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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제국건국사 7
윤민혁 지음 / 시공사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대체역사물의 효시, 하면 이 소설을 들 수밖에 없다. 물론 그 이전 시기에 쓰여진 복거일 씨의 [비명을 찾아서] 라든가 아예 고전명작 수준에 속하는 [아서왕을 만난 코네티컷 양키] 등 시기를 앞선 작품들이야 없지 않았지만, 이렇게 전면적으로 역사에 참여하며 변화를 유도한 작품은 이것이 처음이라 하겠다. [타임라인]? 이건 그냥 시간이동 모험물이고.
흔하지 않은 서평 따위를 찾아보면 병인양요의 프랑스군을 향해 퍼부어지는 K2소총 하는 식의 시간이동 군사개입물로서 소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착각해서는 곤란하다. 그것은 4권까지의 1부에서, 그것도 일부에서만 보여주는 모습일 뿐이고, 그 이후의 2부, 아직 연재되지 않은 3부에서의 모습은 그저 조금 깨인 개념을 적용할 뿐 분명히 당시의 기술, 당시의 재원을 사용해 외적의 침략을 이겨내는 순수 대체역사물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제국건국사]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고까지 불리워지는 100근포의 경우도 그 무시무시한 화력, 사정거리, 명중율, 발사속도에도 불구하고 '그저 조금 깨인 시각'을 적용시켰을 뿐 당시 기술력으로 충분히 개발가능한 물건이었다는 점은 반드시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진짜 역사와 헷갈리지 말 것. 고증병이라고까지 불리는 윤민혁님 특유의 집필 방식은 직접 전투 예정지를 답사하고 당시의 기후 기록을 감안하여 시정과 엄폐효과를 설정하는 식으로까지 현실적이기를 요구하며, 전투장면 뿐 아니라 일상사에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에 보이는 설득력 있는 모습과 살아있는 듯 생동감 있는 인물들의 모습은 이것이 흡사 실제 역사가 아닌가 하는 착각까지 갖게 만든다. 2부 후반, '현대인' 들이 점차 조선에 동화되고 전쟁 상황이 급박해지면서 옛 기억을 떠올릴 여유조차 사라져 갈 때쯤에는 읽는 독자 역시 그들이 미래에서 온 현대인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게까지 된다. 국사시험 보다가 헷갈리면 끝장이다(수능에서 점수 깎아먹은 사람이 있단다).
결국 윤민혁님의 특징은 '현실성, 현실성, 현실성'으로 요약된다. 그런 만큼 매저키즘 수준으로 두들겨 맞는 조선의 모습은 읽는 독자까지 미치고 팔짝 뛰게 할 만큼 암울하며(그 당시 조선의 사정은 이렇게까지 엉망이었던 것이다!), 그 뒤를 이어 대량의 스트레스 해소성 대체역사 국력강화물이 쏟아져 나오는 데 일조한 바 있다. 그러나 아마추어 작가들의 필력은 [한제국건국사]와의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며, 단순히 '조선' 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판타지 왕국의 이야기가 아닌 진정한 우리 조상들의 나라가 그 때 어떤 처지에 처해 있었고 어떤 일을 할 수 있었는가를 생각하며 그 가능성을 즐기고 싶다면, 선택의 여지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