업을 들었다. 그 날도 푹푹찌는 무더운 날씨였는데 먼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모인 사람들로 공간은 가득 채워졌다. 나무에 사포질을 하고, 접착제를 발라 붙이고, 도색을 하는 과정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꼼꼼함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반나절이란 시간이 빨리 지나가 버렸고, 하나의 가구를 완성할 수 있었다. 누군가는 '너가 사용할 물건도 아닌데 왜 그런 작업을 하니?' 라고 묻는다. 나는 가구를 만드는 것이 좋긴 하지만 내가 만드는 물건마다 집에 채우기에는 공간이 너무 협소하다. 그리고 사람이 사용하는 가구를 만드는 것은 미니어쳐와 비교하면 너무 힘든 작업이다. 작은 것을 만드는 것은 거기에 비해서는 훨씬 적은 노력 만으로 가능하니까. 그것이 내가 작은 가구를 만드는 이유이다.


저자의 가르침대로 글을 끄적여본다. 나는 누구인가를 고심해서 썼더니 지루하기만 하다. 그래서 '참신하게'라는 저자의 요구대로 다시 골똘히 고민한다. 자신에 대해 솔직하게 까발려라고 하는데, 그렇게 쓰면 과연 재미있을까? 흥미로울까? 그리고 한가지만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여기까지의 조언을 종합하여 다시 글을 썼다. 여지껏 썼던 글들을 버리고 새롭게 완성한 글이 위의 '나의 취미'에 관한 글이다.


<나이 롱 글쓰기> 는 인생의 후반부를 사시는 분들을 위한 책이다. 노안으로 작은 글자를 보기 힘든 분들을 위해 글자체와 글씨크기, 자간을 모두 고려해서 만들어진 책이라 읽는 동안 눈이 편안하다. 장년기를 사는 나에게 노안은 남의 일이 아니니 큰 서체의 글을 볼때면 반가운 마음이 든다. 큰 글씨 덕에 책을 빨리 읽을 수 있고, 단락마다 글쓰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책을 읽으며 글을 쓰기에 편리하다. 하지만 글을 쓰는 작업은 오래 걸린다. 글을 쓰는 부분이 많으니 그 과제와 함께 책을 읽노라면 꽤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책의 저자인 명로진씨의 말이 설득력 있다. 글을 쓰며 나이 든다는 것은 큰 축복일 수 있다. 노년기에는 살아온 시간을 반추해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을 것이고, 세상을 넓게 바라볼 수 있는 안목과 지혜가 있을테니 말이다. 그동안 살아온 많은 경험들이 생각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했을 때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글로 표현될 것이다. 멋진 일일 것 같다!



노년이란 그동안 사로잡혔던 미망에서 벗어나 상처를 어루만지는 시기입니다. 열린 시각과 여유로 나를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집착보다는 관조로 훨씬 더 풍요로운 인생을 가꿀 수 있는 기회입니다. 호기심을 잃지 않고,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더불어 살아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플라톤이 말했듯이 생각이 짧고 방종한 사람에게는 젊음도 짐이지만, 너그럽고 관대한 사람에게는 노년이 축복입니다. (본문 중)



10억원이 생긴다면, 내 인생 최고의 거짓말 등 평소 생각해보지 않은 이야기를 만들어 보기를 충고한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사실뿐만 아니라 허구나 상상에 의해 새로운 스토리를 창조 해나가는 과정이니 이 능력 또한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은 나이들어서 글을 쓰는 취미만큼 좋은게 없다로 시작해서는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로 이어져 있다. 글을 잘 쓰는 것은 어렵다. 어떨때는 글을 노력해서 잘 쓸 수 있는 정도가 어디까지 일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냥 많은 시간을 들여서 글을 쓰는 것으로는 분명히 늘지 않는다. 중요한 포인트를 알고 연습해야 한다는 것, 양서를 많이 읽어야하고 많은 생각을 해야함을 느끼게 된다.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경우도 많으니까.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부작용은 일시적으로 작은 글씨가 너무 작게 보여서 당황스럽다는 것이다. 나의 안구도 노안이 시작되어 탄력이 떨어진 듯. 책을 읽으며 앞으로의 삶을 생각하게 되었고, 현재 나에게 주어진 과제들을 떠올려 본다. 앞으로 삶에서 글을 쓰는 것을 놓치지 않아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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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 제대로 떠나본 사람만이 찾을 수 있는 것들
HK여행작가아카데미 지음 / 티핑포인트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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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는 큰 변화없이 삶은 반복된다. 어제와 비슷한 오늘, 오늘과 비슷한 내일, 어느 정도는 예측이 가능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가끔은 그런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어진다. 무언가 새로운 재미에 빠지기 위해 직업과 일상이 아닌 다른 '꺼리'를 궁리하게 되는데 사실 그것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평소에 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이기만 해도 충분하다. 그래서 나에겐 취미생활도 일상에서의 탈출을 맛보게 하지만 다양한 취미 중 여행만한 것은 없는 듯 하다. 여행은 모든 것이 새로움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여행가는 도시, 만나게 되는 사람들, 먹는 음식, 눈에 보이는 하늘과 자연과 바람은 내가 이방인이 되었음을 충분히 느끼게 해준다. 그 까닭에 가끔 불쑥 여행을 떠나고 싶다. 일상이 지겨워질때쯤. 새로움이란 에너지가 방전될때쯤.


