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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 대한민국 4 - 제2부 융희황제편
박대성 지음 / 이야기(자음과모음)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앞뒤 설명도 없이 21세기의 남북한 전체가 1904년에 떨어져 버린다! 그리고 시작되는 싹쓸이.
대체역사물의 전문가들에게는 남한이고 북한이고 6개월 안에 연료 부족과 식량 부족으로 파탄나며 간신히 살아남는다 해도 고도로 발달된 21세기적 산업구조와 7천만의 인구를 부양할 수 없으리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 부분은 '피고름을 짜내는 노력으로' 라는 한 마디로 해결해 버렸다(먼산). (다시) 시작되는 싹쓸이.
그러기 때문에 좋게 말해 역사판타지, 조금 과격하게는 정신적 수음이라고까지 불리는 장르이지만, [低? 같은 불쏘시개와는 달리 그 장르 내에서는 상당한 가능성과 가치를 갖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앞뒤없는 무적최강 판쓸이로 나서버리는 다른 작품들과 달리 한국인들이 갑자기 세계 최강국이 되어버리면 어떻게 할까, 하는 의문점을 제시하고 꽤나 진지하게 그 의문에 달라붙었기 때문이다. 뭐, 결론이야 뻔하지만. (또) 시작되는 싹쓸이.
그리고 무엇보다, 속이 시원하다. 일반적으로 어떤 나라가 국력이 약해진다는 것은 군사력과 경제력을 포함하여 모든 면에서 '수명이 다해가는' 것처럼 약화되기 때문으로, 대부분의 대체역사가 정말 국력을 강화시키고 싶다면 '농사부터 잘 지어야' 하는, 심지어는 '애부터 낳고 봐야' 하는 상황까지도 있는데 자그마치 7천만 인구를 가진 대한민국이라면 그 부분은 가뿐하게 패스(21세기에도 인구 7천만 이상인 나라는 드물다…). 이제 문제가 되는 건 거꾸로 '이 머릿수를 어떻게 먹여살리는가' 인 만큼 힘은 남아돈다. 그리고 그 다음은, 즐기면 그만. (결국) 시작되는 싹쓸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춘 강대국이면서도 동서남북으로 세계 1, 2, 3, 4위의 초강대국 4개가 올망졸망 모여있는 위치조건 때문에 쪽도 못 쓰고 있는 이 나라의 현실에 비분강개하는 사람에게 추천할 만하다. 결국은 '판타지' 소설인 역사판타지 계열에서는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걸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