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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100쇄 기념 특별판 리커버)
윌리엄 폴 영 지음, 한은경 옮김 / 세계사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2년전 우연히
지인의 추천으로 이 책을 읽었다. 그 당시 신앙생활을 하면서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종교라는 시스템을
통해서 하나님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신앙이 과연 어떤 것일까. 종교 지도자들의 말을 맹목적으로 듣고 순종해야 한다고 교육받는 것에 대해 큰 의문이
생겼고, 종교라는 것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던 시절, 나에게 조용히 다가온 한 권의 책
<오두막> 은 내가 생각해왔던 형식들이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나에게는 그동안 사고했던 방식의 전환을 가능하게
했던 책. 그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그 당시에도 한 번 더 읽고 싶다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올해 100쇄 기념 특별판으로 만나니 더 반갑다. 이 책은 처음부터 책으로 출간된 것이 아니라 자녀들에게 주는 선물로,
열다섯 부 복사판만 만들어진 것이 지인들의 입소문으로 출간이 되고, 결국은 46개국에 출간되는 등 기이한
이력이었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다양한 모습의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부모와의 관계 일수도 있고, 사건이나 사고, 자신이 어찌할 수 없었던 상황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기력하게 본인이 당했을때 상처를 받고, 그 아픔과 함께 살아간다. 상처의 경중에 따라 트라우마가 되기도 하여 전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이 책의 이야기가 바로 그러하다.
메켄지
앨런 필립스(이하 맥)는 결혼 33년차된 한 가정을 이룬 가장이다. 낸이라는 신실한 믿음을 가진 아내와 다섯자녀는 그에게 더없이 큰 축복과 같은
존재였다. 어느날 낸이 없이 장성한 자녀 둘은 제외하고 아이 셋을
데리고 맥은 캠핑을 간다. 조시와 케이트가 탄 카누가 뒤집히는 사건 때문에 맥은 아이들을 구조하게 되고, 그 사이 막내 미시를 잃어버린다.
미시의 흔적은 산 속 깊이에 위치한 오두막에서 발견되고, 아이의 시체는 찾을 수 없었다. 무당벌레 핀을 남기고 가는 연쇄살인마의 소행으로
밝혀지고 미시를 잃은 슬픔은 맥의 가정을 삼켜 버린다. 맥과 가족을 덮친 '거대한
슬픔'은 그의 마음속에 크게 자리잡게 되고, 그것은 오랜시간 맥에게서 떠나지 않고 머무른다. 어느날 그에게 쪽지 한 통이 배달된다. 쪽지의
내용은 미시의 흔적이 발견된 오두막으로 초대하는 것이었고, 그 것은 '거대한 슬픔'에서 빠져나오는
시작이었다.
내용을
미리 알고 읽은 터라 내용보다는 오두막에서 맥이 삼위일체 하나님과 나누는 대화에 집중했다. 맥이 오두막에서 만난 삼위일체 하나님은 예상을
초월했다. 성부 하나님은 흑인 어머니의 모습으로, 성자 하나님은 목수 청년으로, 성령 하나님은 아시아 여인으로 그에게 나타났다. 그 곳에서
지내는 동안 맥은 오래전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겪었던 상처와 아픔을 대면하고, 하늘나라에 간 미시를 만나고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놀라운 경험을
한다.
"메켄지,
당신이 생각하는 나와 실제 나는 같지 않아요. 사람들이 죄를 지었다고 해서 내가 벌할 필요는 없어요. 죄는 그 자체가 벌이기 때문에 안에서부터
당신을 집어삼키죠. 내 목적은 죄를 벌하는 것이 아니에요. 오히려 그걸 치유하는 것이 나의 기쁨이죠."
(P196)
성경 속에서 만난
하나님과는 사뭇 다르다. 잘못한 것이 있을때 특히 하나님의 말씀을 어겼을때는 가차없이 벌주시는 공의의 하나님의 모습이 아니지 않는가.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 후 모든 율법에서 자유로워졌다는 것이다!
"메켄지,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군요. 당신은 당신이 실제라고 생각하는 작고 불완전한 그림에 기초해서 당신이 사는 이 세계를 이해하려 하고 있어요.
상처와 고통, 자기중심, 권력으로 이루어진 작은 옹이구멍을 통해 퍼레이드를 엿보면서 자신은 혼자이고 보잘 것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죠.
이 모든 것의 이면에는 강력한 거짓말이 숨어 있어요. 당신은 고통과 죽음을 궁극적인 악으로 여기고 있어요. 그리고 나를 궁극적인 배신자, 혹은
기껏해야 기본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존재라고 말하면서 내 행동을 심판하고 나를 단죄하고 있어요. 당신 인생의 근본적 결함은 나를 선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이에요. 내가 선하다는 사실과 수단과 결과, 개인적인 삶의 모든 과정이 나의 선함으로 덮여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당신은 내가 하는 일
전부를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신뢰할 수 있겠죠. 당신은 그러질 못해요." (P207)
미시의 실종 조차도
신의 큰 계획 안에 있는 것으로
신뢰해야 한다. 인간의 시각으로 그것을 본다면 하나님이 원망스럽고 왜 이런 악한 일이
생기는지 이해할 수 없을 뿐이다. 미시는 아무
죄도 없는 어리고 보호받아야하는 애기일뿐이니까. 이 것을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하지만 전적인
신뢰는 인간의 의지나 선택으로 가능하지 않다.
"맥, 사랑과
마찬가지로 순종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에요. 특히 당신만의 의지로는 되지 않아요. 당신 안에 내 생명을 머물게 하지 않고서는 당신은 아내나 자녀,
또는 파파를 포함해서 그 누구에게도 순종할 수 없어요." (P 248)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실때에만 이 것은 가능하다. 자신의 눈을 통해 세상을,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판단하지 말고 두려움과 어두움에서 벗어나 실제를 봐야만
한다. 어두운 곳에서는 왜곡된 그림자가 더 크게 보일테니까.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한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하나님은 인간을
사랑하신다는 것. 그리고 그 분의 사랑은 절대로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잘못된 길을 선택할지라도 그냥 두고 보신다는 것. 인간의
자유의지는 그 분이 인간을 사랑하지는 증거라는 것.
신앙고백과도 같은
이 책은 종교인이나 비종교인에게나 큰 생각할꺼리를 던진다. 우리에게 닥치는 일들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그리고 그것의 의미,
그리고 기독교라는 종교의 가장 중요한 것이 과연 무엇인지 우리가 알고 있던 형식을 깨고 색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시각,
감동과 위로의 메세지를 필요로 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각자에게는 각기 다른 놀라운 깨달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믿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