이 책은 HK여행작가아카데미(한국경제신문의 여행작가 양성기관) 심화반 1기, 2기 졸업생 29명이 만들었다. 그 외에 4분의 여행작가, 시인, 여행전문 기자가 함께 참여 했다. 여행작가라는 직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느끼는 여행은 어떤 것일까? 궁금했다. 좋아하는 것을 취미로 할 때와 직업으로 할 때는 분명이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그것이 얼마나 좋은 것이든 직업이 되고 나면 반복되는 틀 안에서 즐거워서가 아니라 해야하는 것이 될테니까. '일상'이라는 무서운 마법은 열정과 첫사랑을 잊어 버리게 만든다.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으며 반복하는 순간 '일상의 노예'로 전락한다.



루이지애나, 그리운 그녀
인디라이터 명로진씨의 '그리운 그녀'는 비행기 옆자리에 앉았던 인연이었다. 여행을 통해 만나는 낯선 사람들을 모두 인연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서로의 좋아하는 것이 비슷하고,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낯선 여행지에서 만나게 된다면 전율같은 짜릿함을 느낄 것 같다. 명로진씨는 바로 소울메이트같은 샬롯을 비행기에서 만난다. 그리곤 아쉬움을 남기며 서로 쿨하게 작별인사를 한다.

 



인연이란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한 시간을 봐도 영원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사람이 있고, 10년을 만났는데도 한순간에 지워지는 사람이 있다. 사람 사이의 끈이란 게 그렇게 질기도 또 그렇게 허망하다. 우리가 여행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인연의 질김과 허망함을 맛보기 위해서다. 방 안에 앉아 있는 사람보다는, 문 밖을 나선 사람에게 더 많은 인연이 다가올 테니까. (본문 중)


 

셸 위 댄스
제주의 '사려니숲'은 '신성한 곳'이라는 의미이다. 글을 쓴 김미애씨는 '사려 깊은 이'라고 해석하고 싶어 한다. 제주의 자연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사려니 숲을 걸으며 몸과 마음의 치유를 경험하는 하는 것, 그리고 화산송이를 밟는 즐거움, 오래된 노송과 덩굴 속을 걷고 있노라면 요정이 나오는 영화 속 길을 거닐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김미애씨는 여행을 댄스에 비유한다. 다양한 몸짓으로 움직이는 것, 여행도 댄스처럼 설레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떠나서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는 것. 앞으로 나아가기도 하지만 돌아가기도 한다는 것. 작가의 글을 읽고 나니 댄스의 비유가 적절한 듯.


회사를 그만두고 일출을 보러 떠나는 사람, 이국의 정취에 매료되어 홀리듯이 떠나는 여행, 바다가 보고 싶어서, 완벽한 자유를 만나기 위해서, 두렵고 낯선 곳에서 진실한 자신을 만나기 위해, 설레는 인연을 만나기 위해서 등 여행의 이유는 참으로 다양했다. 나에게는 새로움이란 삶의 열정을 충전하기 위해서 여행을 떠난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각자만의 절박한 이유들이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다양한 여행을 경험하게 된다. 적어도 33가지의 여행이, 그들의 여행 중 가장 빛났던 순간들을 소개하고 있으니 더 말해 무엇할까. 여행작가라는 직업이 좀 끌린다. 여행작가만은 타성에 젖지 않고 늘 새로울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사진 작품들이 책에 실려 있어 눈과 마음이 동시에 채워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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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만에 만드는 첫 번째 매듭팔찌
김유미 지음 / 책밥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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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지인들에게 전통매듭을 몇가지 배워 봤었다. 재미삼아 만든 팔찌들이라 엉망이고 몇가지 만들다 그만뒀기에 그럴듯한 작품은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때때마다 팔찌 하나씩 만들어서 다양한 코디를 하는 지인들을 보면 괜시리 부럽고 구입하지 않고 저리 만드니 경제적이다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가끔 하나씩 선물로 받으면 그 팔찌가 귀해서 잘 뒀다가 가끔 사용해보곤 한다. 나두 이런 것 하나 만들어서 선물할 수 있다면? 그럼 맘으로 책을 읽게 되었다. 


