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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글자 책] 나이 롱 글쓰기 - 글 쓰는 노년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명로진 지음 / 각광 / 2016년 6월
평점 :
한 달전 미니어쳐 가구 만들기 수업을 들었다. 그 날도 푹푹찌는 무더운 날씨였는데 먼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모인 사람들로 공간은 가득 채워졌다. 나무에 사포질을 하고, 접착제를 발라 붙이고, 도색을 하는 과정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꼼꼼함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반나절이란 시간이 빨리 지나가 버렸고, 하나의 가구를 완성할 수 있었다. 누군가는 '너가 사용할 물건도 아닌데 왜 그런 작업을 하니?' 라고 묻는다. 나는 가구를 만드는 것이 좋긴 하지만 내가 만드는 물건마다 집에 채우기에는 공간이 너무 협소하다. 그리고 사람이 사용하는 가구를 만드는 것은 미니어쳐와 비교하면 너무 힘든 작업이다. 작은 것을 만드는 것은 거기에 비해서는 훨씬 적은 노력 만으로 가능하니까. 그것이 내가 작은 가구를 만드는 이유이다.
저자의 가르침대로 글을 끄적여본다. 나는 누구인가를 고심해서 썼더니 지루하기만 하다. 그래서 '참신하게'라는 저자의 요구대로 다시 골똘히 고민한다. 자신에 대해 솔직하게 까발려라고 하는데, 그렇게 쓰면 과연 재미있을까? 흥미로울까? 그리고 한가지만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여기까지의 조언을 종합하여 다시 글을 썼다. 여지껏 썼던 글들을 버리고 새롭게 완성한 글이 위의 '나의 취미'에 관한 글이다.
<나이 롱 글쓰기> 는 인생의 후반부를 사시는 분들을 위한 책이다. 노안으로 작은 글자를 보기 힘든 분들을 위해 글자체와 글씨크기, 자간을 모두 고려해서 만들어진 책이라 읽는 동안 눈이 편안하다. 장년기를 사는 나에게 노안은 남의 일이 아니니 큰 서체의 글을 볼때면 반가운 마음이 든다. 큰 글씨 덕에 책을 빨리 읽을 수 있고, 단락마다 글쓰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책을 읽으며 글을 쓰기에 편리하다. 하지만 글을 쓰는 작업은 오래 걸린다. 글을 쓰는 부분이 많으니 그 과제와 함께 책을 읽노라면 꽤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책의 저자인 명로진씨의 말이 설득력 있다. 글을 쓰며 나이 든다는 것은 큰 축복일 수 있다. 노년기에는 살아온 시간을 반추해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을 것이고, 세상을 넓게 바라볼 수 있는 안목과 지혜가 있을테니 말이다. 그동안 살아온 많은 경험들이 생각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했을 때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글로 표현될 것이다. 멋진 일일 것 같다!
노년이란 그동안 사로잡혔던 미망에서 벗어나 상처를 어루만지는 시기입니다. 열린 시각과 여유로 나를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집착보다는 관조로 훨씬 더 풍요로운 인생을 가꿀 수 있는 기회입니다. 호기심을 잃지 않고,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더불어 살아가면 되지 않겠습니까? 플라톤이 말했듯이 생각이 짧고 방종한 사람에게는 젊음도 짐이지만, 너그럽고 관대한 사람에게는 노년이 축복입니다. (본문 중)
10억원이 생긴다면, 내 인생 최고의 거짓말 등 평소 생각해보지 않은 이야기를 만들어 보기를 충고한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사실뿐만 아니라 허구나 상상에 의해 새로운 스토리를 창조 해나가는 과정이니 이 능력 또한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은 나이들어서 글을 쓰는 취미만큼 좋은게 없다로 시작해서는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로 이어져 있다. 글을 잘 쓰는 것은 어렵다. 어떨때는 글을 노력해서 잘 쓸 수 있는 정도가 어디까지 일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냥 많은 시간을 들여서 글을 쓰는 것으로는 분명히 늘지 않는다. 중요한 포인트를 알고 연습해야 한다는 것, 양서를 많이 읽어야하고 많은 생각을 해야함을 느끼게 된다.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경우도 많으니까.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부작용은 일시적으로 작은 글씨가 너무 작게 보여서 당황스럽다는 것이다. 나의 안구도 노안이 시작되어 탄력이 떨어진 듯. 책을 읽으며 앞으로의 삶을 생각하게 되었고, 현재 나에게 주어진 과제들을 떠올려 본다. 앞으로 삶에서 글을 쓰는 것을 놓치지 않아야겠다는 다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