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어웨이 3
이토 아키히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컷의 연속으로 구성된 '정지된 영화'. 이것이 아카히로 이토 작품의 전반적인 특징이다. [지오브리더스]에서도 그런 부분이 많기는 했지만, 이번에야말로 확실하다. 어떤 부분은 끊어 놓으면 내용을 이해하기도 쉽지가 않다. 거기에 [지오브리더스]에서 시작했던 '다수의 상황 동시전개'를 너무 남용해버리는 바람에 혼란은 더욱 심해진다. 그로 인해 영화의 대본 같은 완성도는 더욱 높아졌기는 하지만, 그 때문인지 그림체가 '고정'되어 버렸다. 정지된 컷의 연속이기 때문에 연속된 그림인 다른 만화들이 사용하는 캐릭터성 분류를 사용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그냥 실력이 부족한 거라고 말하는 당신에게 벌점 1점). '고정'은 '완성'과는 틀리다. 예를 들어 총격전의 박진감이라던가 하는 부분은 점차 발전하고 '는' 있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얼굴이 다 똑같다는 것(먼산). 캐릭터 얼굴이 구분 안 가는 수준은 아니지만, 그게 숫자가 너무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지오브리더스] 최대의 악당이자 최후의 보스, 후생성 인사과의 '이리에'는 저어기 서부시대에는 '미스터 뱅커'로서 매춘부한테 날린 횡령금을 채워넣기 위해 자기 은행을 털고([벨 스타 강도단]. 이놈은 그때부터 악당이었다), 무법의 숙녀 마이라 벨 샤리는 21세기에도 우메자키 마키라는 가명으로 정체를 감춘 채 2차대전의 총화기를 난사하고 있다(감춘 거 맞아?). 19세기부터 일자리 못 구한 백수 타바 요이치는 21세기 일본에서 간신히 고스트 바스터즈 회사에 취직하나 싶더니([지오브리더스]) 멕시코까지 일자리 찾아가지 않나([런 어웨이]), 요즘은 해적으로 전업해 말라카에서도 자주 보인다고 한다(이토에 레이 작 [블랙 라군]). 아울러 [지오브리더스]에서도 제법 강했던 중년 취향 작렬! 이 세계 중년들은 비록 배 나오고 머리 세고 숨 헐떡일지라도 '멋있다'. 정말 묘한 세계다. 흑고양이나 쇠고기 덮밥의 마사 등등이 괜찮았었던 것을 뛰어넘어, [런 어웨이]의 중년들은 삶에 찌들어 있으면서도 중년 나이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와 무게를 한 마디 한 마디, 한 움직임 한 움직임에 실어 보낸다. '남자는 서른부터'라고 생각하는 본인에게는 뭐랄까…(먼우주) 그러고보니 재미있는 것은 이 중년들의 얼굴은 다들 특징적이라는 점. 설마 당신, 미소녀 얼굴을 다양하게는 못 그리는 거야? 미소녀 얼굴만 그릴 수 있다면 단순한 로리콘이라고 보고 끝내겠지만 미소녀 얼굴만 잘 못 그리는 만화가라… 이건 뭐라고 분류해야 하지?
그리고 마지막 감상 한 마디. "이 자식아, 그때 그걸 받았어야지! 그 나이 먹고도 정의감 따지고 앉아있냐!? 어른의 복수는 나중에 등 뒤에서, 성공의 순간에 쏘는거야! 정면으로 총알 퍼붓는 건 애들이나 하는 거라구! 퍼부어서 이기기라도 하면 몰라, 너는 퍼부어지는 총알 피해 도망이나 가는게 한계 아니냐아아아!" (흥분) 아울러 정부 겸 메이드 겸 비서 겸 보디가드 아가씨를(만능이군…) 나한테도 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별의 목소리 - 단편
신카이 마코토.사하라 미즈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혼자서 애니메이션 하나를 뚝딱 만들어버려 인간의 가능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 제작자 겸 주연배우 겸 작화가 겸 성우 겸 감독 신카이 마코토 씨의 출세작 [별의 목소리] 코믹스판이 나왔답니다. 아니, 나와 있었군요. 먼산. 특유의 메카 묘사는 좀 약해졌지만, 사람 환장하게 만들던 순정풍이 더 강해져 취향 직격입니다.

통신기술이 발달한 현대 사회는 장거리 연애의 어려움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물론 몸이 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장거리 연애하다 찢어지는 문학도 많고 많지만, 예전과 같이 편지 한 장에 몇 달씩 걸리는 일은 없으니까요. 그러기에 옛 작품들에 실린 장거리 연애는 지고지순하고 아름다웠습니다. 그러기에 현대에는 있을 수 없는 옛 환상이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는, 그것을 현대에 이끌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우주로 떠나서요.

우주 단위에서는 빛의 속도도 느리고 느립니다. 우주로 떠난 여자와 지구에 남은 남자의 이야기는 점차 시간의 차이를 만들어가지요. 처음에는 몇 초, 그리고 몇 분, 몇 시간, 남자는 지구에서 시간을 살아갑니다. 진학을 하고, 어른이 되고, 직업을 갖고, 그리고...

24살이 된 그에게 15세의 그녀가 편지를 보내옵니다.

단 한 사람이 이런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 기절하게 만들었던 신카이 마코토 씨. 그 작품에서 애니메이션의 어려움과 복잡함을 빼낸 코믹스는, 멀리 떨어진 두 사람이 시간의 벽에 가로막혀가는 모습을 진지하게 그려낸,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 기술이 아닌 스토리텔링 기법의 진수를 맛볼 수 있게 해 줍니다. 신카이 감독에게 관심이 있다면, 장거리 연애에 관심이 있다면, 이제는 없을 것만 같은 지고지순한 사랑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추천합니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galapagos55 2005-08-23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니메이션이 워낙 유명해서, 코믹판은 다소 태작이 아닐까 우려했었는데...썩 기대에 맞아 떨어져서 기뻤던 책이에요. 그림체가 애니와는 전혀 다르지만 나름대로 매력있고, 또 애니의 압도적인 색과 이미지가 전해져서 마음에 들었어요. (표지도 예뻐요. 수채화느낌^^)

+소카냥+ 2005-08-26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절하겠음........-_ - 지금 일본판 주문해놔서 발송준비중인데......으으으 어떻게 해ㅠ 기절초풍//;; 대원!! 왜 이제 낸거야~ 내가 얼마나 기다리다가 이제 주문했는데..슬프군

yuy04 2005-08-26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피를 마시는 새 세트 - 전8권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은 자신보다 위대한 어떤 존재에게 이끌림받아 더 나은 내일을 향해가야 하는가, 혹은 설령 더 못한 내일, 더 힘든 내일을 향해서라도 스스로 걸어가야 하는가?
[피를 마시는 새]의 주제는 이것으로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여기에서 레콘 그을린발의 사상은 주목할 만하다. 그을린발은 돼지가 인간을 길들여 이용하고 있다고 본다. 돼지는 인간에게 보호받고 번식을 도움받고 식량을 받는다. 그 어떤 농경법보다도 뛰어난 '간접농업법', 타인에게 농사를 짓게 한 뒤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식량을 얻는다는 이 농경법은 힘을 최대한 적게 쓰고 최대한 많은 작물을 얻는다는 농경방식의 기본 사상에 가장 근접해 있다. 도축? 한 마리의 돼지에게 도축은 비극이다. 그러나 인간 역시 자신을 보호하고 번식을 보장하는 '사회'에게 사형당하지 않는가. 돼지에게는 선택권이 없다는 말은 의미가 없다. 인간 역시 마찬가지니까. 인간에게 무법을 택할 권리 따위는 없다.
이런 것도 있고, 애초에 내 기본 사상을 말하자면, 내 사상은 '누가 좀 이끌어 줘요!' 다. 이 나이 먹고 애들처럼 자존심같은 거 따지게 생겼나, 일단 살고 봐야할 것 아냐. 세계 인구 60억 중에 30억이 굶주리고 째깍째깍 1초당 수십 수백 명이 살해당하며 그걸 막겠답시고 저 30억을 단숨에 먹여살릴 수 있을 고가의 무기들을 쏟아붓는 세계, 신이건 악마건 이걸 좀 어떻게 할 수 있다면 누구라도 환영이다. 단, 원숭이는 제외. 일을 더 벌이기만 하잖아! 복잡하게 만드는 건 상관없지만 악화시키지는 말아야 할 것 아냐!
게다가 1만 2천년짜리 로드맵을 정해놓고 '여기서 벗어나면 패 삔다?' 하는 것도 아니라 '니들 맘대로 가 바라, 길 벗어나면 나가 와서 잡으줄꺼.'(대체 어디 사투리냐)라고 말씀해주시는 분이라면, 이 어찌 환영치 않으리요. 그런 삶, 그런 성공, 그런 완성에 어떤 의미가 있느냐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있다고 생각한다. 어린아이가 위험한 극약에 손을 댄다면 누군가가 엄히 훈계해야 하지 않을까? 세상의 진리를 알았네 만물의 영장이네하고 으쓱거리는 인류는 45억 지구의 역사 중에 태어난지 4천년도 안 된 어린아이다. 이런 어린아이에게 믿을 수 있는 스승이 있다면 그야말로 기쁜 일 아니겠는가. 다만 문제는 '믿을 수 있는' 이라는 조건 부분이다. 저기 태평양 건너편에서 지금 우리 스승이랍시고 우기는 것들은 스승이 아니라 깡패다(먼산).
불행한 일이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기 자신이 '아직은 스승의 말을 따르는 편이 낫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안다면 지금 시끄러운 청소년 문제들은 싹 사라지겠지. 그리고 아직 어른이 아닌 것은 인류 역시 마찬가지여서, 더 나은 내일 더 행복한 미래 따위보다 '남이 시키는대로' 살아간다는 걸 그저 자존심 상해하고 거부할 인간들이 (곤란하게도) 엄청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경우야말로 라수 규리하의 악당의 감각이 필요해지지. '속이면 된다'. 자기들은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다고 믿으라지. 지금 누군가가 그렇게 '속여서' 우리들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것이 음모 이론이고, 그런 거창한 게 아니더라도 스승들은 사회, 도덕, 정치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이끌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 언덕 위의 텔레토비들, 영 믿음이 안 간달까 도움이 안 된달까… 언제 날잡아서 갈아치워야 할지도 모르겠다(의미불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냉정과 열정사이 - 전2권 세트
에쿠니 가오리.쓰지 히토나리 지음, 김난주.양억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Rosso. Red. 적색. 정열적인 빨강.
그러나 정작 이 작품의 주인공은 Aoi, 파랑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 책과 쌍을 이루는-거울이라 할법한 Blu의 화자 쥰세이가 냉정한 파랑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자신을 파멸시킬 듯한 정열적인 사랑으로 불타오르며 부딪치고 상처입고 깨져가는 데 비해,
아오이의 사랑은 정적이고 고요하다. 말하자면 냉정하다.

사랑하는 남자와 사랑하고
만나는 사람과 이야기하고
먼 친척들을 찾아다니며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던 어느 한순간 일순간의 폭발을 남기고 모든 것을 버려두고는 옛 약속을 찾아간다. 그리고 몇배나 더 강렬하고 정열적으로 불타오른 뒤 다시 고요하게 가라앉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조적인 이야기는 사람을 강렬하게 끌어당긴다. 두 사람의 작가가 함께 쓴 글이라는 특색이 이렇게 강렬하게 드러날 수 있는 것일까?
진정으로 아름답고 정열적이고 고요한 사랑을 느끼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앨리슨 3 -상 - 차창 밖의 루트니(절판 예정)
시구사와 케이이치 지음, 김진수 옮김, 쿠로보시 코하쿠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키노의 여행 콤비가 그려낸 막무가내 아가씨와 순진얼빵(그러나 가차없는) 소년의 모험담. 역시 시구사와! 를 외치게 하는 동화풍의 스토리 전개는 여전하다. 다음 권으로 완결이라니 끝도 없이 이어지는 키노의 여행에 비해 손 대기도 어렵지 않겠고... 근데 이번 권, 두번째 페이지에서 기절할 뻔 했다.
내용누설누설누설누설누설...
앨리슨은 군인이 돼서, 딸 하나를 데리고 혼자 산다.
'영웅'은 약점을 잡혀서 앨리슨이 부를 때마다 달려와 일하고 있다.
딸의 '아버지'인 빌은 기차 여행중에 낙사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