특별한 솜씨는 없지만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터라 이것저것 많이도 해봤다. 하지만 그 중에 매듭만은 녹녹치 않은 분야임에 확실하다. 책의 제목은 '하루 만에 만드는 ..' 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하루 만에 익히기는 어려운 편이고 그만큼 쉽게 배울 수 있다는 거라고 생각한다. 나의 입장에서는 그런데 사실 우리 둘째 아들에겐 하루 만에 익히는 것이 가능해 보인다. 둘째 아들은 책 보더니 쉽다며 금새 만들 수 있겠다고 한다. 아무래도 나이들어서 학습 능력이 떨어져서 하루 만에 어려운가.
 


 



책의 목차를 보면 먼저 자주 사용되는 매듭에 대해 먼저 익히고, 기본 매듭을 응용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그리고 원석을 사용해서 매듭에 원석을 첨가해서 만드는 팔찌, 매듭끈을 다양한 소재로 만드는 팔찌들도 소개되어 있다. 목차만 보더라도 매듭 팔찌가 이리도 화려할 수 있나 감탄만이 나온다. 정말 이 모든걸 만들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다음으로 준비물이 소개된다. 어떤 새로운 분야를 시작할때에는 의례히 준비물에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특히 나같은 경우는 기술을 익히기 전에 준비물부터 제대로 갖추고 시작하는 스타일이라 준비물에 관심이 많이 간다. 장식의 종류부터 해서 끈도 다양하게 많은 종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몇가지를 제외하면 낯선 끈들이 많아서 각각 끈의 특성과 그 재료로 매듭을 만들었을때의 느낌을 비교해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그 외에 필요한 도구들도 함께 안내되어 있다.







우선 자주 사용하는 매듭을 연습해보고 맘에 드는 매듭을 골라서 한번 만들어 봤다. 자주 사용하는 매듭을 연습하는 부분은 크게 어렵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복잡한 사선엮기 팔찌는 하다가 잘 안되기도 하고 좀 복잡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버벅거리고 있으니 둘째 아들이 더 잘 만든다. 책에서 따라하는 부분이 크게 생략되지 않아 어렵지는 않지만 매듭을 한 후 매만져서 모양을 잡아주는 부분이 처음이라 익숙지 않았다. 


사선엮기 팔찌와 평매듭 팔찌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꼭 완성해보고 싶은 작품이었다. 다양한 원석들을 첨가한 고급스러운 팔찌는 여름에 멋스럽게 착용하기에 좋은 아이템이었다. 기본 매듭을 응용해서 다양한 작품의 팔찌를 만들어낸 작가의 솜씨가 놀라웠고 33가지 팔찌 중 자신에게 적절한 아이템을 골라서 만든다면 직접 만들었다는 보람과 함께 자신만의 개성있는 연출이 가능할 것이다. 나이들면서 일부러라도 손운동을 한다는데 뇌와 손을 함께 사용해서 작품을 만들어보는 것.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 네이버 니팅카페에서 서평단으로 당첨되어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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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 스페인을 걷고 싶다 - 먹고 마시고 걷는 36일간의 자유
오노 미유키 지음, 이혜령 옮김 / 오브제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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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과 여행에서 짐을 꾸리는 방법은 똑같아요. 쓸모없는 물건을 점점 버리고 나서, 마지막의 마지막에 남은 것만이 그 사람 자신이지요. 걷는 것, 여행하는 것은 그 '쓸모없는 것'과 '아무리 해도 버릴 수 없는 것'을 골라내기 위한 작업입니다. (본문 중)


스페인의 카미노 데 산티아고. 예수님의 열두제자 중 야고보의 스페인식 이름이 산티아고이다.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북서쪽 도시인 산티아고로 가는 길. 이 곳은 성지순례로 유명한 곳이다. 우리나라에도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국토순례 등 마음 먹자면 다양한 도보순례를 맛볼 수 있을텐데 굳이 일부러 비싼 비행기 따고 먼 이국 땅까지 가서 고생스레 걷기를 하다니? 의아스러울 수 있다. 처음 내 마음이 그랬다. 하지만 다녀온 사람들의 경험담은 의외로 놀라웠다. 인생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새로이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등 그들이 걸어야만 했던 이유에 대한 해답 내지는 실마리를 얻어 왔다는 것. 자신이 원하던 방법은 아니었지만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직면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들은 막연하게나마 순례 길에 대한 동경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누구나 살면서 몇 번의 고비를 맞이 한다. 그 고비를 맞을때 대략 두가지 방법으로 대처를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면으로 맞서거나 도망가는 것. 대개 도망가는 것을 못난 일이라 생각하는 통념이 있다. 이 책의 저자 오노 미유키도 직장을 그만둔 것에 대해 심하게 자책하며 순례길에 참여 했다. 미유키가 순례길을 걷는 이유로 '다음에는 그만두지 않고 열심히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어서' 라고 했으니.

그녀가 길을 걸으며 만나는 사람들은 그녀에게 한마디씩 조언을 던진다. 지나치게 열심히 걷는 그녀에게 그러다 몸이 망가진다.조금은 천천히 걸어도 괜찮다. 자기의 리듬을 찾으라고. 힘들면 쉬어도 괜찮고 그 정도가 심하면 버스나 택시를 타도 된다고. 너무 틀에 자신을 가두고 스스로를 몰아치지 말라고. 순례길을 걷다 길을 잃은 순간 만나게된 미겔은 미유키의 걷는 이유를 듣고 강하게 반문한다. 왜 일을 그만두면 안되냐고. 사자를 만나면 도망치는 것이 당연하다. 고양이를 만나면 참을 수 있지만 사자는 누구나 도망친다고 너에게 그 일이 사자였지 않냐고. 혼자서는 결코 뛰어 넘을 수 없었던 사고의 틀이 타인에 의해 서서히 허물어지는 경험을 한다. 길을 잃는 것은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인생은 더 의미가 있는 것. 인생과 길은 어딘지 닮은 구석이 많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종교의 성지를 넘어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모여 그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영혼의 순례길이었다. 그래서 그 순간들이 소중하고, 순례자들에게 더욱 강렬한 메세지가 되어 주었으리라.


일자로 쭉 뻗은 길에 몸을 맡기고, 그저 담담히 걷는다. 그 공백의 시간 속에 돌연 번쩍하는 섬광이 나타나는 순간이 있다. 사고와 몸의 빗장이 풀려 컴컴한 우주로 의식이 펼쳐지며 나아가는 감각. 별안간 조각조각 흩어져 있던 기억의 파편들이 엄청난 기세로 찰칵찰칵 맞춰져 빛의 속도로 답이 떠오른다. '아아! 그건 그런 의미였구나!'하고. 영혼의 세탁, 용서, 자아의 치료, 여러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그 정체는 육체에 몰두하는 시간이 가져다주는 사고의 재구성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에게 카미노는 선과 마찬가지다. 우리들의 일상생활은 한 길로 계속 걷기엔 너무도 방해물이 많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 수 없어졌을 때, 헤매게 되었을 때, 먼 옛날부터 사람의 손을 잡아 이끌어준 장소가 우리들을 인도해줄 때가 있다. 커다란 존재에 몸을 맡기고, 그저 하나의 행위에 마음을 맡기는 것. 그게 우리들의 금방이라도 폭발하기 쉬운 마음에 한 줄기 골격을 만들어가는 방향을 정해주는 것 인지도 모른다. (본문 중)



책을 읽는 동안 미유키가 순례길을 걷는 동안 느끼는 감정들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달된다. 많이 공감하며 읽었다. 특히 앞부분에 미유키가 날짜별로 자신이 느끼고 경험한 여행기를 쓴 부분을 읽을때는 내가 미유키가 된 듯한 착각을 느낄 정도로 빠져서 읽었으니까. 기독교인이 신앙을 찾아 성지순례 길을 걷는 입장이 아니라, 인생을 살다 어려움에 닥친 한 인간이 그 어려움을 극복해보고자 떠난 여행에서 경험하게 되는 일들, 의식의 흐름들이 책 속에 잘 표현되어 있다. 책의 뒷 부분에는 순례길의 여행지, 순례자를 위한 여행 방법과 코스, 음식, 숙소 등의 정보가 있다. 순례자 여권에 찍혀 있는 도장, 순례지를 눈으로 따라갈 수 있는 지도 등은 작가의 꼼꼼함을 엿볼 수 있는 곳이었다.

책의 도입에 소개된 김양주 선생님의 말은 책을 읽는 내내 머릿 속을 맴돌았다. 인생은 결국 버리는 것. 버리다 보면 쓸모 없는 것과 어찌해도 버릴 수 없는 것이 구분된다는 것. 마지막까지 나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인생을 긴 여행으로 생각한다면 지금부터라도 버릴 것은 버리고 짐을 가볍게 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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