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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존 딕슨 카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있지만, 셜록 홈즈 시리즈는 캐릭터물이다. 저 오만하고 당당한 홈즈, 최전성기 대영제국 예비역 장교의 편견(당시에는 '상식')을 부담없이 드러내고 있는 왓슨, 특히 홈즈의 지성을 찬양할 때면 낯설 정도로 화려해지는 문체, 그리고 두 신사 사이의 넘치는 우정과 침묵 속에 피어오르는 파이프 연기... 이 작품에는 그 모든 것이 있다.
일부 셜록 홈즈 페스티쉬라고 나온 것들이 홈즈가 김전일이 돼 있다던가 홈즈가 치매에 걸려 있다던가 하는 황당한 물건들이 많아 한숨을 쉬게 만들었는데, 그런 건 인정할 수 없다. 홈즈는 홈즈이며, 홈즈는 불멸이고 불로이며 불사이다. 홈즈에게는 홈즈에게 어울리는 사건만 다가온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실려있는 12개의 사건은 음... 오마쥬가 좀 심했단 느낌이 들긴 하지만, 어쨌건 그 덕분에 홈즈가 맡을만한 사건이라는 게 확실하게 눈에 띄기는 한다. 작품의 시작하기 전에마다 원전에서 사건 이름을 소개한(연구자들에 따르면 왓슨이 자신의 다른 책을 광고한 것이라고 하는) 문구를 따와 사건의 내용을 드러내지 않도록 적당히 편집하여 배치한 것은 무척이나 반갑다. 분명 그때 그런저런, 이름만 들어서는 대체 뭐였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사건들이 있었지.
다만 몇 가지 번역에서 걸리는 점이 있다. 하나, 설리번 부인이 설리번 아주머니가 돼 있다. 아무리 싸구려 하숙집이라지만(과연 싸구려일까?), 어투의 번역마저도 싸구려 하숙집 아줌마가 돼 있다... 야밤에 들락거리고 더러운 꼬맹이들을 불러들이며 고약한 약품 냄새를 풍겨대는 이 말썽꾸러기 하숙인들을 먹여가며, 홈즈가 병으로 쓰러졌을 때는 차라리 자신의 생명을 가져가 주십사고 기도하던 설리번 부인은 이렇지 않아! 나의(...) 설리번 부인을 돌려줘!
아, 설리번 부인이 잠시 시골에 가고 대신 사촌동생인 설리번 양(25세. 미망인)은 등장해도 좋습니다. 아시는 분은... 입 다물고 있는게 사회적 명성에 어울린다는 거 아시죠?
그리고 또 한가지. <밀실의 모험> 173페이지에서 '검은 랜턴'이라고 번역해 놨는데...
...이건 다크 랜턴, 즉 커버가 달려 있어서 불을 끄지 않고도 빛을 가릴 수 있는 랜턴이다--;; 납 넣은 채찍만큼은 아니지만 홈즈 시리즈에서 드물잖게 나오는 소품이란 말야!(물론 1등은 파이프. 참고로 사냥모자는 원전에 등장한 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