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마시는 새 세트 - 전8권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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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보다 위대한 어떤 존재에게 이끌림받아 더 나은 내일을 향해가야 하는가, 혹은 설령 더 못한 내일, 더 힘든 내일을 향해서라도 스스로 걸어가야 하는가?
[피를 마시는 새]의 주제는 이것으로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여기에서 레콘 그을린발의 사상은 주목할 만하다. 그을린발은 돼지가 인간을 길들여 이용하고 있다고 본다. 돼지는 인간에게 보호받고 번식을 도움받고 식량을 받는다. 그 어떤 농경법보다도 뛰어난 '간접농업법', 타인에게 농사를 짓게 한 뒤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식량을 얻는다는 이 농경법은 힘을 최대한 적게 쓰고 최대한 많은 작물을 얻는다는 농경방식의 기본 사상에 가장 근접해 있다. 도축? 한 마리의 돼지에게 도축은 비극이다. 그러나 인간 역시 자신을 보호하고 번식을 보장하는 '사회'에게 사형당하지 않는가. 돼지에게는 선택권이 없다는 말은 의미가 없다. 인간 역시 마찬가지니까. 인간에게 무법을 택할 권리 따위는 없다.
이런 것도 있고, 애초에 내 기본 사상을 말하자면, 내 사상은 '누가 좀 이끌어 줘요!' 다. 이 나이 먹고 애들처럼 자존심같은 거 따지게 생겼나, 일단 살고 봐야할 것 아냐. 세계 인구 60억 중에 30억이 굶주리고 째깍째깍 1초당 수십 수백 명이 살해당하며 그걸 막겠답시고 저 30억을 단숨에 먹여살릴 수 있을 고가의 무기들을 쏟아붓는 세계, 신이건 악마건 이걸 좀 어떻게 할 수 있다면 누구라도 환영이다. 단, 원숭이는 제외. 일을 더 벌이기만 하잖아! 복잡하게 만드는 건 상관없지만 악화시키지는 말아야 할 것 아냐!
게다가 1만 2천년짜리 로드맵을 정해놓고 '여기서 벗어나면 패 삔다?' 하는 것도 아니라 '니들 맘대로 가 바라, 길 벗어나면 나가 와서 잡으줄꺼.'(대체 어디 사투리냐)라고 말씀해주시는 분이라면, 이 어찌 환영치 않으리요. 그런 삶, 그런 성공, 그런 완성에 어떤 의미가 있느냐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있다고 생각한다. 어린아이가 위험한 극약에 손을 댄다면 누군가가 엄히 훈계해야 하지 않을까? 세상의 진리를 알았네 만물의 영장이네하고 으쓱거리는 인류는 45억 지구의 역사 중에 태어난지 4천년도 안 된 어린아이다. 이런 어린아이에게 믿을 수 있는 스승이 있다면 그야말로 기쁜 일 아니겠는가. 다만 문제는 '믿을 수 있는' 이라는 조건 부분이다. 저기 태평양 건너편에서 지금 우리 스승이랍시고 우기는 것들은 스승이 아니라 깡패다(먼산).
불행한 일이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기 자신이 '아직은 스승의 말을 따르는 편이 낫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안다면 지금 시끄러운 청소년 문제들은 싹 사라지겠지. 그리고 아직 어른이 아닌 것은 인류 역시 마찬가지여서, 더 나은 내일 더 행복한 미래 따위보다 '남이 시키는대로' 살아간다는 걸 그저 자존심 상해하고 거부할 인간들이 (곤란하게도) 엄청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경우야말로 라수 규리하의 악당의 감각이 필요해지지. '속이면 된다'. 자기들은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다고 믿으라지. 지금 누군가가 그렇게 '속여서' 우리들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것이 음모 이론이고, 그런 거창한 게 아니더라도 스승들은 사회, 도덕, 정치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이끌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 언덕 위의 텔레토비들, 영 믿음이 안 간달까 도움이 안 된달까… 언제 날잡아서 갈아치워야 할지도 모르겠다(의미